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문화재단 설립, 총액인건비제-구청장 이사장 겸직 문제 부각

7일 수성문화재단 방문 간담회서 지적
수성구 부구청장 총액인건비제 우회 장점 꼽아
구청장이 감사 기관장이면서 피감 기관장?

18:29

대구 북구(청장 배광식)가 지난해부터 설립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북구문화재단 설립에 새로운 쟁점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북구의회가 문화재단 설립 관련 의견 청취를 위해 준비한 수성문화재단 간담회에선 문화재단 설립이 질 높은 문화 제공 보다 다른 목적이 더 크다고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이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북구가 행정감사 및 경영평가 등으로 문화재단 문제점을 교정할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잃는 지적도 나왔다.

▲7일 북구의회 의원 일부와 북구 관계자가 수성문화재단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이동욱 북구의회 부의장(새누리당, 관음·읍내동), 구본탁 북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새누리당, 구암·태전2동) 등 북구의원 7명과 김철섭 북구 부구청장 등은 이날 오후 2시 수성구가 지난 2010년부터 출범·운영 중인 수성문화재단(이사장 이진훈)을 방문했다. 수성구에서는 김대권 수성구 부구청장, 정지화 수성문화재단 상임이사 등이 참석했고, 석철 수성구의원(무소속, 지산동)이 북구의원들 요청으로 함께했다.

수성문화재단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 이후 본격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북구의원들은 북구가 문화재단 설립 장점으로 들어온 것들이 실제로 가능한지를 확인하는데 질문을 집중했다.

이동욱 부의장은 “문화재단이 국가 공모 사업에 유리하다고 하던데, 구에서 운영할 때와 문화재단이 공모 사업 유치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고, 김재용 북구의원(새누리당, 관문·태전1동)은 “현재도 잘 운영되는 상황에서 재단 설립하면 주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겠느냐”고 질의했다. 윤은경 북구의원(새누리당, 동천·국우동)도 “전문 인력으로 기획력이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데 실제로 그러하냐”고 물었다.

수성구 부구청장, “공무원 TO 없어···재단 말곤 문화시설 대안 없어”
북구의원, “북구 총액인건비 언급 안 해”, “인건비 문제면 다른 방법도 강구해야”

수성구 관계자 답변은 총액인건비제와 도서관 인력 수급 문제에 집중됐다. 김대권 수성구 부구청장은 “재단을 만들지 않곤 문화시설을 이끌어갈 대안이 없다고 본다”면서 “공무원 TO(인원 편성)가 없는 상황에서 그쪽(문화시설)으로 (공무원을) 넣을 수 있느냐. 그건 불가능”이라고 인력 수급 문제가 재단 설립에 가장 큰 장점이라듯 답했다.

대구시에서 문화체육관광국장을 지낸 바 있는 김 부구청장은 “대구시에 있으면서도 재단을 많이 만들어 봤다”면서” 주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문화교육 서비스인데, 구청이 직접하면 거기에 필요한 인력이 총액인건비 TO가 있다(제한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에서 문화재단 설립 관련 주요 업무를 책임졌던 김 부구청장이 문화재단 설립이 총액인건비를 우회해 문화시설을 운영할 방법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김 부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여러 차례 총액인건비제를 언급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총액인건비제는 2007년부터 도입된 정부 인력 운용 제도다. 행정자치부가 행정기관별 인건비 총액을 관리하고, 각 행정기관은 총액 한도 내에서 인력을 운용해야 한다. 행정기관 인력 운용에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실시됐다. 인건비 총액이 제한되어서 자연 증가하는 인력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추가 인력이 필요한 사업을 펼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김 부구청장이 총액인건비제를 여러 차례 강조하자, 일부 북구의원은 총액인건비제와 관련해 지금껏 북구가 보여온 태도를 지적했다.

이영재 북구의원(정의당, 동천·국우동)은 “북구에서는 총액인건비 관련해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며 “질 높은 문화를 주민들에게 주겠다는 게 목표라고 하고, 의회에서 총액인건비 문젤 지적해도 아니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김재용 의원도 “인력 관리 방법을 강구하는게 먼전데 거기에 소홀하다”며 “총액인건비 걸린다고 하면 인력 사용 부분에서 재배치 등 고민해야 하는데, 그것 없이 이러는 게 맞느냐”고 지적했다.

전문성 향상 문제도 확답은 못 해
전문성 증대, 공모 사업 증가 구체적 수치 없어

▲북구의원들이 간담회를 마친 후 범어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다.

수성구는 총액인건비와 관련한 주장에는 확실하게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한 반면 전문성 증대나 공모 사업 선정 증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 없이 전문가들 능력에 따라 나아질 것이고 말하는 데 그쳤다.

김 부구청장은 “공무원은 자주 바뀌어서 전문성 축적이 안 된다”며 ““처음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어도 실패하더라도 경험을 축적해야 재단이 바르게 선다”고 말했다.

참석자 가운데 거의 유일한 문화예술계 종사자 김형국 수성아트피아 관장도 “북구 어울아트센터 직원 20여명 중 실제로 공연장 운영 질을 높이기 위한 직원 수는 적은 걸로 안다”며 “재단으로 바뀌면 전문직을 뽑기 때문에 확실히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하는 수준에 그쳤다.

다만 김 관장은 어울아트센터의 작은 규모 때문에 더 나은 문화 콘텐츠를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규모가 작은 것과 효율성은 다른 차원 문제”라며 “콘텐츠를 최적화해서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전문 인력이 들어오면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규모와 상관없이 전문가 능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동욱 부의장은 간담회가 끝난 후 “전문가인 아트피아 관장의 답변이 신뢰는 가지만 공모 사업 선정 등 구체적인 수치가 궁금했는데 알 수 없어서 아쉬웠다”고 평했다.

문화재단 이사장 구청장 겸직 문제도 지적
구청장이 감사 기관장이면서 피감 기관장?

구청장이 재단 이사장을 겸직하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됐다. 석철 수성구의원은 “북구 조례를 보지 못했지만, 항상 구청장이 이사장을 겸직한다. 구청장이 문화재단 감사 주체이면서 피감사자”라며 “동일인이 두 가지 직책을 가질 수 없다. 구청장에게 질문하면 재단을 대변한다. 감사와 피감사자를 분리해야 재단 문제점이 시정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구본탁 위원장은 “의회에서 조례에 대해 의논하면서 다뤄볼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