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CU 알바노동자 살해사건에 고작 ‘팝업 입장문’ 낸 BGF리테일

"애매한 문장 가득 찬 입장문...유가족에 직접 사과하라"

16:03

경북 경산 편의점 CU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알바노동자에 대해 본사가 낸 입장문을 두고 알바노조가 책임과 대책 없는 사과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4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대표이사 박재구)은 홈페이지 팝업창에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라는 입장문을 띄웠다.

BGF리테일은 “경산지역 당사 가맹점에서 일어난 근무자 사망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유가족과 CU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매장 근무 환경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BGF리테일 입장문에 ‘썩은 사과’ 스티커를 붙이는 알바노조 대구지부[사진=알바노조 대구지부]

그러면서 ▲전국 가맹점에 정기적 안전사고 예방 점검 ▲안전사고 예방 매장 개발 노력 ▲안심 카운터 등 근무 친화적 시설 단계적 도입 ▲혹시 있을지 모를 근무자 사고에 대비해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 마련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알바노조 대구지부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입장문을 올리기 이틀 전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린 후 유가족에게 사과문을 올렸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알바노조는 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이 넘도록 유가족을 찾지 않던 BGF리테일이 일방적인 사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13일 오전 11시, 알바노조 대구지부와 ‘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살해사건 해결 및 안전한 일터만들기 시민대책위원회’는 대구시 동구 BGF리테일 경북영역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 있는 사과와 대책을 요구했다.

▲BGF리테일 경북영업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알바노조 대구지부[사진=알바노조 대구지부]

이들은 “이 입장문을 사과로 인정하지 않음을 명확히 한다. 대책위가 요구한 사과는 이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직접 공개적으로 하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해당 입장은 책임 회피를 위한 애매한 문장으로 가득 차 있어 사건을 무마하고 은폐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직접 만나 공개 사과 ▲유가족에 합당한 보상 ▲안전한 일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이행 시기 약속 ▲야간 영업 유도 정책 중단 등을 요구했다.

알바노조 대구지부는 BGF리테일이 낸 입장문에 ‘썩은 사과’ 스티커를 붙여 되돌려 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경산 진량공단 편의점 CU에서 일하던 30대 알바노동자가 봉투를 공짜로 달라고 요구하던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다 살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