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야 3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탄핵과 촛불집회에 집중하기로 한 이후 첫 주말 집회가 11일 전국에서 열렸다. 대구에서도 영하의 날씨에도 대구 시민 3,000여 명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탄핵”을 소리 높였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도 이날 고향 대구 촛불집회에 참석해 끝까지 탄핵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열네 번째 대구 시국대회가 열렸다. 약 1,000여 명이 참석한 지난주보다 3배나 늘어난 시민들이 차가운 날씨에 목도리와 담요로 꽁꽁 몸을 가리고 촛불을 들었다.
탄핵기각설이 일부에서 흘러나오면서 야 3당은 다시 촛불집회 참석해 탄핵을 촉구하기로 했다. 대구에서도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 참여 단위로 매주 집회를 준비하는 정의당 대구시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각 지역위원회 당원들도 깃발을 챙겨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최근 이른바 ‘사이다’, ‘돌직구’ 발언으로 이름을 알린 대구 출신 이재정 의원이 이날 자유발언에 나섰다. 대구 촛불집회에서 정치인이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정 의원은 “여러분들이 기대했지만 보지 못한 정치가 어떤 것인지 잘 알아서 부끄럽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 의원은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라고 해서 전국에서 원망을 들어야 하는 것도 다소 억울하다”며 “저희 할머니는 손녀가 2번 달고 나오는데도, 1번 찍으셨다. 내가 뽑은 대통령이 이렇게 된 것 자체에 마음이 많이 헛헛해 하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보다 최순실이 잘못한 거 아니냐고 하신다. 그 헛헛한 마음 우리가 함께 어루만져야 할 것 같다”며 “그 세대의 헛헛한 마음을 어떻게 채워드릴 것인지 우리가 먼저 나선 촛불 시민들이 고민할 거다. 저는 바로 통합과 희망의 정치를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제가 고작 사이다 발언 하나로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 잘 안다. 제1야당이 국민들 실망시켜드린 것도 잘 안다”며 “야당에게는 국민의 눈이 가장 무서우면서도 가장 든든하다. 탄핵 국면에 국민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이끌겠다. 끝까지 제대로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대구백화점 앞에서부터 약 80m 번화가를 가득 채운 시민들은 촛불 파도타기를 하며 “박근혜를 탄핵하라”고 외쳤다.
자유발언에 나선 김욱현(37) 씨도 “제가 살고 싶은 나라는 첫 번째 기본이 바로 선 나라다. 두 번째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 마지막으로 진실이 침몰하지 않는 나라에 살고 싶다”며 “이렇게 추운데 왜 여기 나와 있나. 정부에서 진실을 감추려 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 같다”고 국정농단을 일으킨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이날 시민들은 1시가량 집회 후 동성로 일대를 행진한 뒤 오후 8시께 집회를 마무리했다. 열다섯 번째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는 오는 18일 오후 6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