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아래 삼성서비스지회) 첫 임금 및 단체협약(아래 임단협) 체결을 위한 교섭과 쟁의행위는 삼성서비스 투쟁, 염호석 열사 투쟁으로 흔히 불린다. 삼성이란 이름 앞에서 노동3권을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불법파견 문제까지 숨어 있었으니 더욱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삼성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은 겪었다.
민주노조운동진영에서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거둔 단체협약 체결의 성과는 무노조 삼성 76년의 역사를 마감하는 기념비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삼성바로잡기운동본부 논평)’,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을 깨트리고 금속노조의 깃발을 당당히 꽂았다(금속노조 평가서)’, ‘다윗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골리앗 삼성을 꺾은 것(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등 성과와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 분위기는 ‘블라인드 교섭’만큼이나 평가지점과 노조운동의 지향, 논쟁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암묵적 분위기의 결과로 보인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유는 ‘상대가 삼성이었고 딱히 대안도 없었고 무엇보다 삼성투쟁에 한 일이 없다’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온다.
금속노조 한 조합원 “금속노조 핵심 주체들은 모든 문제를 덮고도 남을 수준으로 삼성에 노조를 건설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 같다. 그러나 지난 해 비민주적인 교섭과정과 투쟁은 여전히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서 “노조 결성 의의를 훼손하고 싶지 않고, 노조의 자정능력으로 내부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기대 등이 섞여 논쟁점이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진보운동진영 한 활동가는 “금속노조가 왜 공개, 집단교섭 원칙을 깨고 삼성과 블라인드 교섭을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으며 증거 또한 없기 때문에 사실 ‘삼성이라서 그랬다’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상무집행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9일 ‘삼성전자서비스 염호석 열사 투쟁 및 2014년 임단협 투쟁평가(아래 평가서)’가 제출됐다. 금속노조 회의에서 몇 차례 평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완성된 평가서는 없다.
올해 3월 3월 열린 금속노조 39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도 1월 열린 ‘4차 삼성전자서비스 확대대책회의 결과’만 보고됐을 뿐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금속노조 상무집행위원회에 평가서가 2~3차례 별지로 제출됐으며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별지로 제출된 평가서는 다 수거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리고 임시대의원대회 이후 현재까지, 금속노조에서 평가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디어충청은 삼성서비스지회가 만들어지고 임단협 체결을 둘러싼 교섭과 쟁의 과정에서 사측의 노조탄압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과 최종범, 염호석 열사의 소식을 근접에서 전하고자 노력했다. 삼성이란 자본을 상대로 ‘노조’ 자체를 인정받는다는 것의 어려움도 보도했다.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왜 노조를 만들었나?’, ‘삼성에서 노조는 노동자들에게 어떤 희망과 삶의 비전을 줄 수 있을까?’, ‘삼성자본을 상대로 조직된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는 금속노조에 또는 민주노조운동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왜 블라인드 교섭이 삼성에선 용인되어야 하는가?’ ‘임단협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가치와 노동자들의 단결과 계급성은 향상되었나?’와 같은 근본적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1년여를 지켜보며 평가과정을 취재했지만 평가는 일부만의 ‘하기 싫은 숙제’ 정도였던 것 같다. 자료만 놓고 보면 최소 금속노조와 삼성서비스지회에선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비스지회 투쟁은 삼성을 상대로 한 노동3권 쟁취 투쟁일 뿐만 아니라 불법파견 논란이 있는 비정규투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염호석 열사 시신 탈취과정에서 드러나듯, 삼성을 상대한다는 것은 곧바로 국가권력과의 문제, 정치투쟁이기 때문에 다른 사업장의 노조인정 투쟁보다 주목받고 많은 연대가 있었다. 그래서 평가도 투쟁의 위상에 걸맞게 마무리 되어야 하지 않을까.
미디어충청은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 임단협 체결 1년을 즈음하여 관련 논란을 기획기사로 싣는다. ‘염호석 열사 시신탈취 과정과 이후 금속노조와 노조운동진영, 정치권의 대응’, ‘민주노조운동에서 블라인드 교섭에 대하여’, ‘블라인드 교섭 이후 계속되는 노조탄압과 삼성서비스지회의 조직력과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대응’ 등이다.
민주노조운동진영의 발전을 기대하며 관련한 기고와 토론을 기대한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정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