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떨리는데요. 다잡고 진행을 해보겠습니다. 제가 정말 쑥스러움이 많아서 이런 자리에선 말도 못 하는데, 사람을 바꾸는 것 같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사람을 바꾸네요”
24일 저녁 7시 대구 수성구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앞, 박대희(36)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고 난생처음 집회 사회를 맡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부분의 사안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의 행태에 분노한 대구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유한국당 해체를 바라는 대구시민들’이란 모임을 만들고 이날 첫 주말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이른바 ‘얼음’ 집회로 준비됐다. 모임 제안자인 신범식(44) 씨는 “겨울에는 촛불로 적폐 세력을 녹여버렸듯이, 대구고, 여름이니까 얼음으로 얼려버리겠다는 의미”라면서 ‘자유한국당 OUT’이라고 쓴 종이를 넣어 얼려 만든 피켓을 들고 당사 앞에 섰다.
박 씨와 신 씨를 포함해 집회에 참석한 시민 모두는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데 서슴없었다. 달서구 주민 장영옥(55) 씨는 “대구 시민이란 사실이 주홍글씨처럼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대구 이상 기온 날씨 기사에 달린 댓글이 대구는 날씨만 미친 게 아니다라는 거더라. 이런 조롱을 듣는, 부패한 보수의 심장, TK에 산다는 사실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장 씨는 “한국당은 정당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자기 밥그릇, 당리당략에만 관심 있는 이익 집단일 뿐”이라며 “한 국가의 정당이 국민을 위한, 나라를 위한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새 정부 발목잡기에 혈안이 돼서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고 있으니 해체되어야 마땅하다”고 소리높였다.
이순희(71) 씨도 자유발언에 나서서 “겨울엔 추위가 무섭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바뀌기만 하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았다. 겨울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여름에 또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세월호 배지를 달고 어느 모임에 가면 누가 저보고 ‘너 빨갱이지’ 그런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자유한국당이 더 빨갱이인 것 같다”며 “세월호 아이들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파서, 세월호 배지를 하고 다니는데, 저들이 뭔데 나보고 빨갱이라고 하느냐”고 힐난했다.
이 씨는 “새 정부가 얼마나 잘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이렇게 반대를 하는 건 북한 김정은 패거리 좋으라고 그러는거 아니냐. 자기들이 빨갱이면서 나보고 빨갱이라고 한다”고 말하면서 “자유한국당은 빨갱이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들도 모두 “빨갱이다”를 따라 외쳤다.
‘자유한국당 해체를 바라는 대구시민들’은 지난 22일 처음 한국당 대구시당 앞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내달 3일 한국당 전당대회까지 피켓 시위와 주말 집회를 이어가면서 향후 활동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