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대구시립희망원 민간 위탁을 강행하는 대구시에 민간 위탁 철회와 탈시설 대책을 요구하며 대구시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희망원대책위)와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420장애인연대)는 30일 오후 5시께 대구시청 앞 주차장에 ‘희망캠프’ 천막을 설치했다.
조민제 희망원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늘 1일차를 시작으로 권영진 대구시장이 희망원 문제에 제대로 된 대책을 제시할 때까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구시립희망원 대구시 직접 운영 및 민간 위탁 폐기 ▲대구시 탈시설 지원 전담부서 설치 ▲거주인 탈시설 추진 및 수용시설 폐쇄 ▲대구천주교유지재단 책임자 처벌 및 법인 설립허가 취소 ▲수용시설 아닌 지역 중심 자립생활 정책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희망원대책위와 420장애인연대는 전국 6개 단체가 모인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 및 전국 장애계 대책위원회’ 300여 명과 함께 대구시 중구 천주교대구대교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36년 동안 희망원을 운영한 천주교대구대교구유지재단(이사장 조환길 대주교)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은재식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는 “그동안 희망원에서 죽어간 영혼들을 달래고, 생활인을 불법으로 감금하고 이들에게 써야 할 돈을 횡령한 천주교대구대교구에 책임을 묻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희망원 사태 중심에 조환길 대주교가 있다. 조환길 대주교와 천주교대구대교구는 당장 희망원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다.
1시간가량 집회 후, 참가자들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희망원에서 사망한 309명의 얼굴 없는 영정을 들고 대구시청 앞까지 행진했다.
오후 4시 35분께 시청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1층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민원실을 제외한 모든 입구가 경찰로 막혔다. 장애인 화장실 이용을 요구하는 참가자 일부는 민원실로 향했고, 이들과 경찰은 30분가량 실랑이를 벌이며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근배 420장애인연대 정책국장은 “희망원 문제 해결을 위해 대구시청을 찾았는데, 왜 이렇게 경찰 병력을 앞세워 막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5시 45분께 집회를 마무리하고, 시청 앞 광장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오후 7시부터 희망원 사망자 추모제를 열었다. 오는 31일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대구희망원 민간 위탁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연다.
한편, 대구시는 이날 오전 11시 대구시 달성군 대구희망원에서 민간 위탁 신청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새로운 위탁 법인의 희망원 위탁 기간은 오는 6월 1일부터 2020년 5월 31일까지 3년이다. 위탁 인수인계가 마무리될 때까지 천주교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이 계속 운영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