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 학부모 5명이 이영우 경상북도 교육감을 상대로 낸 ‘연구학교 지정처분의 효력정지(집행정지) 신청’ 첫 심리가 9일 열렸다. 학교운영위원회 의결과정과 교원동의율 행정 지침에 대한 위법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하지만 심리에 참석한 교육부 국정교과서 담당 공무원은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하기보다 국정교과서 완성도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했다.
학운위 일사부재리⋅교원 동의율 지침 위반 쟁점
9일 오전 11시 20분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손현찬)는 문명고등학교 학부모 5명이 이영우 경상북도 교육감을 상대로 낸 ‘연구학교 지정처분의 효력정지(집행정지) 신청’ 첫 심리를 열었다.
학부모 측은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으로 헌법 제10조 인격권과 자기결정권, 제19조 양심의 자유, 제31조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연구학교 지정 효력정지가 필요한 이유로 ▲학교운영위원회 일사부재리 원칙 위배 ▲연구학교 교원 동의율 행정 지침 위배 등 위법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측 대리인 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일현)는 “학교운영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2:7로 부결된 뒤 교장 설득으로 5:4로 바뀐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으로, 이 의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며 “경북항공고가 학운위 결정 과정이 없어 연구학교에 탈락한 것과 동일하게 봐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 의결 자체가 부존재한데 이 학교 연구학교 지정은 위법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경북교육청 연구학교 운영 지침은 교원 동의율 80%를 충족해야 하지만, 이를 충족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며 “교장은 73% 동의를 얻었다고 하지만, 그 이후 교사들 내부적으로 동의율은 현재 50% 아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영우 교육감 측 대리인 서규영 변호사(정부법무공단)는 “학교운영위원회 의결과 관련해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며 “설사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이라도 신청 단계에서 하나의 절차일 뿐 이것이 연구학교 지정에 하자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교원 동의율은 원래 8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행정 지침이 있었다. 필요에 의해 지침을 관리하는 교육청이 이 사건에는 적용을 제외했다”며 “적법성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직원 내려와 국정교과서 옹호 발언
학부모들, “벌떡 일어나 나오고 싶었다”
이날 심리에 참석한 교육부 국정교과서 담당 공무원은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하기보다 국정교과서 완성도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해 학부모들의 원성을 샀다.
학부모 측 대리인 이영기(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는 “국정교과서는 헌법 제31조 4항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모두 위배한 위헌적인 교과서다. 문명고 1학년은 선택의 여지 없이 국정교과서를 배우게 된다”며 “위헌적인 국정교과서를 기초한 연구학교 지정 자체가 위헌,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규영 변호사는 “이 제도는 국가 정책에 의해 교육부가 주관하는 정책이다. 불행하게도 국정교과서 연구학교가 문명고로 유일한데, 이것을 못하게 막는다면 관련 연구를 할 수 없다”며 “1곳이라도 연구해서 국가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방청석에 앉은 10여 명의 학부모 사이에서 한숨 소리가 연신 터져 나왔다. 이어 교육부 박희동 기획팀장(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기획팀 담당과장)이 “오해하는 부분을 말씀드리겠다”며 발언권을 얻어 국정교과서 옹호에 나섰다.
박희동 팀장은 “문명고는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하고, 부교재로 검정교과서를 함께 쓴다. 국, 검정 혼용할 수 있는 건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지, 단일 교과서로 배운다는 문제는 바뀌기 전 주장”이라며 “수능에서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오류가 많다는 지적도 현재는 상당히 수정⋅보완되어 완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류투성이라는 언론보도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다른 검정교과서도 많은 오류가 있었음에도 전 국민에게 공개해 오류를 검토할 기회를 가진 교과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리는 40여 분 동안 진행됐다. 방청한 학부모들은 “교육부 직원이 이야기할 때는 정말 벌떡 일어나서 나오고 싶었다”며 “교육감 대리인이나 교육부나 하는 말이 우리 교장 선생님이랑 다를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까지 추가 자료를 받은 뒤, 2~3일 후 다시 심리를 열고 효력정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