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드와 싸우는 성주 사람들 이야기, 영화 ‘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

"박근혜 적폐 청산을 위해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많이 봐달라"
현수막, 티셔츠, 파란리본까지 손으로 직접만들며 힘을 모은 성주 주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달라진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17:19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북 성주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파란나비효과’가 오는 25일 개봉한다. 정식 개봉에 앞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작으로 초청돼 2차례 상영을 마쳤다. 갑작스런 결정과 기습적인 배치까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사드 배치 반대 운동에 나서며 삶이 바뀌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을 만난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성주 주민들의 시간을 기록한 박문칠 감독을 만났다.

▲영화 파란과나비효과 포스터

박문칠 감독은 “성주에서는 모든 걸 손으로 직접 만든다. 현수막, 장식, 파란나비 리본까지. 남성도 있었지만, 주로 여성들이 담당했다. 밖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은 일들 말이다. 뻔한 문구를 인쇄해서 낼 수도 있는데, 내부에서 토론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직접 만들더라. 다른 투쟁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며 사드 반대 투쟁을 이끌어 온 여성의 삶을 담아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배미영 씨, 고립된 성주를 보고 518을 떠올렸다는 이수미 씨, 7월 13일 사드 배치 발표와 함께 1인 시위에 나선 배정하 씨, 팽목항에 함께 다녀온 이국민 씨, 참외농사를 짓는 김정숙, 이희동 부부까지.

아래는 박문칠 감독 인터뷰 전문이다.

▲박문칠 감독

Q. 영화 <파란나비효과>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해 7월 18일, 성주 사드배치 철회 촛불집회 6일 차에 처음 성주에 왔다. 황교안 총리도 다녀가고, 열성적으로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성주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지 궁금했다. 처음 촛불집회를 보고 놀랐다. 감동도 받았고, 절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특히, 성주 젊은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Q.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도 대부분이 여성이다. 사드 반대 투쟁을 벌이는 사람들 가운데 특별히 ‘여성’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투쟁하는 남자들 이야기는 익숙하다. 그런데 광우병 촛불집회 때부터인가, 예전 사회운동과는 다른 흐름이 생겨난 것 같다. 여성은 투쟁에 임하거나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것처럼 아이의 안위에서 출발했던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점이 저도 궁금했다. 남자들은 사회운동이나 정치를 게임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도 한데, 여성들은 어찌 보면 가슴과 머리가 함께 움직이는 것 같다. 처음에는 자기 아이에 대한 것으로 출발한다. 그런 것이 보수적으로 귀결될 수도 있지만, 먹거리 운동이나 생태운동, 탈핵운동을 보면 사회 변화에 새로운 주체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막연한 생각을 좀 더 확인해보고 싶어서, 8월부터 10월까지 촬영했다.

Q. 그렇다면 실제로 성주의 ‘여성’을 작품에 담으면서,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
-성주에서는 모든 걸 손으로 직접 만든다. 현수막, 장식, 파란나비 리본까지. 남성도 있었지만, 주로 여성들이 담당했다. 밖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은 일들 말이다. 뻔한 문구를 인쇄해서 낼 수도 있는데, 내부에서 토론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직접 만들더라. 다른 투쟁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도시 사람들이 보기에는 미련하고 비효율적이기도 하지만, 그게 갖는 힘이 있더라.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 직접 만드는 이들 스스로도 놀라고, 자신감도 가지게 됐다. 그런 모습들이 외부 사람들에게도 자극이나 영감을 준 것 같다.

▲성주 주민들은 현수막, 티셔츠, 리본 등을 직접 만들었다.

Q. 지금은 인원이 줄었지만, 성주 사드 반대 투쟁이 확산되는데 먹거리 정보를 공유하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큰 기여를 한 것도 그런 맥락인 것 같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달라.
-미영 씨 분량이 제일 많다. 미영 씨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그동안 사회 문제에 거의 관심을 두지 못하고 지내왔다. 그러다가 사드 배치를 통해 육아와 투쟁을 병행하게 됐다. 평소에는 밝고 온화한데, 상황이 닥쳤을 때 본인도 갖고 있는지 몰랐던 변화가 일었다. 평소 정치와 사회 문제를 가질 여력이 없던 인물이 변해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5월 3일 평화 모자를 만들고 있는 ‘파란나비효과’의 주인공 배미영 씨.

이수미 씨는 의식 변화가 가장 크게 일어난 분이었다. 성주가 고립된 모습을 보고, 518이 떠올랐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518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깨지면서 보수적인 성향이 확 달라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정하 씨는 사드 배치 결정이 되자마자 1인 시위를 나서게 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성주가 고향이기 때문에 갖는 남다른 느낌도 있다. 그렇지만, 타지에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던 터라 성주라는 곳에 큰 애착이나 소속감이 없었다. 이번 싸움을 계기로 성주를 더 아끼게 됐다.

▲2016년 7월 13일부터 성주군청 앞 1인 시위에 나선 배정하 씨.

김정숙, 이희동 부부는 참외농사를 짓는 분들이다. 아이 엄마가 아니라, 참외농사를 짓는 분에게 사드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담고 싶었다. 이국민 씨와는 세월호 팽목항에 함께 다녀왔다. 의식 변화가 성주 안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외부로도 뻗어 나가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Q. 변화하는 성주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가
-외부에서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 지역이기주의부터 시작해서, 진보적인 사람들은 ‘꼴 좋다’는 조롱과 야유도 한다. 그런데 지역이기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인 평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적어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변화에 많이 놀라워하시더라. 경상도에서도 이런 식으로 생각이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Q. 성주는 지금까지도 사드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의식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사드’라는 외부적 충격도 있겠지만, 내부적으로 어떤 힘이 있었다고 느껴졌나.
-투쟁에 고비도 많았다. 하지만 잘 넘겼다. 성주라는 작은 지역에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농민회 조직도 있었고, 세월호 문제에 관심을 가진 분들도 있었다. 이재동 농민회장님같이 기존 여러 투쟁 속에서 단련된 분들이 새롭게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들이 비교적 잘 융화됐다. 1318카톡방도 먹거리를 나누던 방이었다. 바른 먹거리를 고민하는 분들이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기도 한 것 같다.

Q. 영화 <파란나비효과>를 꼭 봤으면 하는 분들이 있다면?
-사드 배치 초기에는 언론에도 많이 나오면서 관심 갖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점점 관심이 줄어들어 ‘이미 끝났겠거니’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300일 가까이 촛불집회를 열고 지금도 사드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시민들이 영화를 보고, ‘아, 저렇게 싸우고 있었구나’, ‘이런 이야기도 있었구나’라고 알게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그동안 최순실이든 다른 문제 때문에 사드 문제에 관심을 갖지 못했던 분들이 마음의 빚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렇게 박근혜 적폐가 청산되길 바라고 촛불집회에 나왔던 시민들이 영화를 보고 사드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기존 사회운동을 하는 분들도 꼭 보면 좋겠다. 관성에 젖어들거나, 난관에 봉착하거나 지쳐있을 수 있는데, 성주를 보며 새로운 운동 방식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Q. 앞서 말한 이들이 <파란나비효과>를 본다면 100만 관객 동원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개봉 일정과 기대 관객수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을 마치면 서울과 대구에서 시사회를 할 예정이다. (성주 소성리에서는 5월 2일 특별상영을 했다.) 5월 25일 개봉하는데,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영화관에서 보려면 배급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스토리펀딩 중인데, 티켓을 먼저 구매하고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고 많이 참여해 달라. 공동체상영으로 펀딩도 할 수 있다. (스토리펀딩 ‘사드배치는 또 다른 세월호 바로가기)

▲영화 ‘파란나비효과’는 다음 스토리펀딩 ‘사드배치는 또 다른 세월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스토리펀딩 갈무리]

Q. 알겠다. 뉴스민도 후원회원들 대상으로 공동체상영을 신청해야겠다. 사드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다. 10월말 까지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사드 배치가 철회되면 속편도 나오는 것 아닌가?
-최근 상황이 짤막하게 에필로그로 나오기는 한다. 관객이 100만 명 정도 본다면 속편도 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많이 봐서 성주 모습을 잘 알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