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전면 파업 돌입, 대체인력 투입 논란

대체인력 투입한 병원, "노조원과 사용자-근로자 관계 아니므로 불법 아냐" 노조, "원청이 법망을 피해가려는 것일뿐, 파업 방해 목적"

16:57

경북대병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병원이 대체인력을 투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오후 4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민들레분회가 경북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돌입 소식을 알렸다.(사진=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10일 12시 30분, 경북대병원 본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민들레분회는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전체 청소노동자 80여 명 중, 노조원은 모두 49명이다. 절반 이상이 파업에 참여하는 셈이다. 이들은 ▲고용불안 없이 노조할 권리 보장 ▲모든 청소노동자에 1천 원 식사 제공 ▲정기 배치전환 연 1회 ▲단체협약 승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016년 3월 경북대병원과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유)동양산업개발에 단체협약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했으나,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조정 끝에 12월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2017년 용역업체가 바뀔 수도 있다는 소식에 파업을 유보했으나, 기존 업체가 재계약 결정 이후에도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자 파업에 나섰다.

앞서 지난 3일 이계옥 민들레분회장이 지명 파업을 시작했고, 4일 간부 2명이 추가 지명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자 경북대병원은 임시직을 고용해 대체인력 2명을 투입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청소근로자 파업으로 비위생적인 환경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청소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직원들을 채용하여 위생 환경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병원 청소근로자 파업에 불법적 행위를 하지 않았으며, 이는 노조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위해 인력을 채용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 그러나 병원은 청소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맺은 사용자가 아니므로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신은정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병원이 직접 사용자는 아니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지만, 법망을 피해가는 것일 뿐이지 파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는 맞다”며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에게까지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하청업체인 (유)동양산업개발이 워크넷에 구인공고를 올려 불법 대체인력 투입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 공고는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지난 10일까지 마감으로, 채용 기간은 한 달이었다.

노조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채용 시기가 노조 전면 파업 돌입을 계획한 시기와 같다. 현재 결원도 없는 상황에서 파업 시기에 맞춰 단기 채용 인력을 구인하는 것은 파업 대체 인력이 명백하다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유)동양산업개발 관계자는 대체인력 투입 목적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5월 연휴도 있고, 연차 휴가를 쓰는 분들에 대비해서 임시직 인력을 확보하려고 했다. 대부분 나이가 있기 때문에 경조사로 인한 연차 휴가도 많다”며 “지난달 30일에 구인 공고를 접수했는데, 어제(10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우리가 (인력을 채용)하면 불법이라고 해서 인력을 못 넣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우리 요구는 소박했다. 기존 단체협약을 승계하란 것이다. 1년이 다 되도록 업체는 교섭을 질질 끌었다”며 “이렇게 또 1년을 보낼 수는 없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업체와 경북대병원에 맞서 파업을 통해 반드시 우리 요구를 쟁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