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고, 3일 방송 입학식…교장 “시위 곧 진정될 것…학생들 언론에 세뇌당해”

검정교과서 좌편향 주장하던 '해묵은' 동영상으로 설득?
신입생들, "다시 생각해서 마음을 바꾸셨으면 좋겠다"

21:31

경산 문명고 김태동 교장이 3일 오전 학내 방송으로 대체한 입학식에서 ‘시위는 곧 진정될 것이니 신경 쓰지 마라’, ‘학생들이 언론에 세뇌당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중·고교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문명고는 2일 입학식이 취소됐다.

이날 오전 10시께 문명고는 1학년 신입생 6개 반을 대상으로 학내 방송 중계로 입학식을 대체했다. 1학년 학생 대표가 나와 입학 선서를 하고, 김태동 교장이 10여 분 동안 훈화했다. 이어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2015년 국정화 확정 고시를 발표한 대국민담화 영상을 15분가량 상영했다.

▲문명고 김태동 교장

1학년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태동 교장은 훈화 말씀 중 “시위는 곧 진정될 것이니 신경 쓰지 마라”, “학생들이 언론에 세뇌당했다”고 말했다.

신입생 A 씨(16)는 “어이가 없었다. 학생들도 나서서 시위하고 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다니…교장 선생님은 그냥 이렇게 계속 밀고 나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신입생 B 씨(16)도 “저희 생각이 언론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말씀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며 “어떻게 보면 오늘 처음으로 교장 선생님과 정식으로 만났는데…교장 선생님이 다시 생각해서 마음을 바꾸셨으면 좋겠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일, 문명고 신입생과 학부모들이 국정교과서 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자 문명고는 9분 만에 입학식을 끝냈다.

이날 입학식에 사용한 영상은 황교안 총리가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명고 신입생 C 씨(16)는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시고, 15분 동안 국정교과서를 옹호하는 황교안 총리 대국민 담화를 틀어줬다. 핸드폰만 있었으면 영상을 찍거나 녹음을 하려고 했다”며 “그 영상에 (우리가) 쉽게 설득될 걸 노리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뉴스민>은 김태동 교장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명고 신입생은 현재(3일)까지도 한국사 교과서를 받지 못했다. 이날 한국사 시간에는 교재 없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역사 담당 교사가 국정교과서 연구 수업 거부를 선언한 탓인지, 연구 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는 없었다.

문명고는 연구 수업을 위해 시간 강사를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동 교장은 3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수업을 하겠다는 네 번째 교사를 찾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문명고는 역사 시간 강사 채용 등 인사 변동 보고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