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젊을수록 심상정 찍었지만, 유승민에 뒤진 진보정당 현실

19대 대선 대구·경북 득표율로 살펴 본 진보정당의 현재
대구 달성 5.3%, 경북 구미 6.5%로 가장 높아
젊은 인구 많을수록, 고령인구 적을수록 높은 득표율
하지만 심 후보 득표율 높은 지역에서도 劉에 밀려 5위
자유당에서 돌아선 표심, 진보정당으로만 가지 않아

15:54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광장에서 벌어진 촛불집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치러진 ‘촛불 대선’은 당선자를 배출한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율 증가로도 이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선거 일주일을 앞둔 5월 3일 여론조사 결과 8~9%까지 지지율이 나왔다. 선거 결과는 6.17%(약 2백만 표)를 받아 5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이 결과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쟁취 후 치러진 13대 대선 이후 진보정당 최다 득표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득표한 3.89%(약 95만 표)를 넘는 수치다. <뉴스민>은 대구와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진보정당 후보 득표율을 분석했다.

제주 8.5%, 울산 8.4%로 1, 2위
광주·전남·전북, 평균득표율 보다는 낮지만, 문재인-안철수 이어 3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지역별 득표율.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진=다음 선거정보 갈무리]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기록한 전국 득표율 6.17%를 뛰어넘은 지역은 제주(8.51%), 울산(8.38%), 인천(7.16%), 경기(6.92%), 충남(6.79%), 대전(6.75%), 충북(6.70%), 강원(6.56%), 서울(6.47%) 순이다. 평균에 미치지 못한 지역은 전남(4.01%), 광주(4.57%), 대구(4.72%), 부산(4.85%), 전북(4.93%), 경북(5.17%), 경남(5.32%), 세종(6.14%) 순이다. 광주, 전남, 전북지역에서 심 후보 득표율은 떨어졌지만, 지역별 순위로 보면 1위 문재인, 2위 안철수 후보 다음인 3위를 차지했다.

혹자는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된 가운데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소신투표가 가능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는 민주당계-새누리당계 처지가 반대였던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결과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17대 대선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세론’이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나왔다. 결과적으로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득표율 48.67%로 26.14%에 그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전 의원이 후보로 나섰고, 3.01%를 얻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보다 떨어진 득표율이었다.

당시 선거에서 19대 대선에서 정의당이 얻은 득표율보다 높게 나온 지역은 민주노동당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울산(8.40%), 경남(5.38%)이 유이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득표율 3.89%를 기록한 16대 대선 결과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권 후보는 울산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11.41%)을 기록했다. 그다음이 충북(5.75%), 충남(5.44%), 인천(5.02%) 순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4월 30일 대구를 찾았다.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대구 달성 5.3%, 경북 구미 6.5%로 가장 높아
젊은 인구 많을수록, 고령인구 적을수록 높은 득표율
하지만 심 후보 득표율 높은 지역에서도 劉에 밀려 5위
자유당에서 돌아선 표심, 진보정당으로만 가지 않았다

기초단체별로 보면 심상정 후보는 대구 8개 구·군 가운데 달성군에서 득표율 5.3%를 기록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달성군에서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심 후보뿐만이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23.1%를 얻어 8개 구·군 가운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달성군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43.7%만 지지를 보냈다. 대구 8개 구·군 가운데 홍 후보 득표율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정의당에 대한 지지는 대구보다 경북이 더 높았다. 특히, 심 후보는 구미시에서 득표율 6.5%를 기록해 대구·경북지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전국 평균득표율보다 높은 유일한 지역이었다. 구미는 홍준표 후보가 40.2%를 얻어 경북지역 가운데 가장 적은 득표율을 기록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다음으로 심 후보는 김천시와 칠곡군에서 득표율 6%를 얻었다.

심 후보가 많은 득표를 한 지역은 대체로 50세 이상 인구가 적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심 후보가 대구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올린 곳은 달성군(5.3%), 북구(5%), 달서구(5%) 순이었다. 반대로 심 후보 득표율이 가장 저조한 지역은 서구(4.2%)와 동구(4.2%)였다.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시스템 기준]

2015년 각 기초자치단체가 발행한 통계연보 인구 기준 가운데 50세 이상 인구를 살펴보면 달성군 32.19%, 북구 31%, 달서구 31.15%지만 서구는 40.97%, 동구 38%였다. 심 후보는 50세 이상 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득표율이 낮고, 50세 미만 인구 비율이 높을수록 득표율이 높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재선 북구의원인 이영재(대구 북구 동천동, 국우동) 정의당 대구시당 공동위원장 지역구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득표율도 낮았고, 심상정 후보 득표율도 높게 나타났다. 대구 북구 중에서도 동천동과 국우동 주민 가운데 6.07%는 심상정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북구 평균 5%보다 1%가량이 더 높았다.

이영재 위원장은 “이 지역(대구 북구 칠곡지구)은 15년 전부터 풀뿌리 운동이 자리 잡기 시작한 곳이다. 또, 젊은 세대가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곳이다 보니까,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영재 위원장은 “이번 대선 결과 20대가 정치 주역으로 나서기 시작했다고 판단한다. 그동안 우리가 잘하지 못했던, 문재인도 가져가지 못했던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인정, 그리고 풀뿌리 운동의 결합이 진보정치에 대한 확장성을 키워낸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성향은 정의당 기초의원이 있는 대구 수성구에서도 드러났다. 역시 재선의원인 김성년 수성구의회 부의장 지역구는 고산1·2·3동이다. 심상정 후보는 고산동에서 득표율 4.7%를 기록했다. 수성구 평균 득표율은 4.49%이다.

마을과 기초단위에서부터 시작한 정치 활동이 진보정당을 선택하는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대구 진보정당 기초의원 최초로 부의장을 지냈고, 3선인 장태수 서구의원 지역구(비산2·3동, 비산4동, 비산6동, 평리1동, 평리3동)에서 심 후보 득표율은 서구 평균 4.23%보다 낮은 3.04%에 그쳤다. 앞서 인구통계에서 살펴봤듯 서구는 50세 인구 비율이 40.97%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대구 서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4%인데, 장태수 의원 지역구인 비산2·3동, 비산4동, 비산6동, 평리1동, 평리3동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무려 43.13%를 차지한다.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 공동위원장은 “세대에 따른 지지가 다르게 드러난 결과가 가장 큰 것 같다. 젊은 세대에서 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보편적인 현상이 그대로 나온 결과로 보인다”며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직접 만나는 사람을 보고 찍지만, 큰 선거에서는 지역 활동에 대한 평가가 득표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 활동도 중요하지만, 진보정당이 가치나 의제에 따라 정치적 선호를 강하게 드러내는 2~30대를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경북지역 정의당 득표 결과를 봐도 비슷하다. 정의당은 경북지역에 기초의원이 1명 있다. 역시 재선한 엄정애 경산시의원이다. 심 후보의 경북 득표율은 5.17%이지만, 경산시 득표율은 5.34%다. 하지만 엄정애 경산시의원 지역구(서부1동, 남부동, 남천면)에서 심 후보 득표율은 5.03%로 조금 떨어진다. 도농복합도시 특성상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가 모여 사는 지역에서 득표율은 높지만, 농촌지역으로 가면 득표율이 떨어진 현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경상북도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8.8%다. 반면, 경북 구미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6.8%에 불과하다. 경북 칠곡은 11.7%, 경북 김천은 19%다.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기준]

문재인 대통령이 1위한 행정동에서는 심 후보 득표율도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각각 33.3%, 34.5%, 30.9%로 1위를 차지한 구미시 진미동, 양포동, 공단2동에서 심상정 후보도 9.8%, 7.7%, 7.2%를 얻었다. 진미동, 양포동, 공단2동은 구미시 내에서도 2~30대 인구가 많이 모여 있는 도심이다.

앞서 살펴본 지역에서 심 후보 득표율이 높았다고 해서 확고한 진보정당 지지층이 늘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대부분 홍준표 후보 득표율이 낮았고,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이 높은 지역이다. 게다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득표율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문 후보가 1위 한 구미시 3개 행정동에서 4위는 심상정 후보가 아닌 유승민 후보였다. 이는 대구지역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김선동 민중연합당 후보의 초라한 성적표
일각에서 통합 진보정당 추진 중···쉽지 않아

민중연합당도 19대 대선에 후보를 냈다. 그러나 성적표는 초라하다. 김선동 후보는 27,229표를 얻어 득표율 0.08%에 그쳤다. 민중연합당 창당 이후 첫 선거를 치른 2016년 20대 총선에서 얻은 정당득표는 145,624표로 득표율은 0.61%였다. 지역구 후보를 내는 총선과 차이가 있지만, 단순비교하면 1년 사이에 1/8 수준으로 지지율이 떨어졌고, 3만여 명에 달한다는 진성당원 숫자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선동 후보에게 많은 지지를 보낸 전남(0.3%), 광주(0.23%)도 1%를 넘기지 못했다. 대구는 804표(0.05%), 경북은 1,308표(0.07%)를 얻는 데 그쳤다.

▲김선동 민중연합당 19대 대선 후보.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이대동 민중연합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후보가 잘 다뤄지지 않고, 여러 조건적 한계도 있었다. 그런데도 결과가 너무 떨어지는 것은 돌아봐야 할 점이 있다고 본다”며 “연내 통합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선 전 민중연합당은 무소속 윤종오, 김종훈 국회의원이 소속된 ‘민중의 꿈’과 통합 진보정당 창당을 논의했다. 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대중단체에서도 통합 진보정당 건설을 결의했지만, 빠르게 진행되지 못했다. 가장 큰 대중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의원들 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에 민중연합당과 민중의꿈은 작은 통합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이영재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선거에 후보를 낸 정당도 있고, 내지 않았던 당도 있는데 인위적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어려울 것 같다.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통합보다는 진보정당 각자가 힘을 키우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면 진보정치 전체에 대한 확장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정당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과제는 여전하다. 앞서 대구경북지역 중심으로 살펴봤지만, 자유한국당과 멀어진 시민들이 다음 차례로 진보정당을 바로 선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정당득표율 13.03%를 기록했다. 대구(11.56%)와 경북(12%)도 10%가 넘는 정당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민주당계 정부 아래 진보정당은 더 험난한 길이 예고된다. 2018년 6월 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