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장비 반입 이후 전국 각지 시민·종교인 등이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로 모여들고 있다. 30일 오전 8시경부터 주한미군은 사드 장비가 들어간 구 롯데골프장으로 유조차 반입을 시도했고, 이를 저지하던 주민과 충돌이 벌어졌다.
주민 2명이 다쳐 병원에 호송됐고, 2명이 성주경찰서로 연행됐다. 오전 11시께 유조차는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로 돌아갔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난 26일처럼 새벽녘에도 반입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현재(오후 7시)까지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날 12시 20분께 소성리 마을회관을 방문한 방송인 김제동 씨는 사드 장비 반입으로 분노한 성주·김천 주민들을 위로했다. 김제동 씨는 이후 진행한 집회에도 참석했고, 이날 저녁 8시 성주읍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해 전국에서 모인 시민 6백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40분부터 ‘불법 사드 반입 무효 평화행동’ 집회를 열었다.
김제동 씨는 “우리 할매, 할배들 팔 비틀고, 밥 제대로 못 드시게 하고, 할매, 할배들에게 노이로제 오게 했다면, 그것은 헌법 7조 위반이고, 헌법 제1조 위반이고. 할매, 할배들 집 앞에 경찰들 4명씩 세워놓고 집 바깥으로 나오게 하지 못했다면 헌법에 보장하는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지금 성주를 버리자, 소성리를 버리자, 국가안보를 위해서 희생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실체는 이런 상황이 오면 여러분들을 언제든지 희생시킬 사람들”이라며 “이번 휴가는 이번 연휴는 제발 소성리로 오셔서 할매할배들이 지어주시는 따뜻한 밥 한 끼도 드셔보시고,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넘어서 세계 평화 염원하는 할배할매들 눈빛을 봐 달라”고 말했다.
임순분 소성리 부녀회장은 “경찰의 적극적 비호 아래 10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을 상대로 경찰 8천 명을 투입했다. 결국 사드는 들어갔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국회의원들과 언론은 24시간 이곳에 있어 달라. 여러분들이 나가고 나면 이 고립된 마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5월 9일까지 지켜달라”고 말했다.
이어 “차기 정권은 분명히 사드문제를 제1과제로 선정해서 10일부터 분명히 이 문제 풀어나가야 한다. 이 사드가 불법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도 소성리를 찾았다. 유 의원은 거듭 “죄송하다”는 말을 했고, 성주 주민들은 “반성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사드배치에 전면적으로 함께하지 못한 것 죄송하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 당은 ‘차기 정부에 넘겨라’, ‘국회 비준 받지 않은 것은 원천 무효’를 주장한 바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사드 배치와 관련한 모든 전권을 이양해야 된다. 국회가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벌써 다섯 번째 성주를 방문한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은 박수를 받으며 발언에 나섰다. 김종대 의원은 “주민들이 평화를 외칠 때 서울에 가서 대선 후보들이 사드를 잊지 말라고 힘껏 외치겠다. 대선 후보들이 여기 직접 와보지 않고 외면한다면, 대통령 후보 출마하지 말고 미국 주지사 선거에나 나가라”며 “정의당은 작습니다만, 사드 반대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집회가 진행 중인 오후 3시 50분께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소성리 마을회관을 방문했다. 지난 2월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하며 소성리를 방문한 후 두 번째 방문이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된 후에는 29일 저녁 소성리를 찾은 김선동 민중연합당 대통령 후보에 이어 두 번째 대선 후보 방문이다. 심 후보는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마을회관과 주변에서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심상정 후보는 “경찰 만행에 대해서는 경찰청장과 황교안 권한 대행이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경찰청에 공식적으로 입장 전달하도록 하겠다. 지금 황교안 권한대행은 민감하고 중대한 사드 문제 같은 것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다른 후보들에게도 얘기하겠다. 대한민국 대통령 되려면 여기 소성리에 직접 내려와서 이 전쟁터 같은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심상정 후보는 롯데골프장과 2km 떨어진 원불교 진밭교당을 방문한 후 오후 5시께 성주를 떠났다.
성주·김천 주민들과 원불교도, 전국에서 온 평화지킴이들은 미군의 유조차 반입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1일부터 7일까지를 ‘소성리 평화주간’으로 설정하고,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24시간 지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