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3시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서 국방부 주최로 열릴 예정이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토론회가 취소됐다. 성주, 김천지역 주민들과 사드 반대단체들은 “사드 가동, 부지공사, 추가 배치 중단 후 국민대토론회를 요구한다”며 일방적인 토론회 중단을 요구했고, 국방부는 “주민 거부로 토론회 개최가 힘든 상황”이라며 취소 결정을 알렸다.
국방부는 이날 경북 성주군 초전면사무소에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과 환경 영향과 관련된 지역 주민 토론회를 열 예정이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가 사회를 맡고, 정창욱 박사와 홍상표 한국환경영향평가 학회장이 각각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과 환경영향평가 관련 발표를 하기로 했다. 또,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와 김성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예정됐다.
이날 오후 2시 성주군(소성리, 월곡2리, 용봉리), 김천시(노곡리, 연명리, 월명리, 입석리) 이장들과 사드배치철회 성주초전투쟁위원회,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소속 80여 명은 토론회가 예정된 초전면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토론회를 강행했다며 적극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토론회는 국방부가 사드 배치 강행을 위해 7월 28일 사드 공사와 연료 공급 강행 발표, 29일 사드 4기 추가 배치 협의 지시, 8월 12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확인 및 전자파 측정의 연장선에서 개최되는 일방적인 토론회”라며 “토론회가 요식행위가 되지 않으려면 사드 가동중단, 사드 부지 공사 중단, 사드 추가 배치를 중단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전제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토론회 방식도 국회 주관 하에 주민이 추천하는 인사 참여를 보장하고 TV방송으로 생중계하는 국민대토론회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성주지역 토론회 개최 협의 시점도 문제가 됐다. 국방부가 주민들에게 토론회 개최 협의를 시작한 시기는 8월 12일이었다. 그런데 이미 8월초에 토론회 발제자와 패널 섭외가 마무리됐다.
사드의 무효용성을 알려온 <사드의 모든 것>의 저자인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당초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주민 협의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이날 오전 불참을 결정했다.
정욱식 대표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보름 전에 국방부가 주민들과 토론회 개최를 조율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듣고 참석하기로 했는데, 어제(16일) 확인해보니 충분한 사전 협의도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래서 국방부에 이런 형태의 토론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취소나 연기하면 참석하겠다고 했는데, 그대로 진행한다고 해서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종희 사드배치철회 성주초전투쟁위 위원장은 “저희들은 늘 언론을 통해 국방부 발표를 듣기만 하고 있다. 부지 쪼개기로 진행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저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해 심장부인 면사무소에서 설명회를 하는 건 주민 분열을 획책하는 꼼수”라며 “우리 안보가 취약해서 미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면,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빌미로 미국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헌법과 국내법을 준수하는 문재인 정부가 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오후 2시 30분께 토론회 진행을 위해 박재민 국방부 시설기획관이 초전면사무소 앞에 나타나자, 주민들은 토론회 중단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현장에서 토론회 취소 결정을 언론에 알렸다.
초전면사무소 앞에서 주민과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박재민 시설기획관은 “우리 국방부는 앞으로도 사드 체계 효용성과 환경영향평가 결과 등 민주적 절차를 밟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 주민들이 요청한 전문가 등과 토론할 것이다”라는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주민들은 박 시설기획관을 쫓아다니며 “사드 빼고 해”, “주민 요구 들어라”를 외쳤고, 10분 후에야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토론회 취소와 관련해 국방부는 “오늘 오후 3시에 예정되었던 지역 공개토론회가 무산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당초 이번 지역 공개토론회 장소를 농협 하나로마트 2층으로 계획하고 초전면사무소를 불가시 대안으로 판단하여 준비했으나, 주민 거부로 더 이상 토론회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는 “공개토론회는 지난 6월 말, 국방부 차관과 지역주민 간담회시 일부 주민들의 요청으로 추진됐다. 사드체계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 지역주민, 시민단체와의 허심탄회한 질의응답 기회를 가질 계획이었다”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늘 토론회가 무산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국방부는 “앞으로도 국방부는 사드체계 배치의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지역주민, 시민단체가 추천하시는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개토론회와 국회 차원의 공청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