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둔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탄핵 심판을 한 시간 앞두고 도금연(81) 씨는 뒷짐을 지고 마을회관으로 들어왔다. 도 씨 주변으로 사드 철회를 염원하는 소원지가 펄럭인다. 도 씨는 탄핵 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먹을 잔칫상을 준비할 참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을 떨치지는 못했다.
“밥 씨게(얼른) 해놓고 테레비(TV) 앞에 앉아야지. 오늘 잔치 할라고 밥을 두 솥이나 하고 있어. 내가 멋도 모르고 박근혜 안 찍었나. 불쌍하다고 찍었다가 우리가 이래 안 됐나. 이제 우리는 말끝마다 가스나라고 불러. 최순실이한테 홀려가지고 잘못 많이 안 저질렀나. 앞으로는 사드 보내는 거(후보) 찍을 참이라”(도금연 씨)
마을 주민 10여 명이 모여 함께 밥을 짓다 보니 어느새 텔레비전에 이정미 헌법 재판관 얼굴이 나왔다. 주민들은 뚫어져라 텔레비전을 바라보며 침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이중환 변호사가 마른침을 삼키자 회관 안에서도 ‘꿀꺽’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정미 재판관 입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무원 인사 개입, 언론자유 침해, 세월호 참사 책임으로는 탄핵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자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고, 주민 여(80) 모 씨는 가슴을 쳤다.
하지만 최서원(최순실)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대목에 이르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말이 떨어지자 주민들은 수런수런 말뜻을 따라잡기 위해 대화를 나눴다. 급기야 도 씨가 “3년 막힌 속이 이제 내려간다”고 외쳤고, 주민들은 만세삼창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만세!”
노성화(63)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촛불지킴단장이 “만장일치로 탄핵이랍니다”라고 설명하자, 다시 한번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여 할머니: 이야~ 우리 태극기 들고 한 바퀴 돌자! 우리 오늘 점심 맛나겠다!
도금연: 오늘 밥 두 통 해놨다. 실컷 먹어보자
여 할머니: 가스나 저거 때메 밥맛이 없었어. 이제 밥 먹으면 맛나겠다. 많이 먹어야지. 이제 앞으로 사드가 문제다. 사드 때문에 이래 좋은 날에도 가슴 한쪽 구석에 마음이 답답해. 누구든지 사드 보내는 사람 이제 찍을 거라. 이제 숨 좀 쉬자!
함께 방송을 지켜보던 노성화 단장도 한마디 거든다.
“오늘 5시에 일어나서 8명 전원 탄핵 찬성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되돌아보면 박근혜 사고 친 것밖에 기억이 안 나요. 위안부 합의, 세월호. 이제 거기에 따라 책임을 져야지. 역사가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이명박도 거부한 MD를 박근혜 와서 국민도 무시하고 정치권도 무시하고 졸속으로 안 했습니까. 이제 탄핵 됐으니까 해법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대선 기간이니까 앞으로 사드 문제가 부각될 거고 사드 유용성이 없다는 쪽으로 될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소식에 소성리는 물론 성주 곳곳에서 잔칫상이 펼쳐졌다.
김상화(38) 씨는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방송으로 봤다. 처음에는 가슴 졸였는데 최순실 사건으로 탄핵 인용돼 우리도 만세 부르고 껴안고 난리 났다”라며 “박근혜 탄핵됐다고 시장에서 외치다가 나는 대가면 작목반 모임에 와서 다시 잔치하고 있다. 성주 곳곳에서 잔치 분위기다. 박근혜가 탄핵됐으니 사드 해결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도 탄핵 인용 소식에 곧바로 환영 입장을 발표했다. 투쟁위는 “박근혜 탄핵 인용을 환영한다. 사필귀정”이라며 “사드배치에 대해서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 사드 배치 결정은 한미간의 공식 합의문건도 없이 결정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대표적 사례이며, 한반도를 긴장과 전쟁위기로 몰아넣고, 한국 경제를 고사시킬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사드배치 절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에 부역해서 불법적인 사드배치에 앞장서 온 김관진, 황교안, 한민구, 윤병세 또한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성주투쟁위는 이날 오후 7시 30분에 열릴 촛불집회에서도 잔치국수를 끓여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