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보내고 첫 주말, 대구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조기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이 다시 밝아올랐다. 이날 모인 대구 시민 850여 명은 대통령 조기 탄핵 뿐 아니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퇴도 함께 요구했다.
4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박근혜 퇴진 13차 대구 시국대회가 열렸다. 대구지역 80여 개 단체가 모인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은 “2월에는 탄핵하라”를 슬로건으로 걸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대선 불출마 선언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대선 출마설이 나오면서 황 대행 사퇴 요구도 커졌다.
쌍둥이 남매 박도현, 박다혜(21, 수성구) 씨도 함께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박다혜 씨는 “제발 박근혜 좀 빨리 내려왔으면 좋겠다. 그 공범들도 자기가 지은 죄에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반대로 더 당당하게 행동하고 있어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도현 씨도 “황교안 총리도 그렇다. 국민이 직접 뽑은 총리도 아니고, 박근혜가 임명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지금 (황 총리가) 하는 행동을 보면 박근혜랑 다 똑같다”고 거들었다.
주최 측은 ‘내가 꿈꾸는 나라’에 대해 적을 수 있도록 작은 깃발도 준비했다. 시민들은 이 깃발에 “나라 걱정 안 해도 되는 나라”, “여성혐오가 없는 나라”, “모두가 행복한 나라”, “공부가 없는 나라”,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 나라” 등 박근혜 정권 이후 자신이 원하는 나라의 모습을 적었다.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일하며 인디밴드 활동을 하는 배미나(32, 중구) 씨는 무대에 올라 ‘내가 꿈구는 나라’를 이야기했다. 배 씨는 “주변 친구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림을 그렸다고 벌금 2~300만 원을 받았다. 그때는 어떻게 이런 부당한 일이 벌어지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배 씨는 “지난해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무릎을 탁 쳤다. 청와대 얼른 압수수색하고, 박근혜는 검찰 조사받고 좀 내려왔으면 좋겠다. 모든 시민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민들은 지난 12주 동안 대구에서 열린 시국대회 모습을 영상으로 돌아보며, “국민들의 새해 소원,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표 정책 고수, 황교안은 즉각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1시간가량 집회 후, 시민들은 대구백화점에서 동성로 로데오거리를 거쳐 대구 중심가를 행진했다. 이들은 행진 후 집회 장소에 모여 촛불을 이용해서 입춘대길(立春大吉) 대신 ‘탄핵대길’이라고 바닥에 새겼다. 박근혜 퇴진 대구 시국대회는 이날부터 다시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동성로 일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