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9일에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위로 군 헬기가 쉴 새 없이 지나갔다. 마을회관 안방에는 90세 ‘왕노인’ 할머니 두 명이 기자를 반겼다. KBS 1TV 정오뉴스 앵커가 투표율 소식을 전하자, 할머니들은 “사드 좀 보내주이소”, “사드를 보내주소”라며 기도하듯 말했다.
두 할머니는 이미 지난 4일 사전 투표를 마쳤다. 소성리 주민들의 투표 기준은 단연 사드 철회였다. 한 할머니는 “안철수가 될랑가”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안철수가 말을 괜찮게 했으면, 말을 똑바로 밀고 나갔으면 우리가 밀어줬을 건데 말을 바꿨잖아”라며 사드 철회 당론을 뒤집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비판했다.
또 다른 할머니는 “대가 찬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며 “사드를 벌써 갖다 세워놨는데, 얼마나 대찬 사람이 들어와야 (사드) 가지고 가라고 하겠노. 보낼 거 같으면 바로 미국으로 쏴 보내면 얼마나 좋겠노”라고 말했다.
점심을 마친 오후 1시께, 사전투표를 미처 하지 못한 소성리 주민 4명은 초전면 제2투표소 초전중학교로 향했다. 마침 오전 내내 내리던 비도 그쳤다. 이들은 모두 가슴에 파란 리본을 달았다.
김학림(80) 할머니는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주저 없이 “1번 찍었지”라고 답했다. 김 할머니는 “우리는 다른 거 없다. 사드 해결이 제일 우선이다. 첫째도 사드, 둘째도 사드다”고 말했다.
한 50대 부부도 “사드도 어떻게 보면 미군이 필요해서 그런 거 같은데, 좀 그렇다”며 “우리 미래, 우리가 좀 편안했으면 좋겠어서 그런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어린 아들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이도 있었다. 정은교(37) 씨는 “안 좋은 일로 (전 대통령이) 파면돼서 마음이 그렇다”면서도 “우리 아이도 앞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졌으면 해서 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모자가 함께 투표장을 찾은 정경희(52), 한재영(23) 씨는 서로 다른 후보에 투표했다. 정 씨는 “보수정당이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찍었다”고 말했고, “아마 엄마랑 다른 후보를 찍은 거 같다”며 엄마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다.
사드 사태로 초전면 보수정당 지지가 대폭 떨어졌을 거란 예상은 조금 빗나간 듯했다. 이날 초전중학교에서 만난 주민 20여 명 가운데 절반은 여전히 보수정당을 지지한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7·80대 주민들은 여전히 전쟁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71세 한 할아버지는 “이북이 저러니까 뒤숭숭하잖아. 어떻게든 핵을 저지할 사람이 (대통령) 해야지”라며 “사드로 핵 막을 수 있다니까 그런 사람이 되야지. 그래야 나라가 되지”라고 말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마지막일 것 같아 왔다는 한 할머니(82)는 투표장을 잘못 찾아 한참을 입구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나라 주인을 옳게 뽑아야 한다”며 “나는 6.25 때 이북한테 상처를 많이 입었다. 전쟁이 제일 무서워. 높은 자리 가면 다 똑같은데, 이북만 두둔 안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소성리 주민들과 연대자들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함께 대선 투표 결과를 시청하기로 했다. 성주군청 앞 평화나비광장에서 열리는 301번째 사드 철회 촛불집회에서도 함께 투표 결과를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