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지난 27일, 28일 열린 ‘2017컬러풀대구페스티벌’에 시민과 관광객 130만 명이 참여해 “글로벌 축제로의 도약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대구시 인구가 약 25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대구시민 절반이 축제에 참여한 셈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금 6억 원과 대구시비 9억 원을 합쳐 15억 원으로 시민 절반 이상이 즐긴 축제를 치러냈다면 엄청난 성과입니다.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 그런데 정말 130만 명이 참여했을까요? 근거는 무엇일까요?
대구시, “작년 88만 명보다 48% 늘어 130여만 명 참석”
대구시, “경찰이 추산한 인원이다” vs 경찰, “우리는 집회 인원도 추산 안 해”
대구시 담당공무원과 정보관의 눈대중으로 만들어진 130만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88만 명보다 48%나 늘어나 130여만 명이 참석했다고 알렸고, 언론도 이를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축제 이틀 동안 대구시는 서성네거리와 종각네거리에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축제를 열었습니다.
대구시 발표에 대다수 시민들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지난해 광화문 촛불집회에 최대 인원이 모였을 때 1백만 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서성네거리와 종각네거리 일대와 대구 도심인 동성로 일대에 사람이 꽉 들어차도 130만 명이 모이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도대체 어떻게 추산했을까요?
그래서 <뉴스민>이 따져봤습니다. 우선 130여만 명을 추산한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했습니다.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에 문의했더니, 오전 11시부터 24시까지 다녀간 연인원을 측정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측정했을까요?
문화체육관광국은 기자의 첫 문의에 아직 정확한 집계는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전문 평가기관에 맡겨 지점별로 숫자를 헤아렸고, 이를 계산하는 전문적인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경찰이 추산한 인원을 먼저 발표했다고 합니다. 27일 70만 명, 28일 60만 명을 중부경찰서가 추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에 문의했습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인원 추산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인원 추산이 논란이 된 다음 집회 인원도 추산하지 않는다. 게다가 대구시에서 주관한 축제인데 우리가 추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혹시나 해 대구 중부경찰서에도 문의했습니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경찰이 집회 및 축제 인원 추산을 하지 않은지 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경찰은 공식적으로 집회 인원을 추산해 발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추산한 적이 없다는 데 도대체 근거가 무엇입니까?”라고 대구시에 문의했습니다. 이은아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 축제진흥팀장은 “우리 과장님하고 중부서 정보관하고 인원 때문에 두 분이 말씀하셨다고 하더라. 작년하고 비교했을 때 이 정도 되는 게 아닌지 이야기했다고 하더라. 정확하게 나올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공식적으로 인원을 추산하지 않고 있고, 그렇다면 두 분이 사적으로 나눈 이야기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략 인원은 나와야 하니, 평소에 측정하는 대로 해보니 그 정도 나왔다고 하더라”며 “축제 평가기관에서는 드나드는 길목에 포인트를 열 개 정도 정해서 과학적으로 수치를 잡는다. 곧 나오는 수치가 정확할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대충 추정치를 발표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민이 직접 유추해봤습니다
전주보다 도시철도 이용객 5만 명 늘어
27일, 28일 대구시 전체 버스이용객이 115만 명
사적인 대화 과정에서 나눈 이야기가 130만 명의 근거가 됐다고 하니 허탈감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뉴스민>이 직접 추산해보기로 했습니다. 서성네거리-종각네거리 도로 진입을 통제했고, 대구시도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량을 살펴보면 130만 명이 참여했는지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선 대구시가 발표한 자료를 먼저 살펴봤습니다. 대구시는 축제 전 주인 20일(토)과 행사 당일인 27일(토) 도시철도 이용객 수를 분석해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1, 2호선 중앙로·반월당역 이용승객수를 분석했는데요, 축제 전 주보다 축제 당일 50,693명이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대구시 자료를 보면 승차 인원과 하차 인원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축제에 왔다가 간 인원까지 중복으로 포함될 확률이 높은 거지요.
그래서 <뉴스민>은 대구도시철도공사에 역별 승차인원 통계자료를 받아 분석했습니다. 도심에 들렀다가 축제 장소로 걸어 이동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중앙로·반월당역뿐만 아니라, 도심과 가까운 대구역·경대병원역도 포함해봤습니다.
20·21일 이틀 동안 중앙로·반월당·경대병원·대구역 승차인원은 모두 145,93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컬러풀대구축제가 벌어진 27일·28일 해당 역 승차인원은 195,311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약 5만 명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아, 27일 두류공원에서 열린 ‘대구청춘힙합페스티벌’도 있으니, 두류역 승차인원도 살펴봤습니다. 20일에는 9,935명이었는데, 27일에는 16,420명으로 6,500여 명이 늘어났습니다. 힙합페스티벌에는 약 2만 명 정도가 참석했습니다.
도시철도를 이용한 승객 모두가 컬러풀축제에 참여했다고 가정하면 21만 여명입니다. 버스를 타고 참여한 시민도 있겠지요. 대구시 버스운영과에 문의하니 정류장별 이용객 통계는 파악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전체 버스이용객 수는 매일 파악하고 있어 자료를 받았습니다. 27일(토) 669,706명, 28일(일) 489,159명이었습니다. 전체 이용객 수이기 때문에 전 주와 차이가 없습니다. 때문에 컬러풀축제 참여 여부를 유추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향적으로 버스이용객 전원이 컬러풀축제에 참여했다고 가정을 해보면 115만 명이 나옵니다.
축제장 주변 도시철도 승객 21만, 대구 전체 버스 이용객 115만을 더하면 136만 명이 나옵니다. 이 가정이라면 대구시가 발표한 130만 명 참석도 가능한 이야기겠지요.
대구시는 왜 이렇게 뻥튀기했을까?
시민을 대상화하는 행정 탓에 ‘숫자’에만 쏠려
대구지역 한 일간지 문화부 기자는 “축제를 특정 계층이 향유하지 않고 시민들이 즐긴다는 측면에서 컬러풀축제 취지는 좋다”며 “유동인구를 다 더한다고 해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 입원 중인 환자, 영유아를 제외하고 나면 대구시민 3명 중 2명은 참여했다는 이야기다. 누가 보더라도 말도 안 되는 인원 뻥튀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대구시는 왜 이렇게 축제 참석 인원을 뻥튀기했을까요? 시민이 준비하고 참여하는 축제여야 하는데, 시민을 관람객으로만 보는 행정 탓에 ‘숫자’에만 코드가 쏠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는 “강릉단오제 퍼레이드를 보면 주민들이 준비하고 진행한다. 그런데 대구컬러풀축제는 시민을 대상화한다. 핵심이 오거나이징(organizing, 조직하다)인데, 시민은 사라지고 축제조직위원회가 공무원들 원하는 대로 굴러간다”며 “대구시 행정이 공급자 프레임에만 갇혀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