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 없는 대한민국 위해 투표하겠다”

대구 시민사회단체,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1:23

29일 오후 4시 동성로 축제가 한창인 대구시 중구 CGV한일극장 앞 한편에는 무지개 깃발이 가득 찼다. “나를 반대하십니까”라고 쓰인 무지개 플래카드 뒤로 사람들이 차곡차곡 메웠다.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TV 토론회에서 잇따라 성소수자 차별 발언을 쏟아내면서 대구지역 인권 단체들이 이를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

대구지역 성소수자 인권 단체인 무지개인권연대와 시민단체와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등 모두 39개 단체가 모였다.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대선 토론을 본 후 심정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 존재에 대한 부정. 토론회를 보면서 우리가 이러려고 들었나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원하는 마음으로 광장에 나갔는데, 지금 대선 후보들은 국민의 염원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아무렇지 않게 혐오와 차별을 말하는 것을 보고, 아, 정말 대한민국이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사회구나 다시 느꼈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아파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내가 원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힘들게 광장으로 나섰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대구에서는 성소수자들이 정말 얼굴을 드러내기 힘들고, 거리에 나오기 힘듭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이유로 숨어있다가는 모든 선거 때마다 후보들에게 폄하되는 존재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몇 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행동하고자 이렇게 거리에 나왔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대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성소수자 단체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촛불 광장에서도 성소수자는 ‘소수’였기 때문일까. 이들의 목소리는 촛불 대선 후보들에게 닿지 않은 듯했다. TV 토론회에 나온 후보 중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

어떤 후보는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하고, 어떤 후보는 엄벌에 처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닙니다. 정말 저는 말을 잃었습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지고, 언제까지 우리가 범법자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엄벌에 처하다니요. 그것도 성범죄를 모의한 후보가 우리를 엄벌에 처한다니요.

문재인 후보는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니 너무 이르다고 합니다. 사과이긴 하지만 뭔가 찜찜합니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차별당하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내놓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으니 지금은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것은 차별을 해결할 의지가 없고, 차기 정부에서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우리는 생각합니다. 

이날 모인 참가자들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모든 대선 후보에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오는 6월 말~7월 초, 아홉 번째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이들은 촛불 대선이 끝난 후 열리는 이 축제가 승리의 축제가 되길 기대했다.

정말 우리는 원합니다. 새로운 대한민국, 어떤 사람이든 대한민국에서 차별받지 않고 외면받지 않는 대한민국을 원합니다. 그런 사회를 위해 우리는 촛불을 들었고, 또 오는 5월 9일 투표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적은 힘이나마 거리에서 우리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하… 얘기를 하다 보니 감정이 많이 북받치는데요. 성소수자는 여러분이 지나시는 거리 곳곳에 계십니다. 여러분이 못 볼 뿐이고, 안 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