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군위 이주노동자 사망 양돈장 사업주 구속 수사 촉구

이주연대회의, "기계 고장나 수작업 지시...마스크도 없었다"
노동청 특별근로감독 12건 법 위반 사항 적발...구속 수사 건의
사고 즉시 작업 중지 명령 내렸다가 지난달 26일 해제

18:43

최근 경북 군위군 양돈장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사업주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5일 오전 11시 ‘대구경북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이주연대회의)’는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인권적 작업지시로 이주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업주 구속하라”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오후 2시 20분께 경북 군위군 우보면 한 양돈장에서 일하던 네팔 이주노동자 A(25) 씨, B(24) 씨 2명이 숨졌다. 양돈장 집수조 내부에 들어가 돼지 분뇨를 밖으로 빼내는 작업을 하던 중 유기물 부패 시 발생하는 유해가스인 황화가스에 중독돼 질식한 것이다.

이주연대회의는 사건 발생 하루 뒤인 지난달 13일 현장을 찾아 현장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며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이주연대회의는 “돼지 분뇨가 쌓인 정화조 청소는 원래 기계 호스를 통해 분뇨를 흡입해 제거하는데, 사건 당일 기계가 고장 나서 사장이 직접 수작업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 작업에 투입되면서 마스크 등 기본 안전 도구도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 방문 당시에도 아주 역한 냄새가 났다. 이로 미루어볼 때 고인들이 일한 정화조는 유독가스가 더 심각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주연대회의는 “더럽고,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이유로 한국 노동자가 꺼리는 작업을 하는 이주노동자의 생명권은 위협받고 있다”며 “산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안전조치와 보건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이 보장되어 자신의 생명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이주연대회의 제공]

대구고용노동청은 지난달 13일 해당 사업장 특별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 12건을 적발했다. 노동청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며, 지난 2일 검찰(대구지방검찰청 의성지원)에 사업주 구속 입건 지휘를 건의했다.

사고가 발생한 집수조 유해가스 농도 측정 결과 황화수소 농도가 25ppm으로 일반 작업장 노출 기준인 10ppm보다 높게 나타났고, 집수조 내부에 들어가 작업하기 전 유해가스 농도 측정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집수조 등 밀폐공간에 들어가 작업하는 경우 사전에 산소,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한 후 적정 상태일 때만 작업하도록 한다.

대구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에 안전보호 조치가 미비한 것이 많이 발견됐다”며 “관내 지자체와 축산 관계자들과 교육, 간담회 등을 통해 유사 사고가 나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고용노동청은 사고 당일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뒤, 현장 안전 조치를 확인한 26일 작업 중지를 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