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5차 시국대회, “이재용 구속, 박근혜도 구속하라”

대구지하철화재참사 14주기 추모하며 시국대회 시작해

20:19

18일 저녁 6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다섯 번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대구 시국대회가 열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 화재 참사로 192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다친 날이다.

시국대회 참석 시민들은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의미를 담아 묵념을 하며 시국대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소식을 나누면서 “이제 한 명 남았다. 박근혜도 구속하라”고 입을 모았다.

시국대회 사회를 맞은 최일영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 언론팀장(민주노총 대구본부 정책교육국장)은 “온 세상이 뒤집어 질 듯한 참사가 일어났을 땐 야단법석이지만 금세 잊어간다”며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한 명 끌어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남아 묵념하자”고 말했다.

시국대회는 2.18 대구지하철참사 당시를 짧게 다룬 영상을 함께 본 뒤,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 발언으로 이어졌다. 김태일 이사장도 참사를 잊어선 안 된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비극은 자본주의 압축성장의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이 국가 폭력에 의한 것이었다면, 2003년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의 비극은 자본주의 압축성장의 비극이었다. 자본주의 압축성장이 낳은 모순이었다”며 “불행하게도 우리는 2003년의 기억을 제대로 가슴속에 새기지 못했기 때문에 세월호 비극을 다시 겪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사고는 되풀이된다. 비극은 되풀이된다. 참사는 되풀이된다”며 “2003년 지하철 참사 구조와 20014년 세월호 비극의 구조는 놀랍게도 닮았다. 기울어가는 배를 지켜보며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던 것처럼, 대구지하철 참사는 처음 불이 난 전동차에서 많은 희생이 난 것이 아니라 불이 훨훨 타오르는 역으로 사람들을 가득 태워 진입한 두 번째 전동차에서 192명이 희생됐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이런 참사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기억해야 한다”며 “기억하는 것만이 우리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생명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그 기억을 우리 마음속에 새기기 위해선 사고로 피해 받은 사람들과 사고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잊지 말자”고 함께 외치며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기로 다짐했다.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이 대구지하철참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어진 시국대회에는 주부 이현주 씨가 무대에 올라 내가 꿈꾸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아이 엄마라고 밝힌 이 씨는 “부패하고 사악하기까지 한 이 세상을 자식들에게 물려줘선 안 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 씨는 “국민 세금으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자들이 자기들 기득권을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재벌들에게 특혜를 주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술인을 탄압하고, 억지 자백으로 간첩까지 조작했다”며 “우리는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촛불을 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춤꾼 박정희 씨가 퍼포먼스를 선 보이고 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춤꾼 박정희 씨는 이날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만 반복해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퍼포먼스를 벌여 큰 호응을 받았다. 박 씨는 박근혜 대통령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보이다가, 최순실 가면을 바꿔쓰고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참석자들은 동성로 일대를 행진한 후 저녁 8시께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