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8군 사령관, 사드기지 내부서 사과…반대 단체, “불법 사드 철거부터”

12일, 국방부 성주군 사드 부지 현장 조사 나서
미 사령관, "어린 병사...엄중한 상황에 적절치 않았다"
국방부, "일반 환경영향평가 후 최종 배치 결정"

14:21

국방부가 사드기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조사에 나섰다.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사드 배치 과정에서 미군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주민을 직접 만나 사과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미군 사과 입장 발표로 대체했다. 국방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후,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뒤 최종 사드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오전 11시 15분 성주, 김천 주민들과 사드배치철회 성주초전투쟁위,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는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사드 배치 절차에 들러리 세우는 미군의 일방적인 사과는 의미 없다”며 “사드 가동 중단, 공사 중단, 사드 철거부터 선행하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사드 부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조사를 하는 동시에 토마스 밴델 미8군 사령관이 직접 주민들을 만나 지난 4월 26일 사드 배치 과정에서 웃음을 보이며 주민들을 촬영한 미군의 행동에 대해 사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들과 사드 반대 단체는 지난 10일 주민 협의를 거치겠다며 환경영향평가를 연기했던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과와 환경영향평가는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종희 사드배치철회 성주초전투쟁위원장은 “불과 이틀 전에 주민들과 협의 후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저희 주민들과 어떠한 소통도 없이 오늘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며 “미군의 사과는 평가와 상관없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보란 듯이 오늘 통보했다. 국방부가 언론을 통해서 진정성 있게 다가갔지만 주민들이 걷어찼다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강혜윤 원불교비대위 운영위원장도 “오늘 오신 기자들 저희가 불러서 온 게 아니다. 국방부가 부른 거다”며 “미군이 와서 사과하고, 절차도 다 밟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여기 와서 보라. 무슨 절차를 밟았나. 오늘 국방부의 행동은 절차적 정당성을 위해 주민들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불법적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합법화하고, 사드 공사와 연료 공급을 강행하려는 시점에서 미군 당국자가 주민들에게 사과하겠다는 저의는 너무도 분명하다”며 “이는 사드 배치 강행의 명분 쌓기에 불과한 기만적인 미군의 사과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주민과 사드 반대 단체의 반발로 토마스 밴델 미8군 사령관은 직접 주민들을 만나지 않고, 이날 12시 5분께 사드기지 내에서 사과 입장 발표로 사과를 대체했다.

▲성주군 초전면 사드 기지 내에서 사과 입장을 발표하는 토마스 밴달 미8군 사령관(오른쪽)(사진=국방부)

밴달 사령관은 “그 당시 병사가 지었던 표정에 대해서 설명드린다. 아주 어린 병사였고, 많은 시위대를 맞닥뜨렸을 때 불안감에 본인도 모르게 그런 표정이 나온 것”이라며 “하지만 엄중한 상황에서 그런 표정이 나온 건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미 정부는 긴밀히 협조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내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해 절차를 준수하고 긴밀히 협조할 것이고, 전자파 측정 등 결과도 대중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밴달 사령관은 성주에 사드를 배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덧붙여 설명했다. 그는 “성주가 사드 배치 부지로 결정된 것은 한미 양국 동맹 차원에서 남부를 방위하기 위한 최적의 위치로 선정된 것”이라며 ”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 포함한 대한민국 남부에 거주하는 1천만 명이 넘는 국민 보호가 가능해진다. 사드 포대가 성주에 안전하게 배치될 수 있다면, 대한민국 남부 국민을 (북한) 탄도미사일로부터 보호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왼쪽)(사진=국방부)

국방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후 부지 보강 공사, 주한미군을 위한 편의시설 공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또 일반 환경영향평가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과거에 발표한 데로 일반 환경영향평가도 실시할 계획이다. 철저하고 엄정하게 실시해서 이후 최종적인 배치 여부를 정하겠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 강화되는 상황에서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을 부정할 수 없다. 완전한 작전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임시 배치를 결정하게 된 것을 이해 바란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환경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부터 본격적인 현장 조사에 나섰다. 이후 김천 혁신도시로 이동해 전자파 측정도 할 계획이지만, 김천 주민들은 전자파 측정 자체를 막겠다고 나서 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