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성주는 모두의 평화를 위해 촛불을 듭니다

5월 13일, 3차 범국민 평화행동에 함께해주세요

14:48

오월입니다. 참사 정부는 갔고, 이제 그 적폐마저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축제 분위기입니다.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도 애써 눈물 삼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왜 울상일까요. 세상이 하루 만에 바뀐 것 같은데, 아직 그들은 구조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주 이야기입니다. 지난여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촛불 든 성주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지난 7월 느닷없이 사드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들기 시작한 촛불이, 벌써 300일이 넘었습니다. 시작은 장밋빛이었습니다. 성주군청에서 매일마다 열리는 집회에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성주 군수가 함께였고, 군의원들이 함께였고, 성주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한 배를 타고 사드 반대를 외쳤습니다.

성산포대가 최적지라고 발표했던 정부는, 말을 바꿔 소성리 롯데골프장이 최적지라고 했습니다. 사드에 반대하던 성주군수는 돌연 성산포대만 빼고 다른 곳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촛불을 든 군민들 면전에서 군청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배에서 뛰어내린 1호 선장이 나왔습니다. 군의원도, 지역 유지들도 군수를 따라 이탈했습니다.

촛불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사드는 싫지만, 누군가는 이만하면 됐다고, 누군가는 싸움에 지쳐서, 누군가는 미국을 어떻게 이기느냐 체념하며, 누군가는 정부를 어떻게 이기느냐 체념하며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러면서 촛불은 불씨처럼 작아졌습니다.

촛불을 여전히 드는 사람들은 힘겹습니다. 생업도 뒷전으로 미뤘습니다.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아니, 누군가 손가락질하더라도 그들은 촛불을 들었습니다. 한반도에 사드가 필요 없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힘겨워도 촛불을 들고 버티면, 혹시나 이 참사 속에서 구조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4월 26일,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드 반대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 앞으로 사드가 지나갔습니다. 분통을 터트리고, 고함을 치고, 눈물을 흘려도 미군들은 핸드폰으로 그 모습을 촬영했고, 유유히 지나쳤습니다.

파도가 칩니다. 5월 9일 대선 결과 때문입니다. 성주의 홍준표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홍준표를 지지하는 성주에 사드를 더 가져다 놓으라고 합니다. 자기는 사드에 반대했는데, 성주 사람들은 사드에 찬성하는 홍준표를 찍었다고 분노합니다.

성주에서 촛불 드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정권 교체를 바랐던 사람들입니다. 사드 철회한다는 심상정을 찍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홍준표가 될까봐 투표장 앞에서까지 고민한 사람들입니다. 새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적폐 사드를 바로잡아주길 기대했습니다. 박근혜 씨가 파면되던 날, 소성리 주민들은 만세 삼창했고, 성주 촛불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함께 춤을 췄습니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파면 결정에 환호하는 소성리 주민들

다시 함께 춤춥시다. 힘겹게 싸우는 이들이 받는 유일한 위로는 사람들의 지지입니다. 촛불의 연대가 박근혜 씨를 감옥에 보냈듯이, 사드를 물리치는 유일한 방법도 같을 것입니다. 이제는 다시 참사가 없도록 빌어야지요. 아직 촛불을 들고 한반도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평화는 그들만의 평화가 아닙니다. 왜 홍준표를 뽑았냐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의 평화도, 그들은 원합니다.

5월 13일, 소성리에서 제3차 범국민 평화행동이 열립니다. 이들은 사드 부지를 둘러싸고 평화를 외치려 합니다. 소성리에 오면 압니다.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아직도 사람들이 손잡고 버티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