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로드 원정대’라고 불러 주세요”
지난달 22일 ‘자유한국당 해체를 바라는 대구시민들’이라는 이름으로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앞에서 피켓 시위와 촛불집회를 시작한 시민들, 자유한국당 해체를 바라는 이들의 바람이 간절하다. 5일, 푹푹 찌는 ‘대프리카’ 폭염 속, 이들은 ‘적폐로드 원정대’를 결성해 원정길에 나섰다.
첫 목적지는 경북 경산시. 친박감별사로 이름 날린 최경환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지역구를 두고 있는 곳이다. 오전부터 신범식(44) 씨를 포함한 원정대원(?)들은 경산시 중방동 소재 최 의원 사무소를 찾아갔다.
붉게 색칠한 돼지 가면을 얼굴에 썼다. 돼지 가면 이마 한복판에는 요구르트병을 붙이고, ‘발’이라고 써 붙였다. 대선 기간 돼지발정제 논란을 만든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풍자한 가면이다.
사무소 입구에 자리를 잡고 ‘적폐집단 자유한국당은 그냥 해체하라! 고담대구, 대구 살기 부끄럽다! 갑질 정치 그만해라!’고 쓴 피켓을 들면 준비는 끝난다. 함께 간 다른 원정대원이 사진을 찍어 인증한다. 사무소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이 힐끗 쳐다본다. 손뼉을 치며 응원하는 이도 있지만, 얼굴을 찌푸리며 지나는 이도 있다. 평범하게 살던 시민들이 하기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전 대통령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 되기 전 국회의원 지역구로 삼았던 달성군(국회의원 추경호)에선 ‘얼굴 가득 욕’을 한 아저씨도 만났다. 원정대원 김 씨(47, 남)는 “50대쯤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건물 안에서 못마땅한 얼굴로 나오면서 한마디 하려다가 말더라”고 말했다. 잘한다고 화이팅을 외치는 사람도 물론 있다. 마지막 원정지로 삼은 대구 중구 곽상도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자유한국당 해체해야지!”하고 맞장구치는 시민도 만났다.
원정대원 이(31, 여) 씨는 “평범하게 살다가 이런 건 정말 처음이다. 진짜 ‘시민들’을 만나서 이런 걸, 행동하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정말 순수하게 한국당 해체를 바라는 대구 시민들”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2일부터 한국당 대구시당 앞에서 피켓 시위와 촛불집회를 이어오고 있는 이들은 그사이 많은 시민의 응원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미란(34) 씨는 “매번 다른 분들이 오셔서 음료수를 주시고 간다”고 운을 뗐고, 이승욱(50) 씨가 “첫 주보다 둘째 주에 그런 분들이 더 많았다”고 말을 받았다.
박대희(36) 씨는 “처음엔 그냥 차로 지나가면서 경적만 울리시던 분이 다음날엔 내려서 막걸리를 받아 주시고 가더라”며 “힘들기도 한데 그런 분들 격려가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동안 이들이 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며 나선 원정길은 대략 79km다. 대구 중심가에서 경주 중심가까지 가고 남을 거리다. 최경환, 정태옥(대구 북구갑), 정종섭(대구 동구갑), 추경호,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곽대훈(대구 달서구갑), 김상훈(대구 서구), 곽상도 국회의원 순으로 순회했다.
이들은 7일 저녁 대구경북민권연대와 함께 한국당 대구시당 앞에서 ‘자유한국당 해체 행복한 장례식’도 치를 계획이다. 대구시민대회가 열리는 8일에는 시민대회에 합류한 후 함께 대구 2.28공원에서 한국당 대구시당까지 행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