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노래다. 시는 삶이며 서사다. 그리고 이곳 성주에서 시는 평화를 노래하는 촛불이다. 사드 배치 철회 투쟁 200일(1월 28일)을 맞아 기념시집 ‘성주가 평화다’가 나왔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대구경북작가회의, 성주문학회가 공동집필하고 도서출판 한티재가 펴낸 시집 ‘성주가 평화다’는 사드배치 철회 성주 촛불집회에서 낭송한 시 30편과 결의문이 담겨 있다.
“길을 막고 물어보자/누가 우리의 평화를 빼앗아 갔는가//길을 막고 물어보자 누가 우리의 손을 맞잡게 했는가(길을 막고 물어보자 중에서)”라고 노래한 김수상 시인은 “다시 끓여낸 떡국을 주기 전에/국자로 먼저 간을 보고 내어주던/그 인심, 그 배려, 그 사랑, 공화국의 벅찬 마음을/주사 맞고 약 처먹는 포르노 정권/너희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니들이 이 맛을 아느냐? 중에서)”라고 묻는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화목난로를 피워 놓고 옹기종기 모여 촛불집회장에서 시를 공유한 성주 군민들에게 ‘평화’가 곧 삶이었다. 이 기념시집은 평화나비광장에서 평화를 맛보지 못한 민주공화국 시민을 향한 큰 선물이다. 눈발 날리는 촛불집회장에서 시를 토해내던 김수상 시인의 숨소리를 느낄 수는 없지만, 중학생이 절필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시를 노래한 이재승 시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평화란 무엇인가 맛보기 원하는 대한민국 시민을 위한 선물이다.
200일 동안 광장에서 ‘다까기 마사오 하야하라 꼬기오, 하야하야하야 사드타파’를 노래한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발문에서 성주 군민과 만난 평화를 말한다.
“시가 평화나비광장을 이리저리 훨훨 날아다녔다. 시가 평화나비다. 평화나비의 날갯짓을 보고 촛불이 웃었다. 촛불이 울었다. 촛불이 소리쳤고 촛불이 일어났다. 50개 도시가 촛불을 밝혔다. 100대 도시가 촛불을 밝혔다. 100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200만 명이 촛불을 들었다. 다시, 시가 모였다. 평화나비가 떼를 지어 날아간다. 다시 세상 속으로”
고희림, 권순진, 김수상, 김용락, 김윤현, 김태수, 노태맹, 박일환, 박희춘, 배창환, 변홍철, 신경섭, 이기숙, 이재승, 이창윤, 정동수, 조선남, 천보용, 최진 시인의 시가 담겨 있다. 그리고 성주군민이 함께 노래한 서사가 담겼다.
오는 28일 설날, 200일을 맞는 성주 촛불은 어김없이 평화나비광장에서 서사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30편의 시에 꾹꾹 눌러 담은 평화를 맛보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앉았다. 멀리 평화기행을 가지 않아도 된다. ‘성주가 평화다’를 읽자. 고작 9,000원이다.