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영, ‘명석이 니가 날 (안 쓴 돈을 썼다고)속이겠냐’고 했다”

이완영 의원, 검찰 조사 과정서 김명석 군의원과 친밀한 관계 부인
김명석, “친하고 안 하고는 본인 생각, 두, 세 달에 한 번씩 모임”

21:38

“친하고 안 하고는 본인 생각 아닌가. 자주 만난 건 사실이다. 대구 OOO 의원 자리에 출마하려고 대구에서 두, 세 달에 한 번씩 모임을 했다”
“친하니까 (이완영 의원을) 형님이라고 부르고, 이완영 의원 동생도 날 형님이라고 불렀다”
“석호익이 사퇴하는 날 가야산에서 고로쇠 물먹으러 가서 거기서 내가 이완영 의원에게 전화해서, 여기 상황이 이러니까 출마하라고 권유를 했다. 공천받고 ‘명석아 니 말대로 됐다’고 하기도 했다”
“이완영 의원이 ‘명석이 니가 날 (안 쓴 돈을 썼다고) 속이겠냐’하면서 어깨도 쳤다”

15일,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이완영 국회의원(자유한국당, 경북 고령·성주·칠곡)의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대구지방법원 형사 5단독(부장판사 이창열) 심리로 진행된 두 번째 공판은 이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명석 성주군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4시간가량 신문을 진행했다.

#1. 이완영-김명석의 친밀성
이완영, “(김명석과) 2012년 선거 기준 10년 전에 한 번 만난 사이”
김명석, “대구 모 의원 자리 출마하려고 대구에서 두, 세 달에 한 번씩 모임”

검찰 측은 이날 300개가 넘는 질문을 준비해 김명석 군의원과 이완영 의원이 친밀한 관계라는 걸 규명하고, 2012년 선거 당시 김 군의원이 이 의원 측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하게 된 경위와 제공 방법, 사용 출처 등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김 군의원은 이날 증언에 따라 본인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판사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증언하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검찰에 따르면 이완영 의원 측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명석 군의원과 친밀한 관계를 부인했다. 검찰은 “이완영 피고인은 2012년 선거 기준으로 약 10년 전에 한 번 다른 사람들과 만난 정도라고 이야기한다”며 “자주 만난 사실이 없다면서 증인과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김 군의원은 “친하고 안 하고는 본인 생각 아닌가. 자주 만난 건 사실”이라며 “대구 OOO 의원 자리에 출마하려고 대구에서 두, 세 달에 한 번씩 모임을 했다”고 말했다. 김 군의원은 또 이 의원이 대구고용노동청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대구 달서구 성서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사업상 필요한 부탁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딱 한 번 만난 사이라면 그런 부탁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김 군의원과 이 의원이 친밀한 관계였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김 군의원은 “친하니까 (이완영 의원을) 형님이라고 부르고, 이완영 의원 동생도 날 형님이라고 불렀다”라거나 “석호익이 사퇴하는 날 가야산에서 고로쇠 물먹으러 가서 거기서 내가 이완영 의원에게 전화해서, 여기 상황이 이러니까 출마하라고 권유를 했다. 공천받고 ‘명석아 니 말대로 됐다’고 하기도 했다”며 2012년 선거 당시에도 이 의원과 친밀한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2. 김명석, 돈을 빌려준 이유
선거 25일 남기고 갑작스런 공천
“이완영, 니가 날 속이겠냐”고 어깨도 쳐

▲지난달 17일 법정으로 들어서는 이완영 의원.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 측은 김 군의원이 개인적인 득을 보기 위해 본인 돈을 일부 사용한 것일 뿐 이 의원과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김 군의원이 이 의원에게 돈을 빌려주게 된 경위를 규명하는데도 애를 썼다.

검찰과 김 의원 측이 이날 증언한 내용을 종합하면, 2012년 3월 당시 애초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았던 석호익 전 KT 부회장이 여성비하 구설로 공천이 취소될 위기에 처하자 공천을 반납하고 무소속 출마했다. 당시 새누리당 환경노동위 수석전문위원이었던 이 의원은 어부지리로 이 자리에 공천돼 급하게 성주로 내려왔다.

검찰은 “이완영 피고인은 19대(2012년) 국회의원 선거 25일 전에 갑자기 공천을 받게 됐고, 선거 경험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지역 기반이 거의 없었다”며 “경쟁 후보는 18대(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경험이 있고, 19대에서도 정당 공천을 받기도 하는 등 상당한 선거경험이 있었다”고 당시 선거 판세가 이완영 의원에게 불리한 상황이었음을 상기시켰다.

김 군의원도 공천이 급작스럽게 이뤄져 이 의원은 선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당시 지역구 기초의원들도 이 의원을 돕는 데 인색했다고 증언했다. 김 군의원에 따르면 선거 초반 기초의원들은 당시 현역인 이인기 전 국회의원이 이완영 당시 후보를 도우라고 지시하기 전까진 이 후보를 돕지 않았다.

김 군의원은 “저는 이인기 의원 쪽에 전화를 해서 이완영 의원하고 이런저런 사이니까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이인기 의원 보좌관이 이 의원도 나가니까, 너무 깊이 개입하진 말라고 하기도 했다”며 “초장엔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 왔다”고 말했다.

김 군의원은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의원과 이 의원의 친구인 대학교수 이 씨, 선거관계자 배 모, 김 모 씨 등이 참여한 자리에서 대학교수 이 씨의 권유로 정치 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군의원은 “제 기억으로는 당시 이 교수가 ‘완영이 니 선거를 우예 할라고 하노’ 하니까. 이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깨끗한 정치 하라고 했다. 깨끗하게 할란다 하더라, 그런데 이 교수가 ‘촌에 정치는 안 그렇다. 성주만 해도 서울만 한데, 촌사람들 차비도 안 주면 누가 움직이겠나. 김 사장(김명석 군의원), 니가 좀 내고, 완영이 니가 끝나고 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모 교수는 이완영 의원과 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교까지 함께 나온 친구로 수사 과정에서 김 군의원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 군의원은 “오래 이야길 한 것도 아니고 커피 먹으면서 잠깐 이야기하고 나오면서 이완영 의원이 ‘명석이 니가 날 (안 쓴 돈을 썼다고) 속이겠냐’하면서 어깨도 쳤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 측 변호인은 이날 검찰 신문이 길어지면서 반대 신문을 다음 공판으로 미뤘다. 다음 공판은 6월 12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