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친화기업 한국OSG, ‘고충처리 담당자’가 여직원 성희롱 논란

"불특정 다수 대상...고충 상담 과정에서도 성희롱"
여성 직원들 모은 자리에 가해자 불러 사과..."2차 가해"

15:56

대구시 고용친화기업인 한국OSG가 비정규직 차별에 이어 남성 상사의 지속적 성희롱 문제까지 제기됐다. 가해자는 최근까지 사내 고충상담처리위원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오전 11시 30분, 민주노총 대구본부, 금속노조 대구지부,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 한국OSG분회는 대구시 달서구 호산동 한국OSG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수년간 여성 노동자들에 가해진 성희롱 사실이 피해자 진술 등을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며 “가해자에 응당한 처벌과 함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는 지난 2월 중순,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 한국OSG분회 결성 과정에서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파악했다. 여성 직원으로만 구성된 SNS 단체 채팅방에서 동일한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직접 피해 여성들과 면담을 진행한 임선영 금속노조 대구지부 선전부장은 “일상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성희롱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피해자가 몇 명인지 특정하기 어렵다”며 “더구나 최근까지 가해자가 고충상담처리위원장을 맡고 있어 상담 과정에서도 성희롱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4월 대구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가해자를 징계하도록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피해 진술에 나선 여성 직원만 6명이다.

이들이 낸 진정서에 따르면, 한국OSG 사무관리부서 간부 A 씨는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치마를 입은 여성 직원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네일아트한 손톱이 예쁘다며 손을 만졌다고 증언했다. 또, 상사와 갈등 문제로 고충 상담하는 과정에서 역할 바꾸기를 제안하며 허리, 어깨, 손 등을 만지기도 하고, 음란한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는 증언도 있다.

서부지청이 사건 조사를 시작하자 최근 한국OSG도 자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난 23일 한국OSG는 전체 여성 사원을 한 자리에 모아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A 씨가 직접 나오면서 2차 가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OSG분회 등에 따르면, 설명회 자리에서 사측은 “임원이 격려차 어깨를 두드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짐작된다”, “시간이나 장소, 행위가 특정된 진술이라 보기 힘들고 제보 수준에 머물러 이를 근거로 징계에 착수하기는 미흡하다”는 등 발언을 했다. 또, 직접 사과하기 위해 왔다는 A 씨는 사과하면서도 “회사에 계속 근무하게 된다면 좋은 선배로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차원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장은 “피해자들의 일관된 요구를 가해자를 보고싶지 않다는 거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자리에 모이게한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다”며 “사측이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한국OSG 총무팀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현재로서는 내부적으로 정리된 것이 없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