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가 청와대 앞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철거했다. 경찰은 노동자를 격리시켜 구청의 철거 집행을 지원했다. 노동자들은 지난 21일부터 청와대 100m 앞에서 정리해고 및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며 농성해왔다.
종로구 공무원 20여 명은 22일 오전 10시께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 농성장 그늘막과 비닐, 밧줄 등 농성 물품을 강제로 압수했다.
공투위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집회 신고한 장소라며 집행에 저항했으나, 경찰은 노동자들을 막고 종로구가 농성장 물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 약 50명은 3인 1조로 노동자들을 강제로 떼어놓았다. 공투위는 이 과정에서 10~15분 정도 충돌이 일어나 노동자들이 넘어지고 짓밟혔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노동자 20여 명이 종로구의 침탈을 저지하여 농성장은 지켜냈다.
종로구 공무원은 농성 현장에서 “그늘막을 나무에 묶으면 안 된다”, “인근 주민이 이동에 불편을 겪는다”며 철거했다고 공투위는 밝혔다. 공무원들은 칼로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공투위는 앞선 6월 19일부터 7월 15일까지 이 장소에 집회를 신고했다. 그늘막, 비닐 등도 집회 물품으로 기재했었다.
공투위는 최근 들어 청와대, 광화문 근처 농성장을 철거하려는 시도가 계속됐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장에도 종로구 계장이 와서 농성장 앞 현수막을 끊었다. 지난 20일엔 공투위가 구청의 농성장 철거 집행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구청장을 면담하려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지난 15일엔 문재인 대통령에 요구서를 전달하려는데 경찰이 제한하기도 했다.
김세진 동양시멘트지부 사무국장(공투위 언론팀장)은 “청와대에 정리해고당한 노동자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서를 전달하고자 했지만 한 장도 전해지지 못했다”며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우리 요구를 들어달라고 시작한 농성이다. 그런데 듣기는커녕 구청이 와서 농성장을 강제로 끊고 노동자를 짓밟는 일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겉으로는 마치 노동의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탄압 당한 투쟁사업장 문제는 폭력으로 짓밟았다”며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 다음날 일어난 노동자 탄압이다. 정부가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듣지 않고, 농성을 허락하지 않는 건 이중적인 태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진짜 노동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기사제휴=참세상/김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