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민, ‘문명고 국정교과서 철회’ 촛불 행진 열어

문명중 학생도 촛불 참가, "학생들이 배우기 싫다는데 왜"

21:32

전국 유일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인 경산 문명고가 학생, 학부모 반대에도 연구학교를 밀어붙이자 경산지역 시민단체가 문명고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 행진에 나섰다.

15일, 오후 6시 전교조 대구⋅경북지부, 정의당 경북도당, 경북역사교사모임 등 대구⋅경북지역 41개 정당, 시민사회단체 회원으로 구성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 대책위원회’는 문명고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촛불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엄정애 경산시의원(정의당)도 참석했다.

문명고 정문 앞 삼거리에 모인 70여 명은 “국정농단 역사농단 국정교과서 폐기하라”, “역사왜곡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한다”, “국정교과서 철회하라” 등 피켓을 들었다.

이날 수업을 마치고 나온 문명중학교 학생 6명도 함께 피켓과 촛불을 들었다. 이 학생들은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으니 일찍 귀가하라’는 학교 방송을 듣고, 일부러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문명중은 지난 6일 도서관 비치용으로 국정 역사 1, 2 교과서를 주문한 바 있다.

문명중 3학년인 이 모(15) 씨는 “박스에 담겨있는 국정교과서를 봤다. 교장 선생님이 중학교도 신청했을 줄은 몰랐다”며 “우리 학교에서 문명고로 가장 많이 간다. 학생들이 배우기 싫다고 하는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국정교과서는 만든 기간도 짧고, 집필진도 부실하다. 근현대사 부분 왜곡도 심하다고 들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고 싶다”며 “교장 선생님이 취임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교장이 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다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문명고를 출발해 경산오거리를 거쳐 경산시장까지 약 2.5km를 행진했다. 대책위는 ‘달려라 하니’ 주제가를 개사해 “나 있잖아~ 역사 왜곡 없는 학교 제일 좋아 하늘 땅만큼”이라고 불렀다.

최영수 전교조 경북지부 경산지회장은 “저도 문명중학교를 졸업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며 “(연구학교가 철회되어) 문명중, 고 건물 안에도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매일 저녁 경산시장 인근에서 문명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피케팅을 열고 있다. 또, 이날 학부모대책위는 오후 6시부터 경산오거리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