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5일 일어난 ‘성주 황교안 총리 뺑소니 사건’ 피해자가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관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네 번째 공판에서 황 총리 탑승 차량보다 선두에 있던 경찰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일부 공개됐다. 충돌 전까지 영상만 공개한 데 대해 피고 측은 차량 시동이 꺼지면서 이후 촬영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원고 측은 다시 시동을 건 이후 영상 공개를 요청했다.
22일 오후 3시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단독부(판사 최정인)는 성주주민 이민수(38) 씨와 아내, 자녀 등 5명이 7월 15일 당시 차량에 발길질하고 유리창을 깼던 경찰 3명(경북경찰청 김 모 경사, 김천경찰서 김 모 경정, 성주경찰서 김 모 경위)와 사고 차량을 운전한 경찰 1명(경북경찰청 전 모 경사)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네 번째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변론에서는 피고 측이 제출한 경찰 차량 블랙박스 영상 일부가 공개됐다. 피고 측이 제출한 영상은 경찰 차량이 성주읍에서 사고가 일어난 장소인 성산포대 입구(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 산 20-1)에 도착한 부분까지다. 이후 황 총리 탑승 차량과 이민수 씨 차량이 충돌한 순간과 이후 모습은 담겨 있지 않다.
피고 측 황선익(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차량 시동이 꺼지면서 블랙박스도 촬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고 측 류제모(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변호사는 “만약 여기서 시동을 꺼서 블랙박스가 촬영되지 않았다면 순찰차가 다시 시동을 걸고 난 이후 영상은 있다는 것 아니냐”며 추가 영상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자 피고 측 황선익 변호사는 “제가 받은 영상은 이게 다지만, 확인해보겠다”며 추가 영상 존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블랙박스 추가 영상 존재 여부는 이번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다. 앞선 3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도로교통공단 보고서 작성자 박 모 씨는 황 총리 탑승 차량의 앞범퍼 부분 파손이 없었다며 동시 움직임에 의한 충돌 사고에 무게를 뒀다. 피고 측은 사고 차량 수리비 견적서를 제출하면서, 앞 범퍼 손상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정차한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한 ‘뺑소니’라는 원고 측 주장과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충돌 이후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된다면, 사고 직후 황 총리 탑승 차량의 파손 부위 등이 확인될 수 있다. 블랙박스는 시동 후 작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종마다 다르다. 짧으면 5초, 길면 25초까지 도 걸린다.
지난해 7월 15일 오전 황교안 총리는 사드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하겠다며 성주를 방문했다. 성주군민들은 일방적인 통보해 항의하며 황 총리와 대화를 요구했지만, 황 총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군청을 몰래 빠져나가던 황 총리는 오후 6시 10분께 성산포대로 향했다.
이때, 이민수 씨는 황 총리를 포함한 국방부 관계자가 탑승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차량(EF소나타) 앞에 주차했다. 황 총리 탑승 사실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경찰 수행을 받는 차량 탑승자에게 사드 철회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앞서 이 씨를 지나친 경찰차에서 경찰 2명, EF소나타에서 경찰 1명이 내려, 이 씨 차량을 밀고 주먹과 발길질로 유리창을 치며 내리라고 외쳤다. 이에 이 씨의 딸(10)과 쌍둥이 아들(7)이 놀라 울기 시작했지만, 경찰은 둔기로 차량 유리를 깼다. 이후 EF소나타가 전진하며 이 씨 차량 오른쪽 뒤범퍼를 들이받은 다음 후속조치 없이 성산포대로 올라갔다.
재판부는 오는 5월 17일 오후 2시 5차 변론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