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관내 노점상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인 수성구(청장 이진훈)가 3일 지산동 목련시장 일대 노점상인들이 이동 영업할 구역을 확정했다. 하지만 노점상인들은 수성구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충돌이 우려된다. (관련 기사=수성구, 일방적 노점상 ‘양성화’ 논란⋯부천시는 협의만 200차례)
3일 오후 4시 30분, 지산2동 주민센터에서 ‘대구시 수성구 인자수성 거리가게 상생위원회(이하 상생위원회)’가 열렸다. 상생위원회에서 잠정허용구역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후 2시부터 목련시장 뿐 아니라 수성구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노점상인 약 40여 명이 잠정허용구역 반대 피켓을 들고 주민센터에 모여들었다.
위원회는 애초 목련시장 관계자 소수만 회의에 입회시켜 의견을 들으려 했지만, 주민센터에 모인 40여 명 모두 회의에 참관하려 하면서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배재현 수성구 도시디자인과 가로정비팀장(위원회 간사)은 목련시장 상가 건물 내부, 목련아파트 서편 인도, 목련시장 후문 등 세 곳에 나눠 거리가게를 조성하는 잠정허용구역안을 제안 설명했다. 배 팀장은 “노점에서는 이동지가 매출액이 떨어진다고 반대하는데 여건이 나쁘지는 않다”며 “이동하면 구청이 그냥 두는 게 아니라 직거래 장터라든가 야시장, 주말장터 등을 추진해서 활성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노점상인들은 하나같이 잠정허용구역은 영업이 불가능한 곳이라며 이전을 반대했다. 한 노점상인은 “제가 이 시장에 있은 지 20년이 넘었다”며 “그 사이에 외부 상인들이 왜 거기서 장사를 안 해봤겠느냐. 다 해봤지만 답이 안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모두 지금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터전을 잡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점상인도 “그동안 뜨내기 장사꾼들이 많이 왔다 갔지만, 거기가 장사가 되면 그리로 올라가지 왜 도로로 내려왔겠느냐”며 “장사가 되면 저희라도 그리로 가겠다. 하지만 거긴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목련아파트 주민이기도 하다는 노점상인은 “제가 목련 아파트 살거든요. 거기가 장사 되면 나라도 열 번이라도 먼저 자리 잡고 하겠다”며 “답답하다. 저기 가라 카면 방에 가서 죽으라는 게 낫다”고 울분을 토했다.
일부 상인들의 의견을 들은 후 김대권 위원장은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상인들에게 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점상인들은 본인들이 회의장을 벗어날 경우 수성구 뜻대로 잠정허용구역이 결정될 것을 우려해 퇴장을 거부했다. 약 20여 분간 실랑이 끝에 김대권 위원장은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회의 장소를 옮겨 속행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수성구내 모처로 장소를 옮겨 참석 인원 만장일치 찬성으로 수성구 제안대로 잠정허용구역을 결정했다.
서창호 반(反)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모든 노점상인들이 반대하는 안을 의결하면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목련시장 노점상인들은 구청에 거리가게 영업 신청을 하지 않고, 지금 자리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성구는 잠정허용구역을 결정한 만큼 다음 계획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5월까지 거리가게 운영자를 공모하고 6월까진 잠정허용구역 인도 정비 공사를 진행한다. 정비공사가 끝나면 판매대 설치 등 기반 시설물을 설치하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거리가게를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