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장애인 탈시설자립지원팀을 신설한 대구시가 북구에 신규 장애인 거주시설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북구는 지난해 3월 장애인 거주시설 기능보강 국고보조사업 예산 신청을 한 뒤, 올해 4월 보조금 교부 결정을 받았다. H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게 될 이 거주시설은 30명 이하 시설로, 현재 신축공사 설계 중이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420장애인연대)는 4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립희망원 혁신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2015년 시행된 탈시설 지원계획이 결실을 맺기도 전에 사실을 은폐한 채 새로운 신규 시설을 설립해 온 대구시를 규탄한다”며 “즉각 신규 설립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시는 지난 2015년 ‘시설 거주 장애인 탈시설 자립 지원 추진 계획’을 세우고, 대규모 거주시설은 점진적으로 소규모화하기로 했다. 특히 신규시설은 30인 이하 시설이라도 신규 설치를 억제한다고 명시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사태가 불거진 후 최근에는 중증 장애인 자립생활지원, 탈시설 지원 현황 관리 등을 전담하는 장애인 탈시설자립지원팀을 신설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겉으로 추진되는 것과 달리 지난해 희망원 사태로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 침해 문제가 불거지는 와중에 신규 시설 설립을 추진한 셈이다.
박명애 420장애인연대 상임대표는 “희망원 사태로 1년을 투쟁하면서 시설 폐쇄와 탈시설 약속을 받았다. 그런데 북구에는 시설을 지으려고 한다. 한 군데 문 닫고, 한 군데 문 열려고 약속했느냐”며 “얼마나 더 사람을 죽이고, 얼마나 더 사람을 가두어 두려고 그러느냐”고 지적했다.
장애인연대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강명숙 대구시 장애인복지과장 등과 면담을 가졌다. 강명숙 과장은 “약속을 못 지킨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북구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기능보강 심의를 요청했고, 심의위원회에서 신규 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래서 제일 하순위로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는데, 다 결정되어 내려오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설 건립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현재 설계 완료 단계에 있다. 행정적으로 마무리되어 지금 와서 하지 말라고 하는 건 합법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420장애인연대는 “시설이 필요한 이유는 중증 장애인의 장애 때문이 아니라, 대구시가 제대로 된 (자립 지원) 제도와 예산을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우리를 시설로 보내지 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