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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희망원 생활인 인권유린, 비리 문제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생활인 감금 사건으로 불구속기소된 대구시립희망원 전·현직 원장 2명은 생활인 감금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 혐의는 부인했다.
8일 오전 10시 50분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단독부(판사 염경호)는 대구시립희망원 생활인 감금 사건 1차 공판을 열었다. 김 모(63) 전 총괄원장 신부와 박 모(58) 성요한의집 원장은 심리안정실 격리 및 감금 사실은 인정했으나, 공모 혐의는 부인했다. 함께 불구속기소된 사무국장 3명, 팀장 2명은 공소 사실과 공동정범 여부 모두 인정했다.
공소 사실에 따르면, 김 모 전 총괄원장 신부는 흡연 등 내부 규칙을 위반한 생활인 92명을 111회에 걸쳐 모두 885일 동안 심리안정실에 강제로 격리해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모 원장도 지난해 6월까지 생활인 206명을 292회에 걸쳐 모두 2,210일 동안 심리안정실에 강제로 격리해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의 묵시적 또는 명시적 승인 아래 함께 기소된 사무국장 등의 생활인 감금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신부 변호인 측은 “공소 사실은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법리적으로 공동정범 여부는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박 원장 변호인 측도 “사실관계는 인정한다. 공모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서를 제출했으니 판단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 희망원 직원, 생활인, 한국노숙인복지시설 간부 등 3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재판부에 심리안정실 현장 검증을 요청했다.
피고 변호인 측은 “심리안정실은 완전히 폐쇄된 곳이 아니라 생활인이 자숙하도록 마련된 별도의 방으로, 느슨한 형태로 운영됐다. 또 대구 시내에 위치하고, 현장이 아직 대부분 보존되어 있다”며 현장 검증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구시립희망원 내 심리안정실은 1인실 독방으로 병실 침대 등이 마련돼 있고, 밖에서 문을 잠글 수 있다.
이날 첫 재판은 25분여 만에 끝났다. 재판을 방청한 은재식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는 “잘못은 했지만, 공모한 건 아니라는 게 완전 박근혜와 똑같다”고 지적했다. 박명애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심리안정실이 대구 시내에 있으면 감금을 해도 괜찮다는 말이냐. 정말 황당한 주장이다”고 꼬집었다.
이날 재판에 앞서 오전 10시 희망원대책위는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 재판이 시작되는 오늘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시작을 알리는 분기점”이라며 “법원은 성역없는 판결로 신부 등 관련자 전원을 엄단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인권 유린 비리 사건과 관련해 업무과실상치사 및 감금 급식비 횡령 등으로 구속된 배 모(63) 전 대구시립희망원장 등 전⋅현직 임직원 18명과 달성군 공무원 2명 등 25명이 입건됐고, 이 중 7명이 구속기소, 16명이 불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