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비정규직 지원조례 제정과 기업의 인권·노동 책임을 강조한 국제기구(UN글로벌콤팩트) 가입 등 노동친화 행정을 표방하면서도 최근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해고 사태에는 “권한 밖의 일”이라며 소극적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노조(아사히사내하청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아사히글라스 해고 사태 해결을 위한 범시민운동을 전개하고 나섰다.
아사히 해고사태 해결 시민 서명운동 전개
4만 명 목표…18일 현재 1만5천 명 참가
18일 오전 10시 ‘아사히사내하청노조 집단해고 해결과 고용안정 보장을 위한 지역대책위’는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와 대책위는 8월부터 대량해고 사태 해결에 구미시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18일 현재 1만5천 명이 서명에 참여했고, 4만 시민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헌호 노조 위원장은 “구미시가 외국기업에 특혜를 주면서도 문자 한 통으로 직장에서 내쫓는 아사히글라스에 어떤 제재도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시민들도 해고 문제 해결을 원하면서 하루 1천 명이 서명하고 있다. 구미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창수 노동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정치와 행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구미시가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대량해고 사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계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6월 30일 사내하청업체 GTS와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회사는 PDP생산이 중단돼 어쩔 수 없이 해지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5월 29일 사내하청노조가 결성된 직후 갑작스레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해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80여 명은 권고사직을 받아들였지만, 50명은 노조에 남아 부당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구미시, 전국 2번째 비정규직 지원 조례
기업 사회적 책임 강조한 UN글로벌콤팩트 가입
대량해고 사태 해결 요구에
구미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 고수
구미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의 요구에도 구미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기자회견 직후 노조와 대책위는 구미시와 구미시의회에 대량해고 사태 해결 요구 서한을 전달하고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익수 구미시의회 의장은 “원만하게 잘 해결이 되도록 동료 의원들과?논의를 하겠다. 또, 시장님하고도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구미시 황종철 경제통상국장은 “구미시가 아사히글라스와 체결한 협약서는 투자유치 때까지 내용이며 이후 진행사항은 법률에 따른다”며 “현재 문제는 아사히와 GTS(하청업체) 관계의 문제라 구미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구미시의회는 지난 2012년 11월 21일 ‘비정규직 권리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당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제정한 비정규직 지원조례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녹색당 구미당원모임이 구미시에 정보공개청구한 자료를 보면 조례에 나와 있는 정책을 거의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실적은 전혀 없었고, 비정규직 관련 교육이나 시소재 사업장 최저임금 준수노력도 전혀 하지 않았다.
지원조례뿐만 아니다. 구미시는 2008년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UN글로벌콤팩트에 가입했다. UN글로벌컴팩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책임 있는 투자를 강조하는 협의체다.?가입단체는 인권, 노동규칙, 환경, 반부패 내용이 담긴 10대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매년 참여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