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국방부가 사드기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연기한 가운데 성주, 김천 주민들과 사드 반대 단체들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시도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되돌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방부는 10일 오전 예정된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검증을 연기했다. 국방부는 주민 협조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성주, 김천 주민과 사드 반대 단체들은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사드 기지에 들어가려는 환경부와 국방부를 막을 계획이었다.
국방부는 “오늘 계획했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조사는 지역 주민, 시민단체 등과 추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추후 별도의 일정으로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오늘 예정됐던 현장 조사는 국내법적 규정은 없으나 사드 레이더 전자파와 소음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우려를 감안해 지역주민 대표 참관하에 시행하기로 계획했었다”며 “그러나 국방부의 설명과 요청에도 주민 협조가 여의치 않아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경북 성주군 일대에 비가 내리고 안개가 낀 것과 현장 확인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국방부 관계자는 “기상 상황은 현장 확인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이미 발표한 바와 같이 사드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당초 미측에 공여키로 한 성주기지의 전체 부지에 대해 국내법에 따른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하고 엄정하게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반영하여 결정한다”며 “지난 7월 28일 북한의 ICBM급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결정한 사드 잔여 발사대의 임시 추가배치도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성주, 김천 주민들과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6개 사드 배치 반대 단체와 통일선봉대 등 150여 명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검증 절차는 불법적인 사드 배치를 기정 사실화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반발했다.
이석주(63) 소성리 이장은 “오늘 시도하려던 환경영향평가는 박근혜 정권이 불법적으로 배치한 사드를 알박기하려는 시도다. 날씨 때문에 오늘 환경영향평가를 못 한다고 한다. 저 산은 사드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지역”이라며 “여름 내내 비가 오면 항상 높은 구름과 안개가 끼는 지역이다. 그런 지역에 제대로 효용가치도 없는 사드를 놓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희(60)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도 “문재인 정부의 키워워드는 소통과 촛불이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과정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런데 소성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키워드가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촛불이 적폐로 규정한 사드 불법 배치를 문재인 정부가 합법적으로 추진하고 말았다. 1년 전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지 쪼개기를 확인했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그 불법을 용인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정부에서 국방부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경북 성주군 구 롯데골프장 부지(70만㎡)를 둘로 나눠 32만8779㎡만 먼저 주한미군에 공여하고, 나머지 37만㎡는 이후 공여하는 쪼개기 부지 공여로 논란이된 바 있다.
이들은 “촛불로 탄생한 정부임을 자랑하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비판했던 박근혜 정부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 적폐세력의 불법을 정당화해 주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합법화, 정당화하려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사드 가동과 공사 중단, 사드 장비 반출 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사드 배치를 결정하려한다는 의혹에 대해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다.
국방부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아울러 지난 4월 26일 장비 이동과정에서 주한미군의 부주의한 행동과 관련해 주한미군 장성의 사과도 향후 실시할 예정”이라며 “사드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당초 미측에 공여키로 한 성주기지의 전체 부지에 대해 국내법에 따른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하고 엄정하게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반영하여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