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선정된 경북 경산 문명고 역사 담당 교사가 국정교과서로 수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명고에는 역사 담당 교사가 한 명이다.
21일 문명고 복수의 교사들에 따르면, 역사 담당 교사인 서 모 씨가 “국정교과서로 연구 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지난 20일 교장 김태동 씨는 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들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 서명을 모아 교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 20일 병가를 쓰고 출근하지 않았던 교장 김 씨는 오후 3시 30분께 학교를 찾아 교사 30여 명을 모아 회의를 열었다. 김 씨 주재로 열린 이 회의에서 김 씨는 20분가량 연설을 하며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추진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에 일부 교사들은 “철회해달라”, “교장 선생님이 해결해 달라”는 등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했다.
회의가 끝날 무렵 역사 교사 서 모 씨는 “연구학교를 추진하고 싶지 않다”, “학생들 보기에도 그렇고 이 교과서로 수업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등 국정교과서로 수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명고 국어 담당 교사 최재영 씨는 “어제(20일) 질의응답이 끝나가는 말미에 역사 선생님께서 연구학교를 추진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다”며 “오늘도(21일) 세부 계획안 작성에 대해 물어보니 그럴 생각 없다고 하셨다. 어제 그 한마디로 정리가 됐다고 대답하셨다”고 말했다. 문명고는 오는 3월 10일까지 연구학교 운영 세부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문명고 또 다른 교사는 “역사 담당 선생님이 어제 연구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표하셨다. 역사 선생님 본인으로서도 국정교과서를 직접 담당하고 주관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기존 검인정 교과서와 비교해 오류나 차이점을 연구하겠다는 게 목표였는데, 그건 (국정교과서를 신청하기 위한) 궁색한 변명이다”고 말했다.
교장, “중학교-고등학교 역사교사 교체해서라도 진행”
중학교 역사 교사는 기간제···기간제 교사가 책임 떠맡을 수도
역사 교사의 연구학교 거부 선언에 교장 김 씨는 2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사교사를 (서로) 교체해서라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뉴스민>은 김 교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명중학교 역사 담당 교사는 기간제 교사다. 실제로 김 교장의 발언처럼 진행된다면 고용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가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국정교과서 연구를 떠맡게 될 우려도 있다.
문명고 교사 최재영 씨는 “그 기사를 보고 저희도 놀랐다. 정규직 선생님들은 보호 장치라도 있어 자기 발언을 할 수 있지만, 만약 중학교 선생님에게 공이 넘어간다면 혼자 독박을 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21일 현재 교사들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반대 서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7일 연구학교 신청 시 최종적으로 10명이 반대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반대 서명에는 이미 10명을 넘어섰다. 교사들은 교장이 출근하는 날 서명을 전달할 예정이다.
오는 22일 문명고 학생들은 예정된 자율학습을 진행한다. 학부모들은 자율학습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학내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고, 뜻을 같이하는 일부 학생들도 동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