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리 주민과 만난 김항곤 성주군수, 사드 배치 의견은 밝히지 않아

제3부지 검토 요청 이후 10개월 만에 첫 소성리 방문
"노력하겠다"면서도 사드 배치 반대 뜻은 밝히지 않아
김항곤 군수, "군수가 개인 의견을 밝힐 수는 없어..."

16:00

김항곤 성주군수가 지난해 8월 22일 사드 배치 부지로 제3부지 검토를 요청한 후 처음으로 초전면 소성리에 방문해 마을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드 배치 과정에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김항곤 군수는 “늦게 소성리에 오게 되서 주민들한테 사죄의 말씀을 드렸다”고 했지만,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6월 1일 오전 김항곤 성주군수는 사드 배치 지역인 초전면 소성리를 방문했다. [사진=오마이뉴스 정현덕 기자 제공]

1일 오전 10시 30분 소성리를 방문한 김항곤 군수는 마을회관에서 소성리 주민 30여 명과 1시간 3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군수-주민 간 비공개 간담회로 진행된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성산포대로 사드 배치 지역이 발표됐을 때와 같이 군수가 앞장서 싸워줄 것을 요구했다. 김항곤 군수는 주민들에게 늦게 방문해서 죄송하다며, 마을회관에 들어서자마자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로 때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12시 5분께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김항곤 군수는 취재진과 만나 “제가 늦게 소성리에 오게 되서 주민들한테 사죄의 말씀을 드렸고, 주민들 마음이나 내 마음이나 같다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라며 “이 문제가 국가적인 큰 문제지만, 잘 풀리기 희망하고요. 또, 내가 군수로서 문제가 풀리는데 노력을 할 게 있으면 노력을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고 말했다.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는 김항곤 성주군수 [사진=오마이뉴스 정현덕 기자 제공]

사드 배치 반대에 힘을 싣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김 군수는 “그 말씀은 안 했다. 군수가 개인의 의견을 표시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잘 이해해 달라”는 말을 끝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지속해서 질문했지만, 김항곤 군수는 차량 탑승 후 소성리를 급하게 떠났다.

간담회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성산포대로 배치됐을 때 삭발하고 혈서 썼는데, 성주군수가 3부지 골프장에 사드 배치한 것도 그때처럼 해달라고 요구했다.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현재 (구 롯데골프장 내)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 당장 발전기 소음 문제, 윤활유 폐유 처리 문제가 환경오염으로 이어지니 군수가 이 문제는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군수는 10일 내로 상황을 파악해서 소성리에 직접 방문해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석주 소성리 이장. [사진=오마이뉴스 정현덕 기자 제공]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열린 생명문화축제에서 벌어진 사드 배치 반대 주민에 대한 물리력 행사, 29일 항의 방문을 위해 소성리 주민이 방문하자 군청 출입을 폐쇄한 것과 관련해서 김 군수가 사과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석주 이장은 “지난 일과 관련해서는 ‘유감’이라는 말을 했다. 29일 문을 잠근 것은 ‘내가 시켰다’고 인정했다. 민원실 앞에서 식사를 시켜먹고 하니, 보기 안 좋으니까 현관 밖에 있으라고 문을 잠갔다고 답변했다. 앞으로 소성리 주민이 가면 꼭 만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석주 이장은 “지역 주민은 사드가 철회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소성리 주민들은 김 군수 방문 30분 전부터 마을회관 입구에서 ‘생명문화 축제 폭력행사 군수 사과하라’, ‘대놓고 주민홀대, 군수 맞나’, ‘할매 할배 폭행한 군청은 백배사죄하라’, ‘군청이 군수, 공무원 놀이터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김 군수를 맞이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은 지난해 7월 13일부터 오늘(6월 1일)까지 324일 동안 매일 촛불집회를 열고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