지난해 7월 15일 일어난 ‘성주 황교안 총리 뺑소니 사건’ 피해자가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관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인 경찰의 진술이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점과 지난 공판에서 제출된 경찰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편집돼 일부만 제공돼 변조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원고 측은 피고인 경찰관 당사자 증인신문과 블랙박스 원본 공개를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일부 받아들여 다음 공판에서 블랙박스 원본 제출과 더불어 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23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단독부(판사 최정인)는 성주주민 이민수(38) 씨와 아내, 자녀 등 5명이 7월 15일 당시 차량에 발길질하고 유리창을 깼던 경찰 3명(경북경찰청 김 모 경사, 김천경찰서 김 모 경정, 성주경찰서 김 모 경위)과 사고 차량을 운전한 경찰 1명(경북경찰청 전 모 경사) 그리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여섯 번째 변론을 진행했다.
원고 측 류제모 변호사(법무법인 우리하나로)는 지난 피고 전 모 경사와 김 모 경위의 진술 내용이 다른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 당사자 증인신문과 이민수 씨에 대한 형사재판 종결 후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형사재판이 진행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해당 사건에 대한 검증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민수 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아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1월 검찰 조사를 마쳤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피고 측 황선익(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도로교통공단 조사를 통해 증거가 제출됐으므로 당사자 증인신문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까지 필요치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추후 판단하기로 했다.
또, 원고 측은 피고 측이 지난 공판에서 제출했던 블랙박스 동영상이 편집된 채 일부만 제공되는 등 원본마저도 변조될 가능성이 크다며 원본에 대한 증거 제출과 검증을 요청했다. (관련기사=‘성주 황교안 뺑소니’ 경찰 블랙박스 영상 5개 중 2개는 왜 편집했을까?) 제출한 영상은 황 총리 탑승 차량이 성산포대로 진입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원고 측이 요청한 원본 동영상은 사고 당시인 7월 15일 오후 6시 10분부터 20분까지 경찰 차량에 탑재된 블랙박스다.
이와 관련해 피고 측은 블랙박스 원본 동영상은 군(성산포대) 출입 이후 영상도 포함돼 있어 기밀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고 밝혔지만, 재판부는 우선 원고가 요청한 원본을 제출하라고 했다.
다음 공판에서는 블랙박스 영상 원본에 대한 검증을 이뤄지며, 9월 20일 오후 4시 1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15일 오전 황교안 총리는 사드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하겠다며 성주를 방문했다. 성주군민들은 일방적인 통보해 항의하며 황 총리와 대화를 요구했지만, 황 총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군청을 몰래 빠져나가던 황 총리는 오후 6시 10분께 성산포대로 향했다.
이때, 이민수 씨는 황 총리를 포함한 국방부 관계자가 탑승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차량(EF소나타) 앞에 주차했다. 황 총리 탑승 사실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경찰 수행을 받는 차량 탑승자에게 사드 철회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앞서 이 씨를 지나친 경찰차에서 경찰 2명, EF소나타에서 경찰 1명이 내려, 이 씨 차량을 밀고 주먹과 발길질로 유리창을 치며 내리라고 외쳤다. 이에 이 씨의 딸(10)과 쌍둥이 아들(7)이 놀라 울기 시작했지만, 경찰은 둔기로 차량 유리를 깼다. 이후 EF소나타가 전진하며 이 씨 차량 오른쪽 뒤범퍼를 들이받은 다음 후속조치 없이 성산포대로 올라갔고, 이후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그러나 피고 측은 사고 차량 수리비 견적서를 제출하면서, 앞 범퍼 손상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정차한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한 ‘뺑소니’라는 원고 측 주장과 팽팽히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