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소성리 모인 3천여 명, “불법 사드 원천 무효, 우리가 평화지킴이”

'불법 사드 원천 무효, 제2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 열려
"오늘 오신 국민 여러분을 믿고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21:38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전국에서 모인 시민 3천여 명이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한 ‘평화지킴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8일 오후 3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등 6개 단체가 모인 사드저지평화회의와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이 ‘불법 사드 원천 무효, 제2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을 열었다.

유선철 사드배치철회 김천시민대책위원장은 “한미 합의도 없고, 국회와 주민 동의도 없는 사드 배치는 원천 무효다. 미중 정상회의에서 사드 배치를 논의하는 것은 사드가 대중국용이라는 것을 밝히는 증거”라며 “사드 배치는 도리어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경제 보복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방부는 대선 전 사드를 배치하려고 혈안이다. 김천, 성주, 원불교가 앞장서 온몸으로 사드를 막을 것이다. 여러분도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마을회관 앞 체험 부스에서 평화 나비 리본을 직접 만들고, 사드 철회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다. 소성리 회관 앞 집회 무대 벽면에 평화를 소원하는 메모를 남기고, 벚꽃이 흐드러진 길목을 따라 사드 철회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4주 동안 소성리에서 ‘평화지킴이’ 활동을 한 서울 청년민중의 꿈 활동가 권순기 씨는 “4주 동안 여기서 지내면서 저희가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경찰들이 우리를 지칭할 때 ‘연대자’라고 하더라”며 “우리는 소성리 주민들의 싸움에 연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진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 공동대표(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불법 사드 장비는 당장 철거해야 한다. 사드 배치 강행으로 한반도 평화는 위협받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사드 배치는 철회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도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구속시킨 기운으로 사드도 분명히 몰아낼 수 있다. 우리 농민들이 앞장서 싸우겠다”며 연대를 약속했다.

이날 소성리 부녀회는 가요 ‘소양강 처녀’를 개사한 노래 공연을 선보였다. 임순분 소성리 부녀회장은 “소성리에도 사람이 삽니다. 오늘 오신 국민 여러분을 믿고 끝까지 싸우겠습니다”고 화답했다.

이들은 2시간 30분가량 집회 후, 약 1km 떨어진 원불교 평화교당이 있는 진밭교 삼거리 앞까지 행진했다. 진밭교 삼거리에서 약 1.5km를 올라가면 사드 배치 예정지인 옛 롯데골프장이다. 앞서 7일 법원은 롯데골프장 100m 앞까지 행진을 허용했지만, 집회 신고 시간인 오후 6시가 가까워져 행진은 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평소 경찰이 출입을 통제했던 진밭교 삼거리 너머에 서서 집회 구호를 함께 외쳤다. 매일 집회에 참석하는 소성리 주민 도금연(81) 씨는 “오늘은 이리 넘어와도 경찰이 뭐라 안카네. 경찰이 이리 못 댕기구로 한다니까”하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이 자리에서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등 5대 종단은 ‘종교인 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 종교인은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전쟁의 위험을 가중시켜 평화를 깨뜨리며, 종교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안보라는 이름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고 국민의 합리적인 사고와 판단을 마비시키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들은 오후 1시 30분 이 자리에서 합동 기도회를 열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민주노총 조합원 800여 명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사드 배치 철회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보수정당을 지지해 온 경북 지역 현실은 참담하다. 낙동강은 4대강 사업으로 썩어가고, 동해안에는 핵발전소가 몰려 있다. 이제 성주 사드로 남북간 대치 최전방이 됐다”며 “경북도민들의 투쟁은 그래서 더 절절하다. 민주노총이 썩은 보수 정치를 걸러내는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