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대구 대동초등학교 학생들을 학교 차원에서 ‘블랙리스트’화 하려는 의도가 엿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통폐합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 일부는 최근 “시의회 집회 참석”이라고 결석 사유를 적은 통지표를 받았다. 한 교사는 통폐합 반대 집회 참석 학생들에게 집회 참석이 기록으로 남아 나중에 불이익이 될 것이라는 발언도 한 것으로 확인된다.
대동초 5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A, B는 지난 8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대동초 통폐합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두 학생을 포함해 학생 약 20명이 참석해 통폐합 반대 의사를 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학생 대부분은 학교로 돌아갔지만, A, B 두 학생은 돌아가지 않았다.
A 학생 어머니는 “일전에 산격초랑 융화프로그램 참석 문제로 선생님들이 저한테 언성 높이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애가 충격을 받았는지 학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날도 집회 끝나고 가려고 했는데 가기 싫어해서 선생님께 연락드리고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B 학생 어머니는 “학교에서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선생님께서도 물론 알고 계셨기 때문에 특별히 집회 참석 전에 연락을 하진 않았다”며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담임 선생님이 연락 오셨는데 못 받았고, 카톡으로 못 간다고 이유를 설명드렸다”고 밝혔다.
두 학생 모두 사전, 사후에 담임 교사에게 집회 참석을 이유로 결석한다고 전했지만, 학교는 두 학생을 ‘무단결석’으로 처리하고 무단결석 사유로 이례적으로 ‘시의회 집회 참석’이라고 기록했다.
교육부 ‘2016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을 보면 질병, 무단, 기타결석 사유를 입력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상황 고려가 있고, 학생들을 생각했다면 ‘시의회 집회 참석’이라고 적지 않았을 거라고 지적했다. 한 학생의 담임은 집회 참석이 기록으로 남아 불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해서 학부모들은 의도적인 기록이라고 의심했다.
복수 학부모들은 교사 C씨가 지난해 7월 통폐합 반대 첫 집회 참석 학생들에게 “집회에 참석하면 머리가 나빠진다”거나 “취업하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대변인은 “사유를 밝혔다고 해도 승인받지 않은 결석은 무단결석으로 처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상황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면 특이사항으로 결석 사유를 집회 참석이라고 쓰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한 학생이 아니라, 서로 다른 학급에 두 학생에게 동일하게 기록된 거로 봐서는 학교 차원에서 지침이 있었던 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 학생 어머니는 “지금 상황은 자기들(대구교육청, 학교)이 만들어놓고, 굳이 지금 와서 시의회 집회 참석이라고 적는 걸 보니까 기분이 그렇더라”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올라갈 때도 기록이 남아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B 학생 어머니도 “집회 참가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선생님 눈 밖에 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찬성하라고 계속 전화도 왔었으니까, 눈 밖에 났을 것 같다”며 “그래도 너무 대놓고 기록한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김일 대동초 교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담임 선생님들이 교감 선생님과 상의를 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이런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 상의를 해서 담임이 처리를 한 걸로 알고 있다”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학부모들이 걱정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인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김 교장은 의도적인 기록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학생을 보호하려고 하지, 불이익 주려고 그런 건 아닐 것”이라며 “이런 경우가 없어서 고민을 했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