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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다수라고 소수에 대한 존재를 찬성하고, 반대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차별 없는 세상 만드는데, 제가 힘이 되겠습니다” _ 백소현 성주사드배치철회촛불지킴이 동남청년단
24일 오후 1시, 차별 없는 사랑을 위한 성소수자들의 축제,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아홉 번째 막을 올렸다. 2009년부터 시작된 축제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선 유일하게 이어지고 있다.
대구지역 45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참여한 9회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체험 부스를 운영했고, 2시부터 무대 행사를 시작했다. 무대 행사는 대부분 공연 무대로 채워졌지만, 성주사드배치철회촛불지킴이 동남청년단과 주한미국대사관 지역공공외교담당관이 무대에 올라 연대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동남청년단 백소현 씨는 “소성리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한 집회에 무지개 깃발을 들고 성 소수자분들이 왔었다. 성 소수자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는데, 동남청년단이 퍼레이드에 참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백 씨는 “우리나라가 지난 겨울에 부패한 박근혜 정권을 촛불을 들어 끌어내린 위대한 나라지만, 군인이 군대 밖에서 동성과 섹스를 했다는 이유로 군사 재판에 회부돼 유죄를 받는 사건이 있는 걸 보면 성 소수자들이 가야 할 길이 멀고, 외롭고, 힘든 투쟁을 하고 있구나 싶더라”며 “그 길에 저도 연대하고 행동하겠다”고 연대의 뜻을 전했다.
4년 차에 접어든 동성 부부이기도 한 개렛 월커슨 주한미국대사관 지역공공외교담당관도 무대에 올라 “우리 대사관은 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성소수자 문제는 인권 문제”라고 밝혔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서울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에는 4년째 부스 하나를 맡아 참여했고, 대구 퀴어축제에는 올해 처음으로 참여했다. 개렛 담당관은 <뉴스민>과 인터뷰에서 “대구 중심가에서 가장 중요한 인권 이슈와 관련해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는 것이 보기에 좋다”며 “조직위로부터 초청을 받아서 왔는데 오늘 참석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개렛 담당관은 “대구는 처음이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은 도움을 드리고 싶다”며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인권은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활동에 도움을 드리고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대 행사에는 드랙퀸(drag queen) 퍼포먼스로 유명한 쿠시아 디아멍, 여성퀴어댄스팀 큐캔디를 비롯해 어쿠스틱 밴드 오늘도 무사히 등이 무대에 올라 성소수자의 사랑을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는 공연을 펼쳤다.
오후 4시 40분경 무대 행사가 마무리된 후부터는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약 1,300명에 달하는 참여자들이 무지개 깃발과 피켓을 들고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행진로 곳곳에서 ‘혐오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에도 환호로 답하면서 행진을 마무리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교 단체는 이날 오후 2시부터 2.28기념중앙공원에서 퀴어축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퀴어 축제장 곳곳에서 ‘혐오 피켓’을 들고 기도를 하거나 소리쳤지만 큰 충돌이 일지는 않았다. 경찰은 이날 경력 약 1,400명을 배치해 충돌을 대비했다.
배진교 조직위 공동대표(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9년째 대구 퀴어 문화 축제에서 여러분을 보니까 너무너무 반갑다”며 “올해 슬로건은 9회말 역전홈런 혐오와 차별을 넘겨라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걷어내는 힘찬 함성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위는 이날 퀴어축제를 시작으로 ‘퀴어토크쇼’, ‘퀴어연극제’, ‘퀴어영화제’ 등 행사도 이어간다. 퀴어토크쇼는 27일부터 30일까지 오오극장과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에서 열리고 퀴어연극제는 7월 1일부터 2일까지 소극장 함세상에서 준비된다. 7월 7일부터 9일까지는 오오극장에서 퀴어영화제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