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하나회 척결···우리는 왜 삼성장학생 척결 못 하나?”

[인터뷰] 정의당 대선 경선 후보, 강상구 전 대변인
“촛불 항쟁 후 첫 정부 첫 개혁은 주택 재분배여야”

19:49

‘정의당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어느 정당보다 앞서서 박근혜 탄핵을 주장했지만, 탄핵의 과실은 정의당으로 오지 않았다. 오히려 보수 신생 정당에도 지지율이 밀려버렸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새누리당 비박계 탈당 일주일 전 여론조사(12.19~12.21)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6.3%였다.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이 가시화되자 새누리당 지지율이 큰 폭으로 빠졌다.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정의당 지지율도 소폭 줄어든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달 2일부터 4일까지 개혁보수신당을 포함한 리얼미터의 잠재 정당 여론조사 결과 정의당은 4.7% 지지율을 얻었다. 뜻밖에 진보적이라는 응답자층에서 1.3% 지지율이 줄었다. 물론, 개혁보수신당이 바른정당으로 공식 창당(1월 24일)하고 약 2주 만에 정의당 지지율은 다시 6.8%(리얼미터, 2.6~2.8)로 제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위기라는 말로도 설명 안 되는 과제가 정의당에 주어진 것처럼 보였다.

정의당에는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정의당은 지난달 27일부터 대선 후보 경선을 시작했다. 이날부터 지난 10일까지 후보자 선거운동을 진행했고, 11일부터 16일까지 투표를 진행한다. 심상정 당 대표와 강상구 전 대변인이 경선에 참여했다. 하지만 역시 “사라졌다”는 평가처럼 관심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40대 기수론’, ‘정의당의 좌클릭’으로 소개되는 강 전 대변인을 향한 관심은 거의 없다. 지난달 24일 공식 출마 선언 후 지난 10일까지 18일 동안 강 전 대변인을 언급한 기사는 142건에 불과했다(네이버 기준). 같은 기간 심상정 대표 언급 기사가 1,826건인 것과 대비해도 큰 차이다. <뉴스민>은 선명한 진보정치, 정의당의 좌클릭을 주장하는 강 전 대변인을 지난 10일 정의당 대구시당에서 만났다. 그가 말하는 정의당 그리고 진보정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정의당이 무기력에 빠져 있어요. 대선에서 뭘 할지 몰라요”
심상정 리더십은···“독주하는 리더십”, “공중에 뜬 리더십”

강상구 전 정의당 대변인(46, 사진)은 당 전반에 팽배한 무기력과 이를 타개할 리더십 부족을 “사라진 정의당”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강 전 대변인은 보다 선명한 정체성을 확립해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도약기를 마련하기 위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고 말했다.

“침체되어 있는 정의당을 가슴 뛰는 변화로 이끌 신진 정치인” 스스로를 짧게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꽤 긴 수식어로 소개했다. 너무 길다는 이야기에 멋쩍게 웃으며 그는 당의 무기력을 이야기했다.

“정의당이 무기력에 빠져 있어요. 당원들이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잘 몰라요. 심지어 우리가 대선에 나가도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당원들도 꽤 계세요.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데, 이번 판 주인공은 우리가 아니구나 생각하는거죠. 그런 이유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당에 무기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뭔가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 정말로 무기력한 채로 대선을 경과하겠다는 위기감이 있죠. 큰 변화를 당 안에서부터 만들어보자는 심정으로 나왔어요”

당이 무기력하다? 어느 정당보다 토론이 활성화된 정당이 정의당이 아닌가? 혹시 일부의 무기력을 너무 과하게 표현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전반적으로 그렇다”고 답했고, 그 원인으로 리더십 부재를 지적했다. 심상정 대표의 리더십을 “한 사람의 열 걸음 스타일”이라고 평하면서, “독주하는 리더십”, “공중에 뜬 리더십”으로 가혹하리만큼 혹평했다.

“지금 심상정 대표 체제에서 당이 어디로 갈 것인가 방향이 불명확하고, 그리고 당원들이 뭔가 희망과 기대를 하고 있지도 않은 거죠. 심상정 후보 리더십 스타일이 한 사람의 열 걸음 스타일이라서 그렇다고 봐요. 독주하는 리더십이죠. 대선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정당에 활력을 어떻게 불어넣을 것인가, 이걸 고민할 수 있으려면 당원들과 낮은 자리에서 소통하는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밑바닥 당심을 알아야 하는데, 심상정 후보님은 너무 공중에 뜬 리더십이에요. 당 생활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스타플레이어였기 때문이죠. 정의당을 위한 심상정이 아니라 심상정을 위한 정의당. 물론 심 후보 본인은 당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해요. 그러나 실제로 당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거죠”

구성원 모두를 아우르고 챙기는 것도 리더의 덕목이지만, 조직의 목표를 제시하고 추동하는 것도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심 대표가 “독주”하거나 “공중에 뜬” 것이 아니라, 당이 뒤처져 따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아니요. 혼자 앞서간다는 거죠. 리더십의 역할은 당과 구분되는 게 아니잖아요. 리더십이 당과 함께 보폭을 맞추면서 앞으로 전진하려고 해야 하는데, 너무 앞서가시는거죠. 그러니까 그 무기력의 원인이 리더십이라고 봐요. (문제를)해결하지 못하고 쭉쭉 (혼자)나가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심상정 후보는 정의당 후보라기보다는 그냥 심상정 후보로 보이는 거예요. 되게 어이없게도 바로 그 점 때문에 심 후보가 당 지지율 만큼도 지지율을 얻지 못하고 있어요. 되게 안타까운 일이죠. 당과 함께 가지 못하는 리더십이 오히려 심 후보를 심상정 개인으로만 인식되게 만들었고, 당의 지지율조차도 자기 지지율로 못 가져가는 상황으로 연결된 거예요”

‘대의’ 미명 희생 강요하는 외부 요인 “핑계 될 순 없다”
“전북 김제 출마는 심상정 대표 설득 때문”

▲10일 저녁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정의당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렸다.

강 전 대변인 표현처럼 심 대표와 당심의 괴리가 크다면 그건 진보정치, 정의당이 스타 정치인에 의존해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외부적 요인 때문은 아닐까? 정당은 수권을 목표로 하지만, 선거 때마다 진보정당은 ‘대의’라는 미명하에 희생을 강요당하곤 했다. 스타 정치인 외에 정치인이 성장할 기회를 외부에서 앗아간 것이다. 하지만 강 전 대변인은 “핑계가 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선거 때마다 진보정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건, 1987년 대선 이후부터 지속된 거예요. 그때는 진보정당이 없었지만 백기완 후보가 출마했었죠. 그때부터 시작하면 30년 된 일이에요. 그건 오히려 상수이기 때문에 그게 핵심적인 이유지만, 핑계가 될 순 없어요. 30년째 오른쪽에서 바람이 불고 있으면 그것에 대응하는 방책을 마련해야지 바람이 불고 있다고 투덜 될 수는 없는 거죠”

그렇다면 정의당이 젊은 인재를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할 테다. 하지만 진보정당만큼 젊은 정치인을 ‘불쏘시개’ 삼는 곳도 잘 없다. 한 곳에 정주해서 오래 지역을 닦아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데 이들은 자주 지역을 옮겨 다닌다. ‘당의 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강 전 대변인도 마찬가지다. 서울 구로에서 첫 국회의원 출마를 했지만, 다음 선거에선 전북으로 지역을 옮겨 갔다. 이번엔 ‘뜬금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느닷없이 대선에 나섰다.

“전라북도 김제에 나온 건 심상정 대표가 절 설득했기 때문이에요. 당이 전국 정당으로 면모를 갖춰야 하는데 호남 지역에 후보가 너무 없다, 구로에서 오래 활동한 건 알지만 김제에서 출마해줬으면 좋겠다고 3개월간 절 설득하셨거든요. 당에 좋으면 그렇게 해야겠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했어요. 진보정당은 진보정당 자체가 ‘되는 집안’인지 알 수 없는데도 십수 년째 있는 거잖아요. 지역감정 타파하러 부산 내려갔던 노무현 대통령 같은 사람이 진보정당 안에는 바글바글 한 거예요. 사람들이 그런 건 모르죠. 안 될 줄 알면서 계속 부딪히는 게 왜 그런지. 그건 대한민국에서 진보정치를 성장시키지 않고는 불평등 타파, 차별 해소가 될 수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에요. ‘진보정치를 어떻게든 성장시켜야 한다.’ 그게 당의 요구이기 때문에 지난번 총선 출마했어요. 대선도 마찬가지죠. 심상정 후보 찬반 투표로 가는 상황을 고려해보면 정의당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무기력한 당을 더 무기력하게 만드는 일이었을 거예요. 이번 대선에 출마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제가 출마했다는 걸 알고 우리 당원들이나 활동가들이 저한테 가장 많이 한 이야기가 뭔지 아세요? ‘고맙습니다’예요. 진보정당에 남아있는 한 그런 종류의 일을 피해 선 안되죠”

정파 갈등은 어떤가? 진보정당만큼 당내 정파성이 선명한 곳도 잘 없다. 강 전 대변인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나섰지만, 정파성 때문에 확장성을 잃고 있진 않은지 궁금했다.

“그런 건 전혀 한계가 아니에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기존 정파에 소속돼 있거나 영향 받는 분들 가운데 정파적 이유 때문에 절 지지하지 않는 분은 없어요. 저한테 ‘잘 나왔다’ 응원해주시고, ‘힘내라 이번에 꼭 이겨라’, 심지어 당신이 당의 미래라고 이야기해주는 분들이 모든 정파에 있어요. 정파가 정의당 안에 많지도 않고요. 오히려 걱정되는 건 그 문제보다도 경선 기간이 짧고, 우리 당이 대선에서 뭘 할지 기대감이 적어서 당원들이 당 경선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게 문제죠. 정파 문제는 제 머릿속 고민거리에 0.1%도 안 돼요”

“촛불 항쟁 후 첫 정부 첫 개혁은 주택 재분배여야”
“김영삼 하나회 척결···우리는 왜 삼성장학생 척결 못 하나?”

▲지난 10일 정의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가지간담회에서 강상구 전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강 전 대변인이 정의하는 진보정치란 게 뭔지 궁금해졌다. 정의당의 변화, 좌클릭을 내세우는 만큼 뭔가 극적인 답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강 전 대변인은 한참을 뜸 들이더니, “평등한 연대 사회”를 이야기했다.

“한 마디로 알아듣게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싫어해서··· (웃음). 대권 주자에게 어떤 사회를 바라느냐 하면 굉장히 서민적으로 말 할려고 노력해요. ‘억울함이 없는 사회’, ‘누구나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진보정치도 그런 식으로 이야길 할 수 있죠. 약간 과거 운동권 티를 못 벗은 용어인데요. 평등한 연대 사회를 만들자고 이야기해요. 평등은 ‘존재의 평등’을 말해요. ‘기회의 평등’, ‘조건의 평등’, ‘결과의 평등’ 이야길 하는데 저는 존재가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위해서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과 자원을 최선을 다해 나눠야 한다고 봐요. 집도 나누고, 대학 교육 불평등도 없애고, 빚진 청년들 부채도 탕감하자는 거죠. 모든 존재에는 자연도 들어가고, 동물도 들어가요. 인생의 신념 같은 거예요”

평등한 연대, 존재의 평등. ‘평등’, ‘연대’라는 단어도 강 전 대변인의 말을 빌리면 ‘서민적’인 표현이다. 평등하고, 연대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거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정책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반대할 사람이 많을 거 같다. 기간산업국민통제, 한미동맹 재검토, 1가구 1주택 촉진을 위한 주택공개념 도입, 사립대를 포함한 대학연합 등 평등한 연대를 이루기 위한 급진적인 정책이 많다.

그는 기간산업을 국민이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니까,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최순실 같은 사람들이 영향력을 행사해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건 정유라를 통해 증명됐다. 그러면 경쟁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촛불 ‘항쟁’. 그는 촛불 이전과 이후 내놔야 할 정책을 달리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촛불 이전과 이후는 공약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촛불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했을 때 기준은 뭐냐? 과거에 실현 불가능했던 거죠. 30년 만에 항쟁을 했는데 내놓는 공약이 촛불 이전 정치권 내 세력 관계를 감안해 이른바 현실적인 공약이어서는 안 되는 거죠. 항쟁을 한 이유가 없게 되죠. 과거에 진보정치가 이야기했지만 사회 우경화로 말도 꺼내지 못하는 얘기들, 기존 세력관계로는 도저히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내용들, 워낙 공고해서 문제제기를 할 생각조차 못 했던 그런 정책들을 주로 내놨어요. 기간산업국민통제 같은 건 급진적이죠. 하지만 국민이 통제하지 않으니까 기간산업을 이재용 같은 사람이 통제해요. 국민이 영향 못 미치니까 최순실 같은 사람이 영향을 미치는 거죠. 기간산업국민통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수십 년 만에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너무 이상적이고 급진적인 거 아닌가 싶어지는 순간, 그는 “모든 정부는 그동안 급진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승만,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까지 모든 정부가 급진적인 ‘정책’ 또는 ‘행위’를 했다는 거다. 이승만의 토지 재분배, 전두환의 광주 학살, 김영삼의 하나회 척결, 김대중의 대기업 구조조정, 노무현의 수도 이전, 이명박의 4대강. 그는 “현재 세력 관계에서 실현 가능한 걸 하려고 집권하는 게 아니다. 도저히 할 수 없으니 그걸 하려고 집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 개혁은 토지 재분배였는데, 촛불 항쟁 이후 첫 정부의 최초 개혁은 주택 재분배가 되어야 해요. 이게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모든 정부는 그동안 급진적이었어요. 김대중 정부, 대기업을 갈기갈기 나눠서 없앨 것 없애고, 합 칠 거 합쳤어요. 정부가 아니면 누가 그런 걸 할 수 있어요. 이명박 4대강, 얼마나 급진적이에요. 김영삼 정부가 하나회 척결한 건요? 우리는 왜 삼성장학생 척결 못 해요? 삼성 엑스 파일 때, 280개 테이프 중 3개가 공개됐어요. 거기에 떡값 검사 명단 있어서 노회찬 대표가 폭로했다가 의원직 상실하고 그랬죠. 검찰 안에 277개 그대로 있어요. 그거 다 까야죠. 지금 와서 벌주자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할 것 아니에요. 그게 청산의 첫 단계죠. 현재 세력관계에서 실현 가능한 걸 하려고 집권하는 게 아니에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어서 집권하는 거죠. 그 일을 해보려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주 급진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촛불 정신에도 맞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