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드 들어왔다는 소식 듣고 며칠 동안 할머니들이랑 계속 울기만 했어요. 사람만 보면 눈물이 났어요. 정부가 이제 정말로 우리를 버렸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 주민 임순분 씨)
국방부가 사드 일부분의 한반도 전개를 발표한 다음 날인 8일 오후 2시, 성주·김천주민과 원불교도 300여 명은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모여 “법 절차 무시한 알 박기 사드가 원천 무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집회에서 주민들은 이전보다 강한 어조로 답답한 심정을 쏟아 냈다. 마이크를 잡은 이들은 결사항전과 사무여한(죽어도 여한이 없다)을 말하며 국방부의 사드 배치 강행에 저항을 예고했다.
소성리 마을회관은 지난 1일 새마을기를 내리고 건 파란 평화나비 깃발이 나부꼈다. 평화나비 깃발 아래 주민들은 저마다 ‘결사항전’, ‘단결투쟁’, ‘사드반대’ 등이 적힌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언론에 대한 불신도 여전했다. 여러 방송사 촬영기자 사이에 서 있는 JTBC를 발견한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JTBC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희주 김천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대한민국 언론은 JTBC 빼고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데 아직도 어제 사드가 들어왔는데도 잘못하고 있습니다”라며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성주, 김천주민들은 사드 배치가 절차를 지키지 않은 불법 행위라며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종경 김천대책위 공동위원장은 “평화로운 대한민국이 불법 사드배치에 점령당했다. 법적 근거 없이 비밀 협상으로 전쟁무기를 국민적 동의도 없이 국방부가 진행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원천무효고 불법이다. 어떤 물리력을 감수하고서라도 온몸으로 불법 사드를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희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5천 년 역사 이래 가장 패악스러운 박근혜 정부가 우리 국가 안보를 미국놈들한테 재고떨이했다. 아베와 트럼프가 비웃는다”라며 “저는 오늘부터 반정부 투쟁을 선언한다. 그것이 국가 이익을 위한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혜 원불교 교무(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는 “이곳은 정산종사가 태어난 원불교 성지다. 이곳에서 전쟁무기와 공존할 수 없다. 우리는 사무여한의 정신으로 원불교 성지를 지킬 것”이라며 “성지를 지키는 것이 동남아 전체, 대한민국 평화를 지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순분 소성리 부녀회장은 “이제 우리는 눈물도 말라버렸다. 정신 다시 차려서 앞으로 투쟁 단계를 더 높여 갈 거다. 지금까지는 평화적으로 합법적으로 했지만, 정부가 저렇게 불법으로 하는데 우리만 법을 지키라고 하는 거냐. 투쟁의 단계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가 1시간가량 이어진 후 오후 3시경, 참가자들은 사드 배치 예정지역인 롯데골프장을 향해 행진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매일 철야농성을 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