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거리가게 정책) 우리가 거부하겠다? 여러분들이 무슨 권리가 있습니까? 솔직히 이야기하면, 여러분이 우리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권리가 어딨습니까? 여러분들만 가난합니까? 가난한 사람 많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래 하고 있잖아요. 왜 그렇습니까? 여러분이 저보다 훨씬 세요. 약하다고요? 여러분이 저보다 훨씬 세요. 이렇게 하잖아요. 몇 년을 이렇게 하는데, 어거질 쓰는데, 얼마나 더 셉니까? 여러분이 제일 세잖아요. 법 위에 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이진훈 수성구청장이 지산동 목련시장 일대 노점상 정비 사업으로 갈등을 빚은지 약 10개월 만에 노점상인과 면담에 나섰지만,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26일 오후 3시, 이진훈 청장과 목련시장 노점상인들 간에 면담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이 청장과 소관과 과장 및 팀장 그리고 목련시장 노점상인들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면담은 노점상인 측에서 입장을 설명하면, 수성구가 대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약 30분간 노점상 측 이야길 들은 이 청장은 “우리 사회가 여러분을 봐줄 만큼 봐줬다. 한계지점에 왔다”며 노점상 정비 사업에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10개월간 갈등을 끝에 가까스로 성사된 첫 면담에서 청장이 다른 대안 제시 없이 단호한 입장을 내보이자 면담 참석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 참석자는 “많이 해 먹었지 않냐, 이제 나가라는 투로 이야길 하더라”며 “대화를 하겠다기 보단 이미 우리를 내보내려고 마음먹고 나온 걸로 보였다. 돌아가서 이야길 전하니까 다른 상인분들도 이젠 싸우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고 말씀들 하시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구청장님이 이야길 듣는 것보단 자기 치적 쌓는데 집중하는 것 같더라”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이 청장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만 가난하느냐”거나 “몇 년을 이렇게 어거질 쓰는데, 얼마나 더 세냐”, “법 위에 있는 사람들 아니냐”라는 등 면담 상대방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 청장이 노골적인 비난으로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면담은 파행으로 치달았다. 쌍방이 언성을 높이는 가운데 약 40분 만에 마무리됐다.
수성구는 지난해 4월 ‘대구광역시 수성구 거리가게 허가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9월부터 노점상 정비 사업에 돌입했다. 첫 정비 구역으로 지산동 목련시장 일대로 정하고 정비 작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노점상인들과 마찰을 빚었다.
목련시장 노점상인들은 지난 22일부터 매일 오전 수성구청 앞에서 집회를 하며 수성구의 노점 정비 사업에 반발하고 있다. 수성구는 지난 10일을 전후해 목련시장을 포함한 관내 노점 중 화기를 사용하는 노점들에 계고장을 발송하면서 노점 정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