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성공하려면 관료 쓰면 안 돼…진보개혁 중심 코드인사 해야”

[뉴스민,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 (2)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19:21

[편집자 주: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기대도 많고, 우려도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시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겪은 시민들은 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뉴스민>은 지난 5월 15일 저녁 대구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66) 경북대 명예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약 1시간가량 진행한 노태맹 뉴스민 대표와 이정우 명예교수가 나눈 대담 전문도 함께 싣는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진보적 경제학자인 이정우 명예교수는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맡아 경제 정책을 이끌었다. 지대조세제, 토지공개념을 중심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는 부동산 정책을 입안했다. 당시 재벌과 관료, 보수언론은 이정우 교수가 참여정부 ‘좌파정책’ 핵심이라는 공격을 퍼부었고, 2005년 7월 정책기획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다시 대학으로 돌아왔다.

이정우 교수는 참여정부가 역대 정부 중 가장 성공한 정부라고 평가했다. 다만, 더 잘할 수 있었는데 6~70점에 그쳤다고 한다.

그는 “남북관계, 균형발전, 분배와 성장 문제. 나머지 훨씬 더 많죠.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는 역대 정부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잘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너무 자화자찬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6~70점밖에 못했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굉장히 아쉽다. 다른 정부는 50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정우 교수는 “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 노 대통령 생각은 진보와 보수를 적당히 섞어서 균형을 잡고, 조화를 이루고 그렇게 서서히 개혁해나가면 되지 않겠느냐 하셨던 것 같다. 처음에 총리 인선부터 시작해서 장관, 이런 것이 대체로 유명한 관료 출신들이 많이 포진했죠. 개혁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학계에서 몇이 들어갔는데 숫자가 몇 안 됐다”고 되돌아보면서 문재인 정부는 과감한 개혁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료와 재벌의 공격도 아팠지만, 진보 쪽 공격에 상처를 받았다는 평가도 했다. 그는 “외로운 성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막겠는데,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막을 방법이 없고, 더 깊이 찔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우리 편이라고 믿었던 한겨레, 경향이 거의 비슷하게 공격을 하고, 진보단체에서 신자유주의다 공격을 해대니 아팠다”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전제 때문이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에 이정우 교수는 “그때 진보 일색으로 갔어야 한다”며 “지나고 보면 그때 누가 짰는지 몰라도 너무 균형 조화를 했습니다. 과감하게 우리 ‘진보개혁 정부다’, 몽땅 진보개혁 인사로 짜겠다고 해야 했다. 코드인사 더 해야 했다. 이명박-박근혜는 9년 동안 보수 일색으로 짰는데, 코드인사라는 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개혁파 일색으로 짜라. 1기 내각은 적어도 그렇게 짜라. 2기, 3기가서는 탕평을 좀 해도 좋은데, 탕평 그런 말에 넘어가지 말라”며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더 과감한 인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관료와 재벌에 포획되지 않기 위한 조언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관료를 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한민국 구조에서는 보수적 관료가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이정우 교수는 “관료 출신을 정책실장이나 경제수석으로 앉히면 개혁 물 건너간다”며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매일 감동을 주고 잘하고 있는데, 그거 백번 잘하는 거보다, 정책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방 출신이 아닌, 지방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등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구의 정치, 시민사회 운동에 대한 기대도 놓지 않았다. “이번 촛불, 대선 과정을 보면 대구가 아직도 멀었고, 다른 지역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기는 하지만, 작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했다”며 “이 정도면 많이 발전했다고 격려하고,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말고, 이렇게 일하기 좋은, 일할 만한, 일해야 하는, 일했을 때 성과가 많이 나는 곳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참여정부,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성공해
지역균형발전,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압도적
복지, 분배 중심으로 예산 바꾼 것은 한국 현실에서 혁명적

노태맹(이하 노)_어떻게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바라봐야 할까요? 과거 선생님 경험을 들으면서, 과거와 같은 반복이 되지 않고 이겨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무현 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하셨기 때문에. 정태인 선생님 인터뷰를 보면 선생님이 삼성 때문에 잘렸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재벌과 관료,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테 포획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청와대에 들어가셨을 때 분위기와 상황을 들려주시고,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무현 정부가 왜 실패했을까요?
이정우(이하 이)_그게 어떻게 보느냐인데요. 실패냐 성공이냐, 보기에 따라서는 성공으로 볼 수도 있고, 실패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이런 정도로 봅니다. 왜냐하면, 역대 정부와 비교했을 때는 가장 성공적인 정부라고 봅니다. 어떤 정부보다 더 잘했다, 여러 가지 기준을 갖고 말을 했었는데요. 굉장히 잘한 게 많은데요. 잘못한 것도 꽤 많습니다. 절반 정도로 봐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실패했다 이렇게 봐요. 그렇게 믿는 사람이 또 많아요. 특히 대구에 보수적인 사람들은. 심지어 진보에서조차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굉장히 일한 사람으로서 섭섭하죠. 억울하기도 하고.

얼마 전에 연세대 박명림 교수를 만났는데, 이 양반은 해방 후 역대 정부 성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이승만 이후 모든 정부를 통틀어서 가장 일을 잘한 정부는 참여정부다, 이렇게 평가를 했어요. 그런 평가하고, 실패했다고 하는 건 천지 차이가 있다는 말이죠.

노_기대치가 또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_기대치는 높은데, 잘한 게 굉장히 많은데 그걸 너무 인정을 안 해주면, 노무현 싫어하고, 문재인 싫어하고, 이런 대구의 보수적인 시민들은 ‘봐라, 진보에서조차도 노무현 실패했다고 그러지 않느냐’ 이렇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표현을 할 때 다 잘했다고 자랑하면 안 되지만, ‘이거 이거는 잘했다’, ‘이거 이거는 못했다’ 고 하는 게 공정하고,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잘한 것 몇 가지를 들 수 있는데요. 첫째가 균형발전, 균형발전은 획기적으로 달랐고요. 역대정부는 균형발전 한 적 없거든요. 계속 수도권만 강화했고, 입으로만 지방, 균형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아무런 실천도 없었다는 말입니다. 그 정도로 무심했고. 한 게 아무것도 없죠. 그래도 참여정부에서는 균형을 굉장히 생각했고요. 180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다 내려보내고, 예산 짤 때도 그렇고, 사람을 쓸 때도 지방 사람을 많이 썼습니다. 저도 그중에 한 명이었는데요.

지방 사람이라고 하면 지방 출신이 아니고, 지방에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역대 정부에서 지방에 사는 사람을 참여정부만큼 많이 기용한 적이 없었어요. 지금 문재인 정부가 잘하고 있는데요. 아직도 인사 발표할 때마다 지방 사람이 있는지 유심히 보는데, 아직 한 명도 없어요. 문재인은 지방을 굉장히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같이 일 해봐서 잘 아는데, 인사 회의할 때마다 지방사람 없느냐부터 먼저 찾았어요. 문재인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앞으로 지방 사람을 많이 쓸 거라고 보는데, 아직은 잘 안 보이네요. 균형 발전, 지방의 중시 이거는 참여정부와 전 정부와 획기적으로 다릅니다. 다 잘했느냐, 100점이냐, 그건 아니고요. 그전 정부들이 2~30점이라면 노무현 정부는 60점은 된다 이런 뜻입니다. 지방분권 쪽으로 특히 많이 해야 했는데 많이 부족합니다.

또, 남북대화를 하고, 남북화해를 하고, 10.4선언 뒤늦게 겨우 했는데요. 2007년 가서야 했잖아요. 초기부터 하려고 했는데, 왜 안됐느냐. 대북송금 특검 때문에 북한에서도 안 만나준다고 미루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했어요. 많은 좋은 합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후속 조처가 안 나왔습니다. 곧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그런 점에서 대북관계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었는데, 그걸 못한 것이 아쉽죠.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남북관계는 잘한 것은 확실하고, 비교가 안 된다 이렇게 봅니다.

▲2003년 2월 26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 (대통령 좌측으로) 문희상 비서실장, 나종일 국가안보 보좌관, 유인태 정무수석 비서관, (대통령 우측으로) 이정우 정책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김희상 국장보좌관. [사진=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노_동의합니다.
이_예산을 복지를 중시한 것, 압도적입니다. 그전에는 경제 예산이 늘 복지예산보다 많았어요. 그걸 뒤집은 게 참여정부고, 전무후무한 일이고요. 그런 점에서 아주 잘한거죠. 역대 정부가 상상도 못하던 일을 해냈는데, 그때 보수언론으로부터 엄청나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분배만 하다가 성장 망친다, 이런 공격을 했는데, 그만큼 어려웠죠. 지금 같으면 좀 하기가 쉽습니다. 여론이 달라지고, IMF, OECD가 분배를 중시한다고 나오는 판이니까. 한 3년 전부터 바뀌었습니다. 참여정부는 십몇 년 전인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이, 좌파/빨갱이 소리 듣는 세상인데, 거기서 분배, 복지를 그렇게 하고 예산을 뒤바꾼 것은 한국 현실에서 혁명적으로 한 거예요. 그런데 도무지 인정을 안 해주고. 진보에서 노무현 실패다, 배신했다고 하는데. 주로 한-미FTA 때문에 그런데요. 뒤에 이야기합시다.

제가 3가지를 들었습니다. 남북관계, 균형발전, 분배와 성장 문제. 나머지 훨씬 더 많죠.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는 역대 정부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잘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너무 자화자찬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6~70점밖에 못했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굉장히 아쉽다. 다른 정부는 50점이 안 된다.

재벌, 관료에 포획된 참여정부
노 대통령, 진보·보수 적당히 섞어 균형잡으려 해
보수뿐 아니라 진보 쪽에서도 공격…보수 공격보다 더 아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보는 현명하게 싸워야

노_방향은 옳았는데, 이게 굴절됐다고 생각합니다. 자체 역량 부족일 수도 있고, 외부적인 조건이 문제가 생겨서 그럴 수도 있는데요. 삼성 같은 재벌들, 관료들, 언론들 때문에 굴절될 수 있는데요. 또 한 가지는, 그만큼 의지가 부족하지 않았나. 물론, 대통령 힘의 부족도 있지만, 우리 시민사회가 가진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외부환경 때문에 굴절된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가 궁금합니다. 문재인 정부도 좋은 의지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이런 환경이 바뀐 게 없다면, 결국 또 굴절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이_그런 걱정은 얼마든지 할 수 있죠. 현재 한국 현실이 그렇습니다. 재벌 힘이 막강하고, 관료들 보수화되어 있고, 언론 보수적이고, 온통 보수 세상이죠. 보수의 나라입니다. 여기서 개혁을 해내야 하는데. 노무현 정부는 당시에 꽤 개혁적으로 한 것도 있고요, 전혀 못한 것도 있고.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못한 이유는 너무 보수의 벽이 두꺼운데요. 높고. 그래도 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 노 대통령 생각은 진보와 보수를 적당히 섞어서 균형을 잡고, 조화를 이루고 그렇게 서서히 개혁해나가면 되지 않겠느냐 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에 총리 인선부터 시작해서 장관, 이런 것이 대체로 유명한 관료 출신들이 많이 포진했죠. 개혁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학계에서 몇이 들어갔는데 숫자가 몇 안 돼요.

그러다 보니까 힘에서 밀리고 개혁파는 언론의 공격 대상이니까요. 공격받으면서 일을 하는데, 진보조차도 도와주질 않았어요. 진보언론, 한겨레, 경향신문이 있었고. 바깥의 많은 단체들이 있었는데 그때 엄청나게 공격하는데요. 보수언론만이 아니고 진보에서도 공격했어요. 그때 한 말이 외로운 성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막겠는데,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막을 방법이 없고, 더 깊이 찔린다고 말했는데.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이 우리 편입니다. 우리 편이라고 믿었던 한겨레, 경향이 거의 비슷하게 공격을 하고. 진보단체에서 신자유주의다 공격을 해대고. 논조가 조중동이나 큰 차이가 없었어요.

그게 훨씬 아파요. 조중동 공격은 하나도 안 아팠어요. 이 사람들 늘 이러니까, 넘어가면 되는데. 한겨레, 경향이 공격하고, 시민단체가 공격하고, 노조가 공격하고, 이거는 진짜 방법이 없고, 힘이 쫙쫙 빠지고요. 그렇다고 봐달라는 이런 거는 아닌데. 균형을 잡고, 경중을 잡고 상황을 판단해서, 공격할 게 있으면 해야 해요. 그런데 너무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어요.

예를 들면 나이스라는 게 있었어요. 교육부에서 하던 나이스를 전교조에서 계속 공격을 했어요. 그런대로 괜찮은 장관이었던 대구 출신 윤덕홍 장관이 나이스 그거 하다가 1년도 못 가서 밀려났거든요. 그걸로 1년 싸우다가. 돌이켜보면 나이스 그게, 나이스인지 니스인지, 생활기록부 그 문제가 그렇게까지 공격할 일인가. 다음 보세요. 그 뒤에 오는 장관이 윤덕홍 장관보다 훨씬 못한 사람들이 계속 옵니다. 보수파들이. 예를 들었는데 그런 게 굉장히 많아요. 관료, 재벌, 보수언론 아성도 무섭지만, 이 힘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데 진보가 좀 현명하게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2003년 5월 28일, 참여정부 국정과제회의. 노무현 대통령, (대통령 좌측으로) 이정우 정책실장, 장영희 연구위원. [사진=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코드인사 더 해야 했는데, 코드 인사 실패
문재인 정부 성공하려면 개혁파 일색으로 짜야
2~3라면 탕평해도 좋은데, 탕평 그런 말에 넘어가지 말아야

노_저는 그 당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도 보면 의료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많았고, 정부를 상대로 싸운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 걸 보면 이 문제는 결국,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그 전제가 잘못했던 건 아닌가.
이_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때 진보 일색으로 갔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인사에 관여할 수 있지도 않았고, 임명받아서 갔고, 한 번도 측근 실세였던 적이 없는데, 지나고 보면 그때 누가 짰는지 몰라도 너무 균형 조화를 했습니다. 과감하게 우리 ‘진보개혁 정부다’, 몽땅 진보개혁 인사로 짜겠다고 해야 했어요. 코드인사 더 해야 했는데, 코드인사 실패입니다. 코드 하나도 안 맞았습니다. 이명박-박근혜는 9년 동안 보수 일색으로 짰는데, 코드인사라는 말이 사라졌어요.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개혁파 일색으로 짜라. 1기 내각은 적어도 그렇게 짜라. 2기, 3기가서는 탕평을 좀 해도 좋은데, 탕평 그런 말에 넘어가지 마시오.

노_다음은 관료 문제입니다. 뒤메닐이라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20세기 초반 사민주의가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관리자 계급이 노동자와 힘을 모았는데요. 20세기 후반으로 가면, 이 관리자 계급이 자본가와 붙어버려서 문제가 생겼다고 하고요.
이_재미있는 분석이네요.

노_중국, 베트남을 보더라도 관료들 힘이 얼마나 센지, 대통령이 지시해도 관료들이 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관리자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우리가 알다시피 모피아부터 시작해서 관리자 그룹이 굉장히 두껍습니다. 그렇다면 이 벽을 어떻게 뚫을 것인가.
이_저는 그때 개혁파 일색으로 짜지 않았기 때문에 섬이 몇 개 있었을 뿐이죠. 굉장히 힘들었고요. 장관 중에 보수적인 장관도 있고, 개혁적인 장관도 있었는데요. 무슨 일이 있어서 장관하고 의논하면, 개혁파끼리는 1분 이내에 끝나요. 1분이 안 걸려요. 그런데 보수파 장관하고 무슨 문제 가지고 이야기하면, 뻔한 것까지 다 설명해야 되고, 30분이 지나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요. 엄청 힘듭니다. 정말, 조각을 잘해야 하는데, 너무 보수-균형, 조화-균형이 문제였습니다.

모피아 힘이 세고요. 재벌과 유착된 관료들이 있고요. 문제는 그런 사람들보다는 유능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공정한 인물들이 꼭대기로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고. 보수적인 인물이 살아남아서 꼭대기로 올라갑니다. 어느 조직이던지요. 진보파/개혁파가 중간에서 다 잘려버려요. 꼭대기까지 올라가질 못해요. 그런 구조가 되어 있는 거죠. 왜? 꼭대기 사람이 다 보수니까, 위에서 내려다보는 눈이 보수의 시각에서 검사를 하고. 그리고 보수끼리는 친화력이 있고. 개혁적인 사람은 바른말 하기를 좋아하는데, 우리는 바른말 하는 사람을 싫어하잖아요. 잘하면 과장-국장까지는 올라가는데 차관-장관은 못 올라갑니다.

그게 정부 부처만 그런 게 아니고, 언론도 그렇고. 재계도 심지어 그렇고요. 어디든지 아첨을 잘하는, 능력은 좀 떨어지고, 보수적인 인물들이 꼭대기를 다 장악합니다. 이런 나라가 잘 없지 싶어요. 이게 비극입니다. 모든 조직이 보수적인 반개혁적인 인물이 꼭대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걸 확 바꿔야 하는데, 쉽지는 않죠. 혁명이 일어난다면 몰라도 혁명은 기대할 수 없고, 그렇다면 서서히 물갈이하면서 조금씩 바꿔야 하는데, 조금씩 해서 맑은 물이 들어오는 속도보다는 썩은 물이 번지는 속도가 더 빨라요. 참 어렵죠. 그래서 이번에 좋은 기회를 맞이했는데요. 김대중 정부 그걸 제대로 못 했고, 보수파를 많이 기용했고요. 그런데 그거는 DJP연합 때문에 불가피했다, 타협이었다고 할 변명의 여지가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타협할 여지가 없이 됐는데도, 너무 균형을 많이 잡은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노무현 대통령, 소문에는 굉장히 과격한 인물로 소문이 나 있는데, 지나치게 온건하고 합리적이었고, 점진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죠.

한-미FTA 재협상하자는 트럼프, ISD 빼야
그대로 가든, 재협상하는 우리나라에 득 될 일 없어
우리에게 득 안 되면 폐기하자는 쪽으로 가야

노_FTA로 넘어가면 양극화 해소와 한-미FTA가 상충하는 부분인데요. 균형이 되지 않는 걸 맞추려고 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_그때는 청와대를 나온 뒤라서 왜 한-미FTA를 갑자기 추진했는지 모릅니다. 수수께끼로 남아있어요. 비사가 밝혀질지 모르겠는데요.

노_처음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FTA를 반대하셨는지요?
이_처음 제가 일할 때 한-미FTA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제가 2005년 8월에 나왔는데, 그때까지 한-미FTA라는 말이 안 나왔고요. 2006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제가 들어가서 말렸는데요. 이미 상당히 진도가 많이 나가 있더라고요. 그때 안희정 지사, 정태인 이런 사람들 몇 명이 같이 들어가서 말리려고 노력했는데요. 2시간 대화했는데, 대통령은 상당히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요.

노_그 당시 확고한 생각을 갖게 된 이유가?
이_그건 잘 모르죠. 누가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갖게 했는지는 제가 몇 명 추측은 가는데, 심증은 가나 증거는 없는 그런 상태입니다. 몇 명이 그런 작용을 했지 않을까. 또 하나는 그때 워낙 성장이 낮고, 저성장으로 민생고가 심하고, 자영업자들 고통도 심하고, 식당 주인들이 데모하고 그럴 때니까요. 어떻게 하면 경제 살릴까. 경제 살리는데 대통령이 관심이 많고, 자나 깨나 그 생각이었어요. 그렇지만 과거처럼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반짝 경기 살리고, 역대 정부가 늘 그렇게 했거든요. 그렇게 안 한 정부 하나도 없어요. 그 점에서 그걸 한 번도 안 한 대통령이 노무현입니다. 훌륭해요. 업적 중에 하나 들어가야 합니다.

부동산 투기를 갖고, 경기 살리고 그걸로 인기 얻으려는 대통령은 부지기수로 많은데,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은데요. 유일하게 그거 안 하겠다고 고집부린 사람이 노무현입니다. 훌륭하죠. 그러나 경제가 어려우니까 해결하고 싶은 거예요. 부동산 투기 말고 해결방법이 없느냐 했을 때, 재경부는 가져오는 것은 없죠. 그러면 ‘한-미FTA를 하면 성장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보고를 합니다. KDI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몇 퍼센트 올라간다고 보고를 하고요. 과장된 것이지만 그런 보고를 하고요.

또 하나는 반미라는 콤플렉스가 있었거든요. 노무현은 반미다. 대통령 되고 미국도 안 갔다 왔고, 미국 안 다녀온 첫 대통령인가 모르겠어요. 반미 좀 하면 어때 이런 연설도 했어요. 미국에서부터 ‘이 사람 반미 아니냐’ 이렇게 보는데, 그 의심도 좀 떨쳐내고 싶은 생각도 있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경제도 좀 살리고, 반미라는 굴레와 질곡도 떨쳐내고 싶고, 그렇게 하면 늘 노무현을 인정하지 않고, 반대만 하는 저 한나라당 지지자들, 강남부자들도 어느 정도 나를 좀 인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기대가 있지 않았을까 모르겠어요. 그런 여러 가지가 합쳐져서 누군가가 솔깃한 말을 했고, 한-미FTA하면 좋아집니다 그러니까, ‘그러면 합시다’고 해서 진짜 한 거죠.

노_트럼프가 한-미FTA재협상하자고 하는데,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겠습니까?
이_원래 참여정부 때 맺었고, 이명박 정부 때 재협상을 했고, 그때는 미국이 요구해서 한 겁니다. 주 내용은 자동차에 관해서 양보하라 이겁니다. 한-미FTA를 저나 정태인 선생이 반대한 제일 큰 이유는 해봤자 무역에 이익이 별로 없다, 수출 많이 하자는 것인데 수출 안 늘어난다. 이미 미국 관세율이 거의 제로다. 관세가 낮아져서 득을 볼 산업이 별로 없는 거예요. 있는 게 2개가 있었는데, 섬유하고 자동차에요. 섬유는 원산지 증명이라는 복잡한 조항이 있어서, 돌파해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혜택을 별로 못 보고, 자동차가 유일하게 한-미FTA를 해서 수출이 늘어나길 기대하는 유일한 종목인데요. 미국이 자동차 재협상하자고 하면서 몇 년 유예했어요. 그러면 얻은 게 거의 없어진 겁니다. 재협상 때문에요. 그 대신에 투자자국가소송제, ISD라는 무시무시한 시한폭탄이 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몰라요. 그게 터지면 한 건당 천문학적인 배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막강하고요. 안 터진다고 하더라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터질까봐 겁이 나서 정부 부처에서 주체성 있는, 우리나라 이익에 맞는 정책을 잘 못하고 있어요. 걸릴까봐 겁나서.

그러면 이미 손해 보고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그런 거 이야기 안 하고, 수출 얼마 늘어나느냐 아무 소용없는 이야기에요. 자, 그런데 트럼프가 요구하잖아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동차 유예한 거 그거 취소하자. 원래 취지대로 가자, 그러면 유예 이런 건 반칙을 허용하는 거니까 안 되잖아요. 자동차도 관세 바로 떨어뜨리고, ISD 빼자. 호주는 뺐는데, 우리는 미쳐 못 뺐는데, ISD 없애자. 호주하고 미국 FTA 하면서 빼버렸거든요. 2004년에 했어요. 우리는 2006년에 했는데, 우리는 빼자 이 말조차 못 했어요. 한국 정부 관료들이 얼마나 배짱이 없었는지, 협상장에서 말도 못 꺼낸 사람들이 우리나라 정부 대표단입니다. 굴욕적인 협상이지요. 좋다, 트럼프 협상하자니까 잘됐네, ISD 빼고 유예했던 거 없애고, 바로 이렇게 합시다고 하면 됩니다. 그래도 이득을 볼 게 별로 없어요.

노_미국은 원하는 게 뭘까요?
이_자기들 무역 적자가 심하니까, 제일 큰 게 나프타에요. 멕시코-캐나다와 저걸 좀 하고 싶은데 재협상은 못 하고, 만만하니까 한국을 건드려보자는 거죠. 그렇게 해서 정치적으로 인기 좀 얻고, 그런 거죠. 한-미FTA 좀 바꾼다고 미국, 한국 얻는 게 별로 없어요. 바꾸나 전이나 큰 차이 없고요. ISD는 큰 차이가 있지만요. 트럼프는 장사꾼이고, 계산이 빠르고요. 그런 말을 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인기를 유지하자는 것이지 실제로 얻을 이익은 없습니다.

참여정부는 케인즈주의-국가개혁주의
문재인 정부는 ‘관료’ 쓰지 말아야
문 대통령 매일 감동주지만, 정책 잘하는 게 중요해

노_소득주도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 하시고,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등을 설명하시는데요. 저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책들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 상황을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로 보고 있는데요. 저는 선생님 정책들이 케인지언이라고 말씀드려도 되죠?
이_케인즈적이기도 하고요. 저는 좀 실용주의에 가깝습니다. 필요한대로 하지, 이념이나 철학을 갖고 하는 건 아닙니다.

노_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라면 적응을 하던지, 혁명하던지, 아니면 강력한 국가적 힘을 가지고 밀고 나가야 하는데요. 단순한 협의나 정책만 가지고 가능할까는 의문이 좀 있습니다. 그러면 국가가 강력한 힘으로 돌파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하는데요. 어떻습니까?
이_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제가 청와대에서 일할 때, 상황이 어땠느냐면요. 김대중 정부가 막 끝났을 때인데요. 김대중 정부는 아시다시피 외환위기 때 출발했고요. 김영상 정부가 잘못해서 외환위기를 일으켰는데 덤태기는 다 김대중 정부가 썼고요. IMF에서 이거하라, 저거하라 하는데 시장만능주의 하라고 합니다. 국가주의 청산하고. 시키는 대로 해야지 구제금융을 해주니까 시키는 대로 했어요. 그때 좀 더 버티고 고집부리고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는 해요. 저 같으면 그랬을 것 같은데. 상황이 불가능했을 수도 있죠. 어쨌든 너무 시장만능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고요. 잘못됐다고 봅니다.

참여정부는 그래서 그걸 안 합니다. 인수위 때부터 검토한 뒤에 이거는 잘못됐다, 시장만능주의로 갈 필요 없다, 민영화 잘못됐다,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런 걸 아예 잡았습니다. 참여정부는 상당한 케인즈주의-국가개혁주의로 갔습니다. IMF가 강요한 시장만능주의로 인해서 우리가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그걸 치유하는 방향으로 간 정부가 참여정부입니다. 그래서 저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많이 다르다고 봅니다. 둘 다 민주정부고, 남북화해하려고 했던 공통점도 많지만, 경제정책에서는 다릅니다. 김대중 정부는 민영화 많이 했고, 우리는 반대했고, 민영화를 하나도 하지 않은 정부입니다. 그래서 국가의 역할을 중시했고요. 그런 차이를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참여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서 문재인 정부는 정말 성공했으면 좋겠는데요. 이번에 성공 못하면 굉장히 위험해요. 진보 망하는 건 둘째치고, 나라가 망할 위기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참여정부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성공할 수 있을까. 관료와 재벌에 포획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때도 관료와 재벌에 포획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 말이 맞을 겁니다. 제가 일할 때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이정우가 청와대에 있기 때문에 재벌들이 투자를 안 한다’고 합니다. 내가 뭐 그래 대단한 사람이라고(웃음). 그런 식으로 저를 음해해서 쫓아내려고 했던 거죠. ‘이정우가 관료들하고 사이가 나빠서 일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그거 두 가지였어요.

지금도 구조는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달리 처음부터 관료와 재벌에 포획돼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정책실장, 경제수석 하마평이 막 나오는데요. 관료를 쓰면 안 됩니다. 관료 쓰면 실패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료 중에서도 보수적 관료가 있고, 개혁적 관료가 있지 않으냐고 하는데요. 있죠. 그런데 그 사람들은 밑에 있어요. 4급 과장 밑에 많이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국장-실장 넘어서서 차관, 장관까지 가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젊은 피들이 도태되는 구조니까요. 그런 구조에서 최고 관료 꼭대기는 보수입니다. 그 사람을 정책실장이나 경제수석으로 앉히면 개혁 물 건너갑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매일 감동을 주고 잘하고 있는데요. 그거 백번 잘하는 거보다, 정책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사가 만사입니다. 저도 관심을 갖고 보고 있습니다.

▲2017년 5월 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 37주기 기념식에 참석해 유가족을 위로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노무현 정부 신자유주의 아냐
진보운동-노동운동 잘해야

노_선생님 복지국가 이야기 많이 하셨는데요. 서구 복지국가 성공의 요건은 강력한 노동조합이 존재했고, 사회민주주의당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노동자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복지국가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강력하게 싸우면서, 힘이 됐다고 봅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서 상징적인 것이 광화문에서 유세할 때입니다. 광화문 광고탑에서 고공농성 할 때, 눈길 한번 안 주고 갔다는 겁니다. 안철수 후보야 원래 그렇다 치고요. 취임식하고 청와대를 가면서 가다가 차를 세우고, 그날이 내려오는 날이었습니다. 차를 세우고 악수라도 한 번 하고, 손이라도 한 번 흔들어주고 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선생님 이야기 속에서도,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고요. 노동자, 노동조합, 노동운동에 대한 고려가 너무 없지는 않나 싶습니다.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시민의 힘을 길러주는 게 좋지 않나 싶은데, 너무 도외시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_굉장히 순수, 이념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시대는 저는 지났다고 보고요. 노무현, 문재인도 평생을 노동인권변호사 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왜 노조에 눈길 한번 안 주느냐. 사실 관심도 많고, 애정도 많아요. 그걸 자꾸 뭔가 삐그러지게 만드는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점점 불신이 커진 것 같아요. 안타까운 일이에요. 노조가 너무 요구수준이 높고, 단숨에 뭘 해내려고 하고, 그런 게 강합니다. 조금만 기대 수준에 어긋나면 바로 공격이 들어와요. 심해요. 내가 이때까지 당신네 도와왔는데, 당신네마저 그러면 배신감마저 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온 것이고.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보면 가장 노조를 이해하고, 노조 편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죠. 그 사람들이 저렇게 가도록 만든 데는 본인의 책임보다는 노조가 너무 과격한 요구, 인신공격, 동지적인 신뢰 이런 것이 유지가 되어야 하는데, 너무 심하게 욕을 하고요.

배신자-신자유주의, 그런데 신자유주의 아니거든요. 김대중 정부는 IMF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자유주의 했을지 모르겠지만, 참여정부는 확 바꾸려고 했다 그 차입니다. 그 차이를 인정 안 하고 신자유주의라고 하도 욕을 해대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 그러면 우리는 좌파-신자유주의겠네요. 냉소적으로 웃으면서 말하는 겁니다. 그런 게 불신의 불신을 자꾸 쌓는 겁니다.

그래서 진보운동이 잘해야 하고, 노동운동이 잘해야 해요. 노조도 최근 기아자동차노조처럼 비정규직을 떨쳐내 버리는 노조 아닌 노조 짓을 하고 있고. 저건 노조 자격이 없죠. 이기주의 집단일 뿐이죠. 저래서 노조 욕먹는 거예요. 저래서 홍준표가 티비 토론 나와서 강성귀족노조가 한국 경제 망친다고 하는 말이 국민들한테 먹혀들어 가는 거예요. 틀린 말인데, 먹혀들어 가도록 하는 빌미를 일부 노조들이 턱도 아닌 짓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잘하면 좋은 모델로 갈 수도 있었는데 못하게 막는 게 안타깝죠.

이재명 시장이 낸 기본소득 아이디어 공약 받아야
혁신성장은 듣기 좋지만, 실현 불가능
소득주도 성장은 성공한 나라 많아
소득주도 성장으로 분배 개선해 선순환될 것

노_토지보유세 부분인데요. 당시 정책실장 하실 때 김수현 교수님 들어오셨는데요. 이 부분 밀고 나가시겠죠?
이_종부세, 밀고 나갔으면 좋겠는데 보유세 부분에 대해서 김수현 교수는 저만큼 의지가 강하지는 않습니다. 전공이 주로 도시재생 이런 쪽으로 일을 했고요. 저는 보유세 쪽 일을 했고요. 보유세 관해서는 저하고도 생각이 달라서 토론도 많이 했습니다.

노_신문들 찾아보면 선생님 밑에서 일을 했으니 이런 부분들이 기대된다고 하더라고요.
이_쓸 게 없으니까 그런 거겠죠. 최근에 공약이나 이런 데서 보유세가 대폭 빠지고, 약화되고 이렇게 해서요. 굉장히 걱정이 많죠. 그런 걸 제대로 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제일 좋은 공약을 냈었죠. 국토보유세를 만들어서 거기서 15조를 거둬서 전 국민에게 1인당 30만원 씩 나눠드리겠다. 토지배당을 지급하겠다, 그건 아주 압도적으로 좋은 내용입니다. 전 국민이 보유세 지지자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걸 문재인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호감을 표시했었어요.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아이디어, 기본소득 안에 토지배당, 지역상품권 아주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그 공약을 받아서 했으면 좋겠어요.

노_이런 정책을 안고 나갈 인물이 있습니까?
이_아직은 안 보인데, 정책실장하고 부총리하고 경제수석, 그 사람들이 발표되면 윤곽이 드러나겠죠. 그 3명이 중요하고요. 그 3명 중에서도 정책실장이 특히 중요합니다. 하마평만 오르내리는데, 하마평 믿지 마세요. 대게 다 엉터리입니다. 그거는 자가발전인 경우가 많아요.

노_노무현 정부 때도 일자리 250만 개 늘리겠다는 등 일자리 공약이 많았습니다.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한 측면도 있는데요. 문재인 정부도 일자리 공약을 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인가 의문이 듭니다. 방법이 있을까요?
이_성장이 잘 되어야지 일자리가 잘 된다는 게 보수파 주장인데, 그 말은 맞죠. 문재인 후보가 강조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만들겠다,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두 개가 대립해서 부딪혔는데요. 공공부문 일자리 부족하고요. 많이 늘려야 합니다. 큰 방향으로 옳기 때문에 계산이 조금 틀리더라도 자꾸 지지를 해야 합니다.

그래도 일자리는 민간 부분에서 나오는 게 맞고, 그러려면 성장을 해야 하는 게 맞아요. 성장을 어떻게 할까, 문재인 후보는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웠고요. 보수 쪽에서는 혁신성장을 강조합니다. 혁신성장, 말은 듣기 좋은데 참 어려운 거에요. 소득주도 성장은 실현 가능한 겁니다. 성공한 사례가 이미 많기 때문입니다. 혁신성장은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성공한 나라 있는지 물어보세요. 소득주도 성장은 성공 사례가 쌓여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할 수 있는 정책이에요. 분배 개선을 통해서 성장하겠다, 유승민 후보가 그게 분배 정책이지, 어떻게 성장정책이냐고 하는데요. 그거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분배를 잘해서 성장한다, 뉴딜이,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위기를 타개한 게 그것이고, 룰라가 성공한 것도 그것이고, 유럽 복지국가가 성공한 것도 그것이고요. 우리는 그런 거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 하자, 하면 분배도 개선하고, 성장도 좋아질 것입니다.

자영업자들 서민들 장사 엄청 안 되는데요. 해결책이 뭐냐.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죽었다 깨어나도 해결책 못 만들어냅니다. 나빠질 뿐이지요. 그 사람들은 분배를 개선해서 성장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고요. 다행히 정권교체가 됐고, 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해온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니까, 본격적으로 하면요. 순서는 이렇습니다. 분배가 처음 개선되고, 그다음 성장률 높아집니다, 그다음 일자리 생깁니다. 그러면 분배-성장-일자리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해본 적이 없어서 자꾸 안 된다고 하는데, 딴 나라가 성공했기 때문에 됩니다. 보수관료들한테 맡기면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안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개혁파가 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대구 보수의 아성이지만, 바뀌고 있어
일하기 좋은, 일해야 하는, 일했을 때 성과 많이 나는 곳
박근혜 불쌍하다는 수준 낮은 의리에서
민주주의, 정의에 대한 의리로 바꿔나가야

노_지방에 살면 훨씬 힘들기도 합니다. 대구는 훨씬 보수적이고요. 선생님은 지역 어른 아닙니까. 지역에 살면서, 지역 시민사회 운동에 대해서 조언을 좀 부탁드리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_그렇습니다. 지방에 사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모든 것은 서울로 가고, 지방에 살면 업신여기는 게 있죠. 대학교수를 해도 지방대학 교수라고 하면, 선진국 같으면 다 지방대학인데, 한국에서는 이류인 걸로 보는 잘못된 풍조가 있습니다. 게다가 대구는 보수의 아성이기 때문에 시민단체 하기 어렵고, 학자들도 어렵고, 정치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촛불, 대선 과정을 보면 대구가 아직도 멀었고, 다른 지역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기는 하지만, 작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거에요. 어린애가 걸음마를 하는데, 갑자기 달리라고 하면 무리잖아요. 이 정도면 많이 발전했다고 격려하고,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말고, 대구에서 일하는 것이 거꾸로 말하면 보람 있는 겁니다. 이렇게 일하기 좋은, 일할 만한, 일해야 하는, 일했을 때 성과가 많이 나는 곳은 없겠죠.

아프리카에 어느 부족에 가니까 신발을 아무도 안 신고 있더래요. 그래서 신발 회사 판촉 사원 두 명이 가서 보고서를 올렸는데, 한 명은 ‘희망이 없음, 철수’ 이렇게 올렸고, 또 한 명은 ‘무궁무진한 시장이 존재함’ 이렇게 보고서를 올렸다고 합니다. 물 반 컵을 보고, 반 컵밖에 안 된다는 사람이 있고, 반 컵이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대구는 보수의 아성이고, 다른 지방에서 손가락질받고 있지만, 그게 학자나 시민단체나, 정치인한테는 일할 절호의 터전이다. 이렇게 봅니다. 대구 사람들이 의리가 있기 때문에, 의리가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인정이 있습니다. 의리의 성격을 박근혜에 대한 의리, 박근혜가 불쌍하다는 수준 낮은 의리에서 이제는 수준 높은 의리로, 민주주의에 대한 의리, 정의에 대한 의리로 바꿔나가면 언젠가는 대구가 다른 지방의 존경을 받는 지방이 된다고 봅니다. 저는 대구를 떠나지 않고, 이럴수록 여기 남아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