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의장 류규하)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안이 표결을 거쳐 최종 부결됐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은 중앙정부에서 하고 있으니 조례가 필요없다는 취지로 반대해 지방의회 역할에 대한 얕은 인식을 드러냈다.
30일 오전 10시 대구시의회는 제250회 정례회 본회의를 열어 김혜정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가 대표발의한 ‘대구광역시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을 심사했다.
무기명 투표 결과 출석 의원 28명 중 반대 21명, 찬성 6명, 기권 1명으로 조례안이 최종 부결됐다. 대구시의회는 자유한국당 24명, 바른정당 3명, 더불어민주당 1명, 무소속 2명이다.
조례안은 이날 상정된 44개 안건 중 마지막 의사일정으로 올라왔다. 이날 질의나 토론이 있었던 안건은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안이 유일했다. 조례안이 상정되자 배재훈 시의원(자유한국당, 수성구 제1선거구)이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배재훈 의원은 “이번에 발의된 조례 취지는 굉장히 좋다”면서도 “자문 받은 결과 몇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직접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를 설명했다.
배 의원은 조례안 적용 대상이 내국인, 외국인 구분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법조계에서는 ‘노동인권’이라는 용어는 정확한 법률 용어가 아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 노동인권 실태 조사와 점검, 우수 사업장 홍보 등을 대구시가 할 수 있다는 조례안에 대해서 “실태조사는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하고 있다. 청소년 부분이 빠져있다면 요구해서 추가할 수 있다”며 “우수 사업장 홍보도 지방고용노동청의 업무이고, 요구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이미 중앙 정부의 업무를 제정 자립도가 낮은 대구시가 이중적으로 한다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에 건의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걸 부결시키고 제대로 된 청소년 관련 법안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 발언이 끝난 후, 다른 의견은 개진되지 않았다. 이어 이동희 의원(자유한국당, 수성구 제4선거구)이 “표결에 부쳐 가부를 결정하자”고 말했고, 다른 의원들도 동조했다. 대구시의회는 15분 가량 정회한 뒤, 무기명 투표를 시작했다.
이날 본회의를 방청한 20여 명 시민들은 표결 결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민은 조례안이 부결되자 마자 “의원님들이 대구 시민의 민의를 무시하신 겁니다”라고 소리치며 밖으로 나갔다.
함께 방청했던 장태수 서구의원이 배재훈 시의원에게 항의했다.
장태수 의원은 “배재훈 의원님 다른 조례안 읽어보셨습니까. 중앙정부 법률안에 할 수 없는 조례가 어디 있습니까”라며 “중앙정부 법률안에 할 수 있다고 안 하면 조례안을 왜 만듭니까. 반대하는 이유가 너무 창피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달서구의회에서 관련 조례안을 발의했던 김귀화 달서구의원도 “반대 의견이 나오면 찬성하는 의원님들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주셔야 하는거 아닌가”라며 “대구시의회는 찬반 의견을 조정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혜정 시의원은 “시민의 권리와 권익에 앞장서야할 지방의회가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의 권리조차 묵살시킨 것 정말 개탄스럽다”며 “이런 모습이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께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