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과 자운영꽃을 짓밟으며 사드가 들어왔다. 국적을 알 수 없는 경찰 8천여 명이 벌려 놓은 틈으로 늠름하게 사드가 들어왔다. 이곳은 누구의 나라인가?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이곳은 누구의 나라인가?
보름 후면 이 나라 지도자가 바뀐다. 당선이 유력해 보이는 대선 후보는 “사드 배치 문제를 차기 정부로 미뤄 국회 비준을 비롯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설령 또 다른 유력 후보처럼 사드 배치를 찬성한다고 해도 보름 후에 나타날 새로운 지도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 옳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 나라가 이상하다.
행정 관료들이 스스로 생각하며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날 보름을 못 참았다. 국방부는 미군의 사드를 소성리로 인도했고, 경찰은 주민을 내동댕이치면서까지 친절히 안내했다. 누가 이 나라를 움직이고 있는가?
분명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배치가 대선 이후 마무리되는가 라는 질문에 “현재 진행 상황을 봐서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가 거짓말하는 능력까지 익힌 것일까? 아니면 그 윗선에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지도자가 있는 것일까? 이 나라가 이상하다.
오늘(26일) 아침 문재인 후보 측은 공보단장 논평을 통해 “국민 의사와 절차를 무시한 사드 반입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연한 반응이다. 이어 “차기 정부의 정책적 판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당은 한 번도 사드 반대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혹시 속으로 미리 귀찮은 문제를 해결해준 대통령 권한대행에, 국방부에 감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객쩍은 생각도 든다. 그렇지 않다면 차기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당에서 이 정도 모호한 반응밖에 내놓지 못할까? 스스로 움직이는 국방부를 제어할 능력이 없는 게 아닐까? 이 나라가 이상하다. 이곳은 누구의 나라인가?
성주와 김천,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 방어에 부적절함을 알고 있다. 오히려 사드가 한반도 평화를 저해한다고 주장하며 확신하고 있다. 성주는 군청 앞에서 287일째 매일 촛불을 들고 “사드 가고 평화 오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림으로만 보아오던 X-밴드 레이더가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지나는 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절망, 슬픔을 억제할 수가 없다. 이곳은 누구의 나라인가? 미국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이 나라는 누구의 나라인가?
저항하자.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저항하는 시민의 힘으로 지탱하고 움직이는 자전거다. 성주와 김천의 긴 촛불은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사드에 저항하자, 이곳이 누구의 나라인지 되물으며 분노하고, 분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