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집회하는 분들이 저희 회사 근로자도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한 달 넘게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덤프트럭 노동자들에게 원청 업체가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9일 오후 대구 북구 노원동 (주)홈센타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는 “특별하게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7일부터 회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덤프트럭 노동자들을 향해 “우리 직원이 아니”라거나 “사업자들이다. 운행하는 만큼 돈 받아간 사람들”이라며 특수고용 노동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발언만 이어갔다.
문제는 이 관계자 주장처럼 덤프트럭 노동자들이 단순히 “운행한 만큼 돈을 받아가던 사업자”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련 내용에 노조와 업체가 합의한 문서에 (주)홈센타 대표가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3월 (주)홈센타 대표 박병준 씨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와 조합원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노조가 (주)홈센타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덤프트럭 노동자들이 근무하던 (주)황재물류는 박병준 씨 등이 출자해 설립한 (주)홈센타 자회사다. 박 씨가 2015년 합의 당시 직접 서명한 것도 그런 연유다.
업체 관계자는 여기에 대해서도 “저희 회사 대표께서 그 사람들 고용 합의서 쓴 것에 대해선 어떤 직위를 갖고 쓴 건지 모른다”며 “정확한 내용은 대표에게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황재분회는 천막농성과 매주 본사 앞 집회를 이어오고 있지만, 업체는 대화에도 성실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노조와 업체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지난달 22일과 지난 7일 두 차례에 불과하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7일 만남에서 노조는 합의서에 따른 고용승계를 요청했고, 업체는 논의해보겠다는 답변만 남긴 상태다. 박수찬 노조 분회장은 “D업체랑 운반 계약을 했다고 하는데 그건 핑계”라며 “실제로 D업체가 골재운반업을 하는 회사도 아니다. 결자해지 해야 한다. 본인이 고용승계한다고 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박 분회장은 “15일까지 답변이 없으면 전국 건설노조가 대구로 내려와 총력 투쟁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권택흥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도 9일 오후 (주)홈센타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박병준 대표가 요구에 답하지 않으면 15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대의원대회를 통해 모든 역량을 홈센타 투쟁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