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구희망원 전 원장 신부 징역 3년…‘횡령’·‘감금’ 등 인정

횡령, 감금,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 모두 유죄
업무상과실치사는 무죄...재판부, "입증 부족"

13:39

법원이 국가 보조금을 횡령하고 생활인을 감금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대구시립희망원 전 총괄 원장 신부와 사무국장에 대해 각각 징역 3년, 1년을 선고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해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을 받았다.

28일 오전 11시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판사 황영수)는 대구시립희망원 전 원장 배 모(63) 신부, 전 회계과장 여 모(56) 수녀, 임 모(48) 사무국장 등 7명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배 신부에 대해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 감금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적용했다. 임 사무국장에게도 보조금관리법률 위반, 감금, 사기(의료법 위반) 혐의는 모두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고, 역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적용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범죄가 인정된 여 수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식품업체 영유통 대표와 직원에게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달성군청 공무원 2명도 보조금관리법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식품업체와 공모해 대금을 과다 청구하고 대구시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뒤, 차액으로 비자금 5억8천여만 원을 조성한 행위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생계급여 횡령은 생활인 개개인의 돈이라는 취지에서 단순 업무상 횡령죄라고 주장했지만, 본건 보조금은 생활인 개인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희망원에 지급된다. 그 범죄 피해자는 희망원 자체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횡령한 돈을 직원 회식비나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생계급여 자체는 수급자의 의식주 등 그 용도가 특정돼있다. 직원들을 위해 썼다고 하지만 그 용처도 적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공무원과 공모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생활인 177명을 수급자인 것처럼 수기로 신상 카드를 작성해 생계급여 6억5천여만 원 상당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보조금관리법 위반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희망원 이월금이나 기부금이 상당히 남아 있었고, 허위 청구 외에 생활인을 보호할 방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생계급여 청구 자체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생계급여이기 때문에 노숙인 재활시설에 따른 생계급여 청구라 보조금관리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배 신부와 임 사무국장이 직접 결제하지 않는 생활인 감금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 것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가인권위에서 불법성을 지적했고, 감금 내부규정이 위법성이 있다고 인식할 수 있었는데 고치지 않았다”며 “징계라는 명목으로 불법 감금이 자행한 것을 묵인한 점을 보면 직접 결제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공범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배 신부와 임 사무국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사망사고 후 간병도우미 실태에 대해서 보고 받고도 실태를 개선하지 않은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부실한 간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도 방치하거나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은 것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7월 7일 감금 혐의로 기소된 대구시립희망원 김 모(63) 전 총괄원장 신부 등 직원 7명에 대한 선고 재판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