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병들면서 급식했더니…동네아줌마?
여성노동을 폄하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의 외침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이 되어야 하는 거냐”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11일 이언주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편한 대화에서 이런 분위기를 전달하다가 다소 격앙된 표현이 나온 것이다. 폄하하려는 의미는 아니었다. 종사자 분들 입장에서는 상처가 됐을 것으로 생각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발언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지만, 말이나 태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표현이 거칠었을 뿐 내용은 옳다고 항변한다.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 말에는 ‘여성노동’에 대한 뿌리 깊은 멸시와 비하의 의미가 담겨있다.
‘밥하는 동네 아줌마’ 여성은 오랜 시간 동안 가정에서 무급의 돌봄 노동을 수행해왔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이제야 겨우 여성의 돌봄 노동이 사회로 나왔다. 하지만 보육·돌봄·요리 등은 여전히 여성의 비율이 현저하게 높고 평균 임금은 매우 낮다. 돌봄 노동은 인구 재생산을 위해 필요하지만, 무료 노동 관습을 근거로 사회적으로 저평가 되는 경향이 있다. 이언주 의원이 “동네 아줌마”라고 표현한 것은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의 상징이다.
우리는 그냥 밥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밥하는 일쯤이야’, ‘여자가 힘을 쓰면 얼마나 한다고’와 같은 폄하의 시선은 급식실을 들어서는 순간 쏙 들어간다. 학교 급식실 조리사 한 사람이 3~4시간 동안 만들어야 하는 음식은 평균 150인분이고, 조리실 안은 바깥 온도, 계절에 상관없이 40도를 넘는다. 여름에 조리실 안 가스 불을 다 켜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다보면 60도까지 올라가는 일도 부지기수다. 일하기 시작한지 30분도 되지 않아 옷은 발끝까지 젖어있다. 밥을 짓기 위해 20kg에 달하는 쌀 4포를 나르고 씻어서 밥을 짓는다. 하루에 1,200개가 넘는 식판을 걷어서 설거지하고, 급식실 전체를 청소한다. 왜 급식 노동자들이 그냥 ‘아줌마’라는 것인가. 이들은 수많은 어머니들을 대신해서 밥 짓는 노동을 하고 있다. 이는 사회를 재생산하고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일이다.
밥하는 아줌마는 왜 정규직 되면 안 되나요.
급식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씩 전투를 치르듯 일해도 기본급이 160만 원이다. 방학 3개월은 임금이 없다. 1년 중 3개월은 상시 실업 상태다. 이들이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을 위해서 파업에 나섰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이언주 의원은 ‘미친놈들’이란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에 “반찬값이나 벌러 나온 아줌마들이 무슨 정규직이냐”고 나무랐다. 대구교육청 앞에도 <대구 좋은학교만들기 학부모모임>이라는 단체가 “학생의 학습권과 급식을 볼모로 한 학교급식 종사자 및 비정규직 교사의 파업을 반대한다”며 현수막을 붙였다.
이런 막말들은 여성의 재생산 노동을 평가 절하하는 한국 사회가 암묵적으로 공유하는 이념의 한 부분이다.
왜 밥하는 아줌마는 정규직이 되면 안 되는가. 정규직은 무슨 대단한 사람만 될 수 있는 특권인가.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면 임금과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애초에 제대로 된 임금과 고용을 보장하고 채용해야 했는데 각종 꼼수로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온 것이 문제이다. 이것을 바로잡자고 학교비정규직노동자(교육공무직)가 파업에 나섰다. 더는 여성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절하하지 말자,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쓰다 버리지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