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북 고령군 공무원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오전 10시 유가족 3명과 고령군민주시민단체협의회는 경북지방경찰청(청장 박화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지방경찰청장은 광역수사대 임의동행 후에 발생한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새벽 고령군 간부 공무원 A(55) 씨가 고령군 한 공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앞서 10일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의 고분정비사업 관련 수사 임의동행에 따라나선 후, 11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날 경찰은 고령군청을 압수수색했다.
A 씨의 외삼촌 신 모 씨는 “조사가 밤 12시 넘어서 끝났다고 한다. 유서는 새벽 2시 30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12시가 넘으면 가족을 동행해야 하는데도 연락도 없었다”며 “함께 조사받은 5명 중에 제일 늦게까지 있었다. 이게 간접 살인죄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참고인으로 조사한다는 것이 11시간이 넘도록 밤 12시 넘어서… 사랑하는 조카가 (집으로) 오다가 죽었습니다. 왜 죽었습니까? 광역수사에서 얼마나 고통을 당했겠습니까? 이 억울한 죽음을 밝혀줘야 합니다. 경찰청장은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당신도 같은 공무원 아닙니까. 담당자들 사과해야 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 없어야 합니다. 멀쩡한 사람이 불려가서 죽는 일 없어야 합니다” – 외삼촌 신 모 씨.
A 씨는 고령군 산림축산과장을 지냈고, 올해 1월 고령군 한 면장으로 부임했다. 경찰은 고령군 고분정비업체 불법 하도급 비리를 알면서도 관련 공무원들이 묵인한 정황을 포착하고, A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고령군민주시민단체협의회는 “경찰 임의동행 외에 고인이 세상을 버릴 만한 다른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 근무 중인 공무원을 데려간 11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며 “고인은 30년 넘는 세월을 봉사한 공무원이고, 고령에서 태어나 대를 이어 살아온 주민이다. 영문도 모르고 비리 의혹을 씌운 채 기억 속에 묻을 수 없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 사건을 두고 고령 지역사회에서 차기 고령군수를 노린 ‘표적 수사’라거나 경찰 고위 관계자의 정치적 욕심이 담긴 ‘기획 수사’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유가족들은 더 시름을 앓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김봉식 경북경찰청 형사과장과 30분가량 면담하면서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와 표적 수사 등 의혹에 대해 물었다.
김봉식 형사과장은 “수사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저희들도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사건 직후 현장에 가서 관련 CCTV 등을 모두 확인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어떠한 강압이 없었다. 임의동행 시에도 본인 동의를 구했고, 12시가 넘어서도 본인 동의를 분명히 구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사권은 개인의 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먼지털이식 수사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아니라고 말씀 드릴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